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오수영 지음 / 고어라운드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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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서로를 모르고>

어떠한 계산도 없이 오직 함께 어울린 시간만으로

모든 걸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는 건,

어쩌면 특정한 시절에만 주어지는

선물이 아니었을까.

자꾸만 어깨에 쌓여가는 세상의 때가 무거워진다.

아무리 털어내려 애써봐도

끈질기게 어깨에 붙어있는 걸 보면,

아마도 그건 때가 아닌

우리가 스스로 얹혀놓은 세상의 짐인지도 모르겠다.

함께했던 시간보다

떨어져 지낸 시간이 훨씬 더 많고

서로가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

원하는 것과 원치 않는 것들이

너무나 달라져버린 지금이지만,

우리는 여전히 그 시절에 머물러

같은 꿈을 꿀 수도 있습니다.

그때의 순수한 마음과 요동치는 감정들,

그칠 줄 모르는 에너지와 열정

무엇 하나 남아있지 않지만

그때의 기억만으로도

오늘을 살아가는 힘을 얻습니다.

내 오래된 기억 속의 친구들.

글과 책.

나는 이 부질없는 일들에 이끌리며 살아갈

숙명을 타고난 걸까.

무용한 일들은 어째서 이렇게나 매력적인지.

좋아한다는 이유로

쓸데없는 일들만을 고집했던 나도

지금은 묵묵한 사회인이 된 걸 보면

인생은 역시나 끝없는 우회로의 연속이다.

책 읽기를 좋아합니다.

책을 통한 깊은 사유는 접어둔 채

그저 책 읽는 행위에만 몰두해

누군가에게 책을 읽는다고 말하기도 부끄럽지만

책장을 넘기며 보내는 시간도

때로는 시간도 잊은 채 책 속으로 빠져드는 나도

무척이나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상대방보다는 나 자신에게

진실된 내면을 보여줘야 하는 날들이 많아진다.

언제부턴가 나의 내면을 들여다보지 않게 되었고,

그렇게 내면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자신을 속이기 시작했다.

그건 아마도 지나치게 변해버린

자신에 대한 두려움이나 부끄러움이었을까.

나를 가장 잘 아는 사람은 나 자신이지만

동시에 나를 가장 모르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나는 상대를 배려해 말을 아끼고

언제나 뒤로 물러나 상황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정작 상대는 나를 타인과 말을 섞지 않으려 하는

도도한 인간으로 판단하고 있었습니다.

사실 그 내막을 잘 살펴보면

나는 말실수로 상대에게 책잡히기가 싫었고

상대를 배려한다기보다는

나 자신을 더 보호하려는 심리가

분명 작용하고 있었습니다.

글은 고상한 사람들의 농밀한 추파이자,

경계의 환락이며, 그리고 최후의 무기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반드시 남들보다 성숙하고 현명하다는 믿음은

어리석은 편견이다.

글은 단지 오랜 시간 꾸준히 앉아서 제작하는

성실함의 산물일 뿐이다.

한 사람의 영혼에 틈입한 작가와 문장은

새로운 인생 좌표를 제시한다.

글을 쓴다는 것은 상당한 용기를 필요로 합니다.

글은 나를 그대로 드러내는 것과 같아서

한껏 꾸며 쓴 이야기에서조차

자신을 들키기 일쑤입니다.

그래서 글쓰기에는 자신을 솔직하게 바라보고

자신 있게 내어 보일 수 있는 용기가

우선되어야 하나 봅니다.

짧지만 깊이 있는 마음속 이야기들을

다양한 주제를 통해 풀어놓고 있습니다.

덕분에 저도 많은 생각들을 하느라

짤막한 글들을 오래도록 곱씹어 읽었습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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