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어의 방 위고의 그림책
그로 달레 지음, 스베인 뉘후스 그림, 신동규 옮김 / 위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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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바닷속으로 검은 먹물이 퍼져 내려온다.

혼자 간직하기엔 너무 겁나는 기억으로 힘들어 하는 소녀, 금이.

반짝반짝 빛이 난다고 금이라 이름을 얻은 소녀는 어떤 사건으로 돌이 되어버린 걸까?

 

참 무거운 주제의 이야기를 다룬 책, 문어의 방이다.

타인에 의한 성폭력 문제도 피해자들의 고통은 헤어릴 수 없지만

친족에 의한 성폭력은 더 고통이 가중될 수 밖에 없는 문제이다.

 

금이는 가족들을 타조 아빠, 원숭이 오빠로 부른다.

최고로 잘 웃기는 원숭이 오빠가 어느날 문어의 모습으로 금이방에 들어오고,

차갑고 축축한 빨판이 달린 다리로 금이를 붙을 때,

금이는 손가락 하나 까닥할 수 없고,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방안이 문어의 먹물로 가득 뒤덮이고,

금이는 금빛을 잃고 물속 깊이 가라앉은 돌멩이가 되어 버렸다.

 

문어에게 싫다고 말하지 못한 자신을 자책하며 웃지도 말하지도 않던 금이는

드디어 엄마에게 사실을 털어 놓는다.

 

"그런 일은 비밀로 하면 안돼.

그런 비밀은 혼자 가지고 있기에는 너무 커.

네가 잘못한 건 아무것도 없어." 

 

그냥 엄마동물이였던 엄마가 독수리가 되어주었다.

금이를 지지해주고 어른의 모습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엄마.

엄마의 태도로 문어 오빠는 개구리가 되었고 더 이상 금이를 위협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가족의 사랑까지 잃어버리지 않도록 기다려 주는 엄마의 모습에서

우리가 가져야 할 어른으로서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지캬줘야만 한다는...

 

작가는 가족이기 때문에 더 어려운 문제, 하지만 그냥 묻어주는 것이 아니라

다친 아이를 다독이며 드러내고 치유하고 용서하는 과정을 너무 어렵지 않게 써 내려갔다.

하지만 주제가 주는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나날이 늘어가고 있는 친족. 지인에 의한 성폭력 문제를 아이들과 이야기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 수 있는 책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렇게 말해 보자.

" 이런 일이 생겼다면 감추지 않고 어른들께 말해야 해, 네 잘못이 아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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