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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어리
박슬 지음 / 우를루프 / 2021년 12월
평점 :
새로운 그림책 출판사를 알게 되었다.
우를루프(hourloupe)의 뜻은 새가 지저귀다, 늑대가 울부짖다, 소리를 지르다 등의 의미이고 현실과 상상이 공존하는 세상을 상징한다고 한다. 그런 의미로 우를루프는 일상의 모든 편견과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서 세상을 호기심의 눈으로 담아 신나는 상상의 세상을 만들어 나가기 위해 책을 출간한다고 하니 기대가 되는 출판사 이기기도 하다.
누구나 자신 안에 품고 있는 불안, 우울, 분노, 상처 등을 작가는 ‘덩어리’라고 표현한다.
그 덩어리의 모습은 사람마다 다를 것이고 크기나 강도 또한 다 다를 것이다.
어떤 이는 그 덩어리가 너무 커서 그 무게에 짓눌린 삶을 사느라 고통스러울 것이고
어떤 이는 만만하여 자기가 스스로 그 덩어리를 제어하며 살 수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아주 단순한 선으로 이루어진 그림과
간결한 문장으로 이루어진 게 인상적이다.
그림과 짧은 문장만으로도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가 명확히 드러나고 있어서 좋았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덩어리’를 받아들이고 함께 살아가기를 말한다.
덩어리를 떼어내려 애쓰지 말고 그 덩어리 존재를 인정해 주면서
다독여주다 보면 그 덩어리도 자신과 함께 성정하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어떤 감정(덩어리)을 서로 직면하며 마주 보는 일.
그 무엇보다도 불편하고 싫은 일 일 수 있지만
거기서부터가 덩어리를 만나는 시작인 셈이다.
어느 날부터인가 조금씩 자라난 덩어리가 자신을 삼켜 버리지 않도록
그 덩어리를 안고서 “같이 놀자”고 말할 수 있는 자신이 된다면
이미 그 덩어리와 함께 더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게 된다는 통찰을 던져 준다.
꺼내기 싫어 가슴 속에 감추어 두기만 했던 덩어리들,
이젠 꺼내어 눈 맞추며 바라보고,
눈물 나면 눈물도 흘려내면서,
깊은 바다를 헤엄치고 나면
어느새 다정한 친구가 되어 있음을 알게 될 것이다.
내가 알아채지 못하고, 함께 놀아주지 못한 덩어리는 무엇일까?
돌아보면서 이 책을 읽었다.
나이 한 살 더 먹었으니 내 안에 있는 또 다는 나인 덩어리들을
더 알아채 주고 다독여 줄 줄 아는 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