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태양의 그늘 1
박종휘 지음 / 은행나무 / 201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박종휘 작가 장편소설 3부작 중 1부인 <태양의 그늘>
개인적인 생각으론 한국 사람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3가지 시대 중 하나인 일제강점기를 배경으로 다루고 있다. (다른 두가지는 조선시대와 6.25 한국전쟁이라고 생각한다.) 시기적으로는 일제강점기와 광복을 거쳐 한국전쟁에 이르기까지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 속에 살아가는 주인공들.
암울한 시기였던 만큼 전쟁 소설이거나 독립군에 대한 소설인가 싶었지만 실제로는 사랑의 힘으로 힘든 시기를 이겨내고 그 결실을 맺은 '부부의 연'이 소설의 중요한 핵심이었다.
한 편으로는 담아낼 수 없는 방대한 양이라는 점에서 일단 높은 점수를 주고 싶은 <태양의 그늘>이다. 예전에야 몇 부작짜리 장편소설들이 많이 출간되었지만 요즘처럼 책을 잘 안읽는 시대에는 한권으로 독자의 눈치를 살피기에도 급급하다. 작가가 그만큼 자신감이 있어야 가능한 집필 과정이다. 외국도서의 번역본이야 이미 인기가 입증된 상태에서 한국에 오는 것이지만 한국의 문학계는 참으로 가시밭길이라고 생각된다. (갑자기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졌으니 다시 책 이야기로 돌아가야겠다.)
소설은 넉넉한 집안에서 별 어려움없이 살아온 남평우와 윤채봉이 우여곡절 끝에 부부의 연을 맺는 일화로 시작한다. 사랑으로 이어진 부부는 행복한 일상을 보내고 있지만 일제강점기 말... 곧 광복이 찾아오고 또다른 피바람이 불어오고 있을 무렵, 결국 이데올로기적 갈등으로 그 운명적인 만남에서 적색기운이 감돌기 시작한다.
소설에 등장하는 '팔천 겁의 인연'이라는 단어가 상당이 맘에 든다. 대체 팔천 겁은 얼마다 두터운 걸까? 그런 인연이라 믿었던 두 사람마저 이데올로기의 갈등으로 인한 전쟁으로 아픈 기억을 갖게되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슬픔을 주었고, 그 아픈 기억을 가진 사람들은 여전히 치유받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을지 모른다.
결말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둘은 결국 사랑으로 극복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1부에서 다루지 못했던 좀 더 세세한 부분을 2부에서 중점적으로 보여줄 걸로 예상되는데, 1부는 시대적으로 큰 사건들이 연결되어 있는 만큼 꽤 빠른 진행으로 지루하지 않고 몰입도를 높였다.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거대한 힘에 대항할 수 없는 개인의 나약함과 사랑을 지키기 위해 사선을 넘나드는 여정은 감동을 준다.
신인작가가 3부작의 장편소설을 기획한 것 부터가 대단한데, 각 지방의 사투리(방언)와 행동묘사 등 세밀한 부분까지 신경쓴 점이 역시 한국에 대한 이야기는 한국 작가가 써야 진정성이 느껴지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암울한 시대 속에서 단 하나의 희망으로 살아가야 했던 그들을 보며 많은 것을 느끼게 될지도 모른다.
8월 15일에 출간되었는데 광복 70주년을 맞아 더 의미있는 소설.
최신베스트셀러에 오른 한국 소설 이기에 '이종휘 작가'의 <태양의 그늘>을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