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 픽션
배상민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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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좋아해서 새로 나온 영화가 있으면 항상 극장으로 달려가곤 했었다. (요즘은 자주 못보고 있지만) 그래서인지 영화감독이 주인공인 소설이라는 설명에 이 책이 더 읽고 싶어졌다. 제목이 '페이크 픽션' 이라고? 영화 용어의 요점으로 정리해 보자면 보통 다큐멘터리의 기법을 크게 두가지로 나눈다면 '페이크 다큐'와 '픽션 다큐' 이렇게 부른다.


페이크 다큐가 스토리의 전개과정을 실제인것 처럼 촬영하는데 반해, 픽션 다큐는 현실과는 다른 픽션(허구)임을 강조하는 연출이나 대사, 연기 등으로 일정부분을 채운다. 대부분 풍자나 해학적 요소를 삽입하곤 한다. 


그렇다면 그 두가지를 합친 '페이크 픽션'은 무엇일까?


작가는 풍자와 해학, 그리고 허구를 통해 실제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거라고 해석하고 싶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것은 소설이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설이 아니기도 하다...


빚더미에 허덕이며 사채업자에게 떠밀려 액션영화를 제작할 처지가 된 영화 감독 '황'. 흔히 삼류 감독이라고 부르는 그런 부류의 인물이다. 돈이 한푼도 없기에 냉면집 배달원 '삼룡'을 주인공으로 캐스팅하고 촬영장비 역시 스마트폰 뿐이다. 당연히 모든 작업은 감독 혼자서 도맡아 한다. 


액션영화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액션씬을 찍기위해 삼룡을 실제 싸움판에 투입시킨다. 그곳은 철거촌 현장. 주민과 용역(흔히 용역깡패라고 부르는)들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 속이다. 하지만 촬영 도중 삼룡은 철거민들의 편에 서게 되고 황감독도 함께 하게 된다. 그러던 중 폭발사고가 일어나고 삼룡은 실종되고 만다. 


그렇게 5년 후...


현재, 예의 그 사건과 연루된 사람들이 차례차례 피습을 당하고 있다. 테러리스트로 추정되는 것은 5년 전 실종된 삼룡. 5년이 지나서지만 황감독은 그 기억을 되살리며 여전히 고통받는 철거민들을 위한 영화를 편집하여 배급한다. 철거민들의 숙연해지는 모습들... 하지만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서부터 허구일까?


소설은 현재와 기억 속의 이야기를 왔다갔다 하면서 끊김없이 이야기를 이어나간다. 그저 삼류 감독이었던 황은 무엇을 보여주고 싶었을까. 그리고 이 소설을 읽어나갈 수록 뚜렷해지는 사건이 하나 떠오른다. 몇 년전, 용산에서의 사건. 이미 잊어버린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런 사람일수록 이 소설을 더 읽으라고 강조하고 있다.


소설의 형식을 빌어서 진실을 말하고자 하는 작가의 안타까운 속마음과 누군가에게는 절대 잊혀지지 않는 그 사건을 다시금 세상에 각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제목 그대로 진실과 허구가 공존하는 '페이크 픽션' 이었다.


다시한번 말하지만 이것은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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