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끝마다 남자를 아느냐고,
남자들이 살아야 하는 세계의
치열함과 외로움을 아느냐고
비장한 폼을 잡는 당신은,
그렇다면 여자를 아는가.
여자들이 살아야 하는 세계의 답답함과 폐쇄성,
그리고 숨은 불씨처럼 때때로 참을 수 없는
자기모멸감과 은밀한 탈출의 꿈틀거림을,
바람 센 날이면 젖은 머리 말리는 척
창문을 활짝 연 베란다에 서서
긴 머리칼을 하염없이 날리며 밖을 내다보는 것,
낙엽 쌓이는 가을 길,
눈 내리는 겨울 바다를 보고 싶어 하는 것 따위를
당신은 유치한 소녀적 감상이라고 비웃지만
그것이 이미 어찌해볼 수 없는 삶의 절망감,
생활에 대한 회의의 조용한 표현인지를 모를 것이다.
손바닥 전체에 적을 수 있는 정도의 길이라고 하여
손바닥 소설 또는 장편소설이라고 불리는
콩트의 형식을 띠고 있습니다.
짧은 분량에
해학과 반전이라는 글의 묘미까지 더해
쉽게 읽히고 재미와 감동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짧은 소설집이 더 좋았던 이유는
포근하고 예스러운 말투가
한없이 정겹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문득 이런 고운 말투를 쓰는 이들이
세상을 모두 떠나는 날이 오면
그 예쁜 말들은 어디서 들어야 하나
서글퍼지기도 했습니다.
전업주부로 집안을 일구느라
자신의 꿈은 포기한 채 살아가야 했던 날들,
시부모, 남편, 자식을 차례로 섬기느라
정작 자신은 돌볼 틈이 없었던 삶,
때로는 그러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마음을 꺼내보는 용기.
다양한 모습의 40대 전후 여성들의 삶을 통해
내 어머니들이 살아온 세월,
그리고 그리 다르지 않은 나의 삶,
나아가 앞으로 더 나아질 여인들의 미래까지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