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달의 시간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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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랑비메이커 단상집

<낮달의 시간>



사랑은 두 눈을 마주하지 않는 순간까지

오래도록 바라보는 것이다.

우두커니 서서 말없이 위로하고

손 없이 그의 등을 쓰다듬다가

조용히 돌아서는 것이다.

알아차리지 않아도 좋을 나의 다정을

기꺼이 두고 오는 것, 사랑이다.

사랑에 빠지게 되면

끊임없이 상대를 눈으로 좇습니다.

한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아

온 신경을 그에게 집중하고

설령 상대가 알아차리지 못하더라도

그를 위해 나의 마음을 내어 쓰는 것.

사랑에 빠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거예요.

숨을 쉬는 법을 잊어버려야만

제대로 호흡할 수 있듯이

때로는 자신의 존재를 잊어야만

삶을 만끽할 수 있다.

나에게서 한 발짝 물러나

나 자신을 바라볼 수 있나요?

나를 내려놓아야만

진정한 나를 찾을 수 있습니다.

무언가에 사로잡혀

결국은 아무것도 하지 못하게 되고

빈 껍데기만 남은 자신을 마주할 때면

많은 후회가 남기 마련입니다.

나를 잊음으로써 비로소 찾아내는

나 자신을 발견하세요.

변하지 않는 상황을 투정하기 보다

그럴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를 찾는 것.

이해되지 않을 때조차

스스로를 이해시키는 일,

자기합리화는 나의 무기다.

비겁한 자기변명보다는

다정한 자기변호에 가까운 일이다.

저는 스스로

자기합리화에 능하다 생각하고

때문에 발전이 없다 스스로를 책망해왔는데

'다정한 자기변호'라는 말이

묘하게 위로가 되었습니다.

그냥 피하고 도망쳐온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도닥이며 조금씩 걸어왔다는 사실이

스스로를 대견하게 느껴지게 하네요.

'틀림없이 너를 기다린 행복'이라는 그 말.

다름 아닌 나를 기다린 그 행복.

어쩌면 나도 아주 오래 기다린 그 행복.

행복에는 어떠한 자격도 상황도 필요하지 않다.

붙잡아 마음껏 누리겠다는

선량한 이기심만 있다면 충분하다.

행복한 순간에

다가올 불행을 걱정하는

조금은 바보 같은 사람이지만,

'틀림없이 너를 기다린 행복'이라는 말이

불안한 미래는 접어두고

확신으로 가득한 현재를 누리게 합니다.

<한 뼘의 계절에서 배운 것>이라는 에세이를

무척 기분 좋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

'가랑비메이커'라는 저자의 이름을 보고는

망설이지 않고 책을 선택했어요.

그때만큼이나 정성 들여 쓴 문장들이 가득해

이번에도 편안한 마음으로

사색하듯 책을 읽어나갔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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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오수영 지음 / 고어라운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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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깊이 있는 마음속 이야기들을 다양한 주제를 통해 풀어놓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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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오수영 지음 / 고어라운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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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어떠한 계산도 없이 오직 함께 어울린 시간만으로

모든 걸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는 건,

어쩌면 특정한 시절에만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었을까.

자꾸만 어깨에 쌓여가는 세상의 때가 무거워진다.

아무리 털어내려 애써봐도

끈질기게 어깨에 붙어있는 걸 보면,

아마도 그건 때가 아닌

우리가 스스로 얹혀놓은 세상의 짐인지도 모르겠다.

함께했던 시간보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훨씬 더 많고

서로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

원하는 것과 원치 않는 것들이

너무나 달라져버린 지금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시절에 머물러

같은 꿈을 꿀 수도 있습니다.

그때의 순수한 마음과 요동치는 감정들,

그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열정

무엇 하나 남아있지 않지만

그때의 기억만으로도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얻습니다.

내 오래된 기억 속의 친구들.

글과 책.

나는 이 부질없는 일들에 이끌리며 살아갈

숙명을 타고난 걸까.

무용한 일들은 어째서 이렇게나 매력적인지.

좋아한다는 이유로

쓸데없는 일들만을 고집했던 나도

지금은 묵묵한 사회인이 된 걸 보면

인생은 역시나 끝없는 우회로의 연속이다.

책 읽기를 좋아합니다.

