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조경란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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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후기입니다.




<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2024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에는

대상을 차지한 조경란의 <그들>을 비롯해

총 7편의 소설이 실려있습니다.

순례자들이 서쪽으로 걸어가면서

지구라는 쳇바퀴를

동쪽으로 굴리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저 끝없는 걸음들이,

지구를 돌리고 있는 것이다.

한 방향으로 늙어가는 사람들의 시간처럼 말이다.

신용목의 <양치기들의 협동조합>은

순례길에서 만난 인물들로부터

길 위에 남겨진 오래된 비밀을 소환합니다.

그 비밀은 4월의 제주, 5월의 광주를 떠올리게 하는

가슴 아픈 이야기로

개인적으로는

곱씹어 보고 기억해두고 싶은 문장이 많아

여러 군데 표시를 남겨두었던 작품입니다.

언제나 울 준비가 되어 있던 학교 아이들,

한 명이 울기 시작하면

이내 여러 겹의 훌쩍임으로 출렁이던 교실,

단지 교복을 입었다는 이유로

버스나 지하철 안에서, 혹은 길 위에서

무턱대고 사과를 하던 어른들과

그런 어른들을

냉담한 얼굴로 바라보던 또 다른 어른들......

그 애도 돌아오지 못한 아이들 중 하나였다.

조해진의 <내일의 송이에게>는

전혀 예상치 못하고 읽어나가던 중

이것이 오래된 4월의 이야기라는 것을 깨닫고

눈물을 쏟았습니다.

그 해 4월은 길을 걷다가도

갑자기 울컥하고 차오르는 눈물 때문에

자주 걸음을 멈추곤 했는데,

그 아픔을 온전히 견디며 살아온 이들은

과연 어떻게 지금을 맞이하고 있을지...

부디 어둠의 긴 터널을 빠져나와

조금은 따스한 온기를 느끼며 살아가고 있기를

간절히 바라봅니다.

누가 더 위험하지?

누가 더 끔찍하지?

대체 누가 더?

인간을 정상과 비정상으로 나누는 기준은

과연 무엇일까?

혼자서 횡단보도를 건너지 못하고

아파트 비상계단을 끝없이 오르내리고

자신만의 암호를 계속해서 중얼거리지만

정모는 그 누구도 해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런 정모를 향해

그리고 그런 정모를 낳은 엄마를 향해

끊임없이 욕설을 퍼붓고

저주를 들이붓는 할머니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상처를 입힙니다.

과연 누가 정상이고

누가 사회로부터 격리되어야 하며

누가 비난받아야 하는 존재일까요.

안보윤의 <그날의 정모>는

정모와 정모의 손을 잡고 놓지 않는

누나 연수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서경은 산산이 부서진 삶의 조각들을

찾아 헤매는 중이다.

조각들을 모아서 원하는 삶을 다시 꾸리고

그 조각을 사람들과 나누는 날을 꿈꾼다.

부단한 노력으로

잃은 것들을 되찾을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서경은 그것들을 되찾을 수 있을까.

찾을 수 있다고 믿어도 되는 걸까.

서경은 무모한 사람일까,

아니면 용감한 사람일까.

이승은의 <조각들>은

사소한 불행이 도미노처럼 망가뜨려놓은 삶을

다시 회복하기 위해 애쓰는

서경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아주 짧은 이야기지만

읽는 내내 긴장감을 느끼게 하는 동시에

서경이 삶의 조각들을 되찾기를 바라게 됩니다.

각 작품마다 작가노트와 함께

유명 작가님들의 리뷰도 실려 있어

재미있는 소설과 멋진 리뷰를

동시에 감상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문학상 심사평까지 함께 보며

각 작품들에 대해 더욱 깊이 이해할 수 있는

매우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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