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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둘라 - 용기와 공감을 가르쳐 준 코끼리
윌리엄 그릴 지음, 이정희 옮김, 심아정 해설 / 찰리북 / 2021년 12월
평점 :
어릴 적 시골에서 자란 저는
소가 쟁기를 메고 밭일, 논일을 거드는 걸 보면 참 불쌍해 보였어요.
더구나 어린 송아지를 길들이기 위해 코에 고뚜레를 끼우느라 구멍을 내잖아요.
너무 아플 것 같고 무거운 쟁기가 너무 힘들 것 같고,
또 짐이 잔뜩 실린 수레도 끌어야 하니 소가 얼마나 힘들어 보이던지요.
그런데 ‘워낭소리’ 라는 다큐를 보고 나서는
자신을 끔찍이도 챙겨주고 사랑해주는 할아버지를 만난 소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최선을 다해서 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그것이 할아버지의 사랑에 보답하는 일이라고 소가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찰리북에서 지식정보를 포함한 코끼리와 인간의 사랑과 신뢰를 그린 반둘라를 읽고
이 워낭소리가 떠올랐어요.
1897년, 귀중한 인연이 시작된답니다.
미얀마 정글에서는 코끼리 반둘라가, 영국에서는 훗날 ‘엘리펀트 빌’ 이라는 별명을 가진 제임스 하워드 윌리엄스가 태어났거든요.
1920년, 미얀마 열대 숲으로 간 윌리엄은 미얀마의 특산품인 티크나무를 베고 운반하는 일의 감독을 맡게 되면서 70마리의 코끼리들도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되었어요.
코끼리를 훈련시키는 건 ‘우지’라고 불리는 코끼리 기수들이 담당햇는데 윌리엄은 정글과 우지들을 좋하하고 우지의 지혜와 기술을 배우려고 노력한 덕에 천 마리가 넘는 코끼리의 이름을 금방 외웠다고 하니 대단하죠?
달빛 아래서 코끼리들이 거닐며 먹이 먹는 모습이 너무 평화롭고 아름답게 느껴졌죠.
하지만 코끼리들은 사람과 일하기 전에 ‘케다링’이라고 불리는 혹독한 훈련을 거쳐야 해요. 케다링은 15~20년 된 야생코끼리를 잡아다가 ‘케다’라는 울타리에 가둔 뒤 굶기고 때리며 사람들의 명령을 강요했기 때문에 코끼리의 몸 이곳저곳엔 흉터 투성이였어요. 윌리엄은 우지인 포 토케를 통해 새로운 훈련 방법을 찾았어요. 포 토케가 사육한 코끼리가 반둘라였는데 사랑하는 마음을 가득 담아 때리지 않고 기다려주며 훈련 방법으로 아주 아름다운 수컷 코끼리가 되었지요. 반둘라는 사람들의 말을 다른 코끼리보다 더 잘 알아 들었고 도구도 구별하며 유머감각까지 갖추고 있어서 누구나 함께 일하고 싶어했대요. 윌리엄과 포 토케는 때리지 않고 훈련시키는 코끼리 학교를 세웟고 그 곳에서 훈련받은 코끼리들은 감정이 풍부하고 사람과 유대감도 깊어서 일을 아주 잘했답니다.
그러던 어느날 말라리아에 걸린 윌리엄을 반둘라가 등에 태우고 열흘 길을 달려가 살려낸 사건이 일어나요. 그 뒤로 윌리엄은 목재 운반과 코끼리 학교에서 코끼리를 훈련시키는 일, 그리고 코끼리 병원에서 아픈 코끼리들을 돌보며 살아가죠.
그러던 어느 날 제2차 세계전쟁이 일어나고 미얀마에도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집니다. 전쟁은 윌리엄과 반둘라는 물로 함께 한 모든 친구들에게도 위협으로 다가왔어요. 과연 이 이야기는 어떤 결말을 맺게 될까요? 식민지와 전쟁의 위험 속에서 동료와 친구들을 구하는 코끼리 반둘라와 윌리엄의 감동적인 이야기는 책을 통해 만나보세요~~
이 책을 통해 코끼리에 대해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코끼리의 종류가 지금은 아프리카 사바나코끼리, 둥근귀코끼리, 아시아코끼리 세 종류만 남고 모두 멸종했다고 해요. 그리고 아시아코끼리와 아프리카코끼리의 특징이 좀 다르다는데 혹시 알고 계실까요?
아시아코끼리는 몸집이 작고 가벼우며 등이 둥그스름하고 물건을 잡을 수 있는 코끝의 돌기가 하나래요. 반면 아프리카코끼리는 크고 무거우며 코끝 돌기도 두 개라고 하네요. 다 똑같은 코끼리 인줄만 알았는데 이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어요. 그리고 코끼리가 잠수도 잘하고 하루 두 시간만 자고 나머지 시간은 먹이를 찾아다니거나 먹이를 먹는 데 사용한다고 하니 놀랍죠?
그리고 인간과 똑같이 감정으로 교감하는 동물들을 이해하고 그들을 사랑으로 존중해주는 윌리엄과 우지 포 토케와 그 사랑에 보답하는 반둘라의 우정이 너무 감동적이였어요. 탈출의 어려운 순간 제일 앞장서 나가는 반둘라의 용기는 자신을 믿어주고 사랑해준 윌리엄과 포 토케가 있었기에 가능한 거였을 거예요.
윌리엄은 이렇게 말합니다.
“저는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 아닌걸 알아요. 사람은 그저 다른 생명체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 자연의 일부입니다. 모든 동물과 식물에는 사랑이 깃들어 있습니다. 단지 사람이 그걸 알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뿐이죠”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돈과 인간의 욕심 때문에 반둘라와 반둘라 친구들의 엄니를 잘라내고 생명을 빼앗았던 행동과 그들의 자유를 억압했던 사람들의 행동에 진심으로 사과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어요. 부디 남아잇는 세 종류의 반둘라 친구들이 멸종되지 않고 잘 살아갈 환경을 만들어 주는게 속죄하는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구요.
단순히 지식적인 내용만 다루지 않고 인간 본연의 마음도 돌아보게 하는 책, 반둘라!
모두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