책을 통한 깊은 사유는 접어둔 채

그저 책 읽는 행위에만 몰두해

누군가에게 책을 읽는다고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책장을 넘기며 보내는 시간도

때로는 시간도 잊은 채 책 속으로 빠져드는 나도

무척이나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상대방보다는 나 자신에게

진실된 내면을 보여줘야 하는 날들이 많아진다.

언제부턴가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게 되었고,

그렇게 내면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자신을 속이기 시작했다.

그건 아마도 지나치게 변해버린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끄러움이었을까.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지만

동시에 나를 가장 모르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나는 상대를 배려해 말을 아끼고

언제나 뒤로 물러나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정작 상대는 나를 타인과 말을 섞지 않으려 하는

도도한 인간으로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 내막을 잘 살펴보면

나는 말실수로 상대에게 책잡히기가 싫었고

상대를 배려한다기보다는

나 자신을 더 보호하려는 심리가

분명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글은 고상한 사람들의 농밀한 추파이자,

경계의 환락이며, 그리고 최후의 무기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반드시 남들보다 성숙하고 현명하다는 믿음은

어리석은 편견이다.

글은 단지 오랜 시간 꾸준히 앉아서 제작하는

성실함의 산물일 뿐이다.

한 사람의 영혼에 틈입한 작가와 문장은

새로운 인생 좌표를 제시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글은 나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과 같아서

한껏 꾸며 쓴 이야기에서조차

자신을 들키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글쓰기에는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자신 있게 내어 보일 수 있는 용기가

우선되어야 하나 봅니다.

짧지만 깊이 있는 마음속 이야기들을

다양한 주제를 통해 풀어놓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도 많은 생각들을 하느라

짤막한 글들을 오래도록 곱씹어 읽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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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편하게 살고자 하는가 라이즈 포 라이프 1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요한 옮김 / RISE(떠오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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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사상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조명해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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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편하게 살고자 하는가 라이즈 포 라이프 1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김요한 옮김 / RISE(떠오름)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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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너는 편하게 살고자 하는가>

위태롭고 더러운 땅 위에서

까치발을 들어 높은 곳을 보는 것이,

대리석 깔린 깨끗한 동네를

네발로 기어가며 땅을 보는 것보다 낫다.

19세기 후반 독일의 철학자인 니체.

기존 질서를 부정하는 것은 물론

다양한 주제와 표현 방식 때문에

수많은 해석을 가능하게 하고

때문에 쉽게 이해하기 힘들게 하는 것이

바로 그의 철학입니다.

서구의 전통을 깨부수고

그곳에 새로운 가치를 세우고자 한 그를

'망치를 든 철학자'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바닥 끝까지 내려가 땅 밑으로까지 파묻혀

아무것도 못 하는 상황이라면 이 말을 해주고 싶다.

당신은 땅속에 묻힌 게 아니라

심어진 거라고.

<왜 너는 편하게 살고자 하는가>는

그의 주된 관심사 중 하나인

'존재의 목적과 가치'를 탐구하는 데 중점을 둡니다.

니체는 신을 부정하고(신은 죽었다!)

인간은 스스로 새로운 세계를 완성해야 한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리고 스스로의 정신을 단련해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은 자를

'초인'으로 정의하며

초인으로 거듭나기 위한 노력을 강조합니다.

현재의 행동이 과거의 큰 사건만큼 중요하며,

미래의 모든 사건에 영향을 미친다는 인식은

매우 중요하다.

이 관점에서 볼 때,

모든 행동은 그 크기에 상관없이 중요하다.

'삶이란 살아남기 위한 것이 아니라

지배하기 위한 것이다.'라는 그의 말은

주체적인 삶의 중요성을 깨우쳐 줍니다.

영웅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가장 큰 고통과 가장 높은 희망을

동시에 마주하는 자이다.

시중에 니체의 철학을 다룬 많은 책이 있는데

저 같은 철학 문외한에게는

대부분 장벽이 높은 것이 사실이었어요.

아니면 처세나 자기계발에 중점을 두어

너무 가볍거나 상업적으로 다루는 경우가 많아

선뜻 손이 가지 않았는데,

이번 책은 니체의 사상을 다루되

원문의 느낌과 의미를 최대한 살려놓아

독자가 스스로 생각할 거리를 많이 남겨두어

개인적으로는 무척 만족스러웠습니다.

니체의 사상을 현대적인 관점에서 재조명해

우리 삶을 돌아보게 하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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