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의 책 -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의 도시식물 이야기
이소영 지음 / 책읽는수요일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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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생식물부터 재배식물까지 우리와 함께하는 식물들의 이야기.

#식물라디오
네이버 오디오 클립에서 처음 들었던 방송이 <이소영의 식물라디오>였다. <식물라디오>는 우리 주변에 있는 식물들이 주인공이다. 야생식물부터 과일, 채소 같은 재배식물도 나온다. 그래서 친근하고 어쩌면 자세히 알아두어야 할 정보들이 많다. <식물의 책>은 이 식물라디오에 나온 내용들을 그대로 정리한 책이다. 아쉬운 점이라면 작가님이 방송 중에는 정말 많은 이야기를 ‘쏟아내시는데’ 아무래도 그걸 다 담기엔 지면이 부족했던 것 같다.

#식물세밀화
이소영님은 식물을 그림으로 기록하는 ‘식물세밀화가’이자 식물학자라고 한다. 책에는 직접 그린 식물세밀화가 실려있다. 작품의 느낌보다는 기록으로써 의미 있는 그림들이다. 한 종의 세밀화를 완성하기 위해 수 십 개의 개체를 해부하고 관찰하는 과정을 거친다고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정형화된 데이터를 근거로 그려 나가기에 선 하나, 색 하나가 허투루 그려진 곳이 없다. 식물 그림이 뭐 그렇게 중요한가? 라는 의문이 들 수 있지만 1600년대 그려진 식물들이 지금은 대부분 멸종했다는 사실을 알면 좀 달라 보인다. 그래서 ‘그린다’라는 표현보단 ‘기록한다’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식물이야기
식물의 종, 이름, 모양, 생활, 역사, 설화 등 생태학적 이야기부터 사람과 얽힌 이야기까지 책 크기에 비해 방대한 지식이 담겨 있는 책이다. 계절의 순서대로 되어 있어서 1년을 두고 하나씩 읽어나가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조금 마음 아픈 건 ‘기후변화’에 대한 이야기가 자주 나오고, 줄어가는 ‘종 다양성’의 걱정들도 계속 언급된다. 우리가 보기엔 비슷비슷한 초록 풀이라서 잘 느끼지 못하지만 식물계에서도 절멸하는 사례가 많고 급속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리고 과거, 먼저 활동을 시작했던 영미권 식물학자들의 의해 자생지와 상관없이 그들의 이름이 학명에 들어간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점도 아쉬웠다. 그래서 국명을 잘 정하고 알리는 활동이 중요해 보였다. 무궁화는 중국이 원생지고 우리나라 자생의 소나무에 ‘재패니즈’라는 영명이 들어간 이유도 나온다. 이런 일이 우리나라만 겪는 일은 아니었고 국가 간 식물을 놓고 벌이는 경쟁도 치열했다. 우리나라 딸기 매향과 설향, 블랙보리 음료가 나오기 시작한 이유이기도 한 검은 보리 흑누리 등 재배 식물의 품종 개량, 개선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많이 느꼈던 건 작가님의 식물을 사랑하는 마음이었다.

우리가 모든 식물을 돌보고 보호할 순 없다. 생기고 사라지는 건 자연의 섭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매일 밟히는 풀에도 이름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삶과 모르는 삶은 충분히 차이 나리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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