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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달 1 - 세 명의 소녀 ㅣ 고양이달 1
박영주 지음, 김다혜 그림 / 아띠봄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즘 ‘어른을 위한 동화’라 하면 대부분이 동화와 스릴러를 결합시킨 잔혹동화다. 기존의 동화를 어른의 코드에 맞게 잔인한 이야기로 바꾸어버리고 잔혹’동화’라는 표현을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표현은 아무래도 좀 껄끄럽다는 생각이 든다. 오싹하고 피가 낭자하는 이야기를 어떻게 동화라고 할 수 있단 말인가? 동화라면 기본적으로 선하고 아름다운 상상의 세계를 그려내야 한다. 그리고 진짜 '어른을 위한 동화‘라면 순수한 진심, 찬란한 우주를 보여주면서도 어린 시절의 순정에 대한 기억을 되찾아주어야 마땅하다.
바로 이 책, <고양이 달>은 그런 점에서 ‘진짜’다. 벽에 원하는 것을 그리기만 하면 바로 손에 쥘 수 있는 바라별에 외로운 소년 노아가 있다. 노아는 바이올린 연주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고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읽어내는 소망 통역사이기도 하지만, 정작 노아의 마음을 읽으려는 사람은 없어 고아인 노아는 외롭기만 하다. 그러던 중 신비로운 고양이 달을 마주보는 언덕에서 한 소녀를 만난다. 둘은 서로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며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어느 날 소녀는 알 수 없는 말과 함께 손에 잡히지 않는 구름처럼 이내 사라져버렸고, 소녀가 없어진 후 고양이 달도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다. 사랑하는 소녀와 고양이 달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한 노아는 바라별을 떠나 고양이 달을 찾아 나선다. 온 우주를 돌아다니던 노아는 무지개꽃 모양의 아리별에 불시착하고, 여기서 머리가 셋인 고양이를 만난다. 모나, 마레, 루나라는 이름을 가진 고양이는 눈동자 색이 각각 검정, 파랑, 노랑이었다. 노란색, 파란색, 검정색으로 이루어진 신비로운 고양이 달을 눈에 품은 고양이였던 것이다. 노아는 특히 푸른 바다 같은 눈을 가진 마레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이렇게 아리별에서의 노아 이야기가 계속되는 1권은 아쉽게도 갖가지 궁금증을 남긴 채 막을 내린다. 노아가 평생 사랑하겠다던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 그 소녀가 혹시 고양이 달이 아닐까? 노아는 소녀를 찾을 수 있을까? 마레와의 관계는 어떻게 되는 걸까?
이 책은 이야기 속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초반에는 어른의 사랑과 소년소녀의 사랑이 대비되는 구조가 언뜻 보였다. 그리고 바라별과 아리별에서 일어난 모든 환상적인 사건들은 소년 노아가 지구에 사는 어른 은별이를 찾아와 들려주면서 차츰 전개된다. 원래 노아와 소녀와 고양이 달은 은별이의 꿈 속에 계속 나타났던 이상한 세계였다. 그리고 노아는 꿈 속에서 은별이에게 항상 “달을 그려줘!”라고 절박하게 외쳐 은별이를 괴롭혔다. 꿈 속의 소년을 실제로 만나게 된 일이 처음엔 너무나 터무니 없었지만, 은별이는 점점 노아가 들려주는 이야기에 푹 빠져들게 된다. 은별이는 나중에 노아를 위해 아름답고 신비한 달을 제대로 그려줄까? 모든 것이 궁금하다.
동화와 판타지와 사랑 이야기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거대한 우주와 개개인만의 소우주를 탄생시키는 이 책은 무척이나 신비롭고 환상적이며 호기심과 상상력을 자극하고 소소한 감동까지 선사한다. 동화같은 그림들은 매우 다채롭고 아기자기해서 책을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킨다. 이 모든 요소가 어우러지면서 '고양이달'은 우리의 옛 기억과 마음을 그 넓은 품 속에 대신 담아주며, 우리 삶의 언덕을 밝게 비춰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