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와 외교청서, 방위백서를 통해 독도 영유권 주장을 계속해서 강화하고 있는 일본과, 동북공정에 이어 한글공정을 통해 남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언어까지 송두리째 빼앗아가려는 중국. 이들은 도대체 왜 역사를 왜곡하려는 것일까? 역사왜곡을 통해 일본과 중국이 얻는 이익은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이 책은 고조선의 역사를 통해 그런 물음들에 명쾌한 답을 제시해준다. 우선 저자는, 역사란 단순히 과거 사실의 기록이 아니라 미래를 설계하는 지침이라고 말한다. 따라서 역사를 바로 세워야 하는 이유는, 각 민족과 나라의 고유한 역사, 문화, 예술, 언어 등을 서로 어우러지게 하면서 인류의 평화를 향해 나아가고자 함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을 전 인류에게 짓는 범죄 행위라고 규탄한다. 또한 우리가 역사에 무관심하여 스스로 역사를 되찾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점에 대해서도 ‘인류가 패망의 길을 치닫는 것을 방관하는 길’밖에 되지 않는다며 성토한다. 소설의 주인공인 태영광 박사 또한 우리와 다르지 않다. 태영광 박사는 젊은 내과 의사로, 역사에 관심도 없고 따라서 정확히 알지도 못하는 인물이다. 그러다 우연한 계기로 역사학자인 유병관 교수를 만나게 되었고, 살해된 교수를 대신하여 그간 위서(僞書)로 치부되었던 <환단고기>를 엄연한 역사서로 인정받게끔 노력하게 된다. 역사에 무지했던 주인공 태영광 박사의 시선과 의식과 행동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는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하게 되며, 우리 역사의 의미와 가치에 대하여 각성하게 된다.
이제 서론에서 던졌던 물음들로 돌아가 보자. 우리는 무지하고 무관심했지만, 일본과 중국의 역사왜곡을 방어할 강력한 증거이자 소중한 우리 것으로 바로 서야 할 역사는 바로 고조선과 대진국 발해의 역사라고 한다. 책의 부제인 ‘고조선과 대마도의 진실’이란 바로 대마도가 우리의 땅이라는 진실이다. 이토 히로부미가 무장 점령한 이래로 대마도는 원래 일본 땅이었던 것처럼 여겨져 왔고, 일본은 후에 진실이 드러날 때를 대비하여 먼저 독도를 걸고 넘어지기 시작했다. 마찬가지로 중국도, 현재 점유하고 있는 요동이 원래는 고조선의 후예인 우리 땅이기 때문에 괜히 이어도를 문제화시켜 본질을 잊게 만드려는 속셈이다. 고조선의 ‘역사’를 ‘설화’쯤으로 여겨 왔던 우리들의 오인과 달리, 이렇게 고조선의 역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그리고 잃어버린 대진국 발해의 역사를 되찾으면 고조선의 역사와 요동 또한 되찾을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실제로 학계에서 역사서로 인정을 받지 못하고 있는 <환단고기>를 소설을 통해 실증적인 역사서로 구현하여 고조선의 역사를 재조명하고, 이를 일반인에게 좀더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려 한 점은 훌륭하다고 할 수 있지만, 그런 취지가 무색해질 만큼 플롯의 구성은 치밀하지가 않다. 초반은 흥미진진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증폭되어야 할 긴장감이 더욱 더디어지는 느낌이었다. 굳이 이런 스토리로 끌고 갈 필요가 있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든다. 좀더 괜찮은 작품이 나올 수 있었을 듯싶은데 그저 아쉽기만 하다. 그래도 고조선 역사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데는 모자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역사 ‘소설’인 만큼 다음 편은 더 세밀하고 탄탄한 전개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