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인간의 흑역사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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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류 역사의 다양한 바보짓들


#더 좋은 방향
저자는 환경오염, 전쟁, 식민주의 등 인간 행위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나도 저자와 같은 입장이라 쉽게 받아들이며 읽었지만, 다른 입장의 독자라면 이 책이 별로 일 것 같다.
여러 사례들의 발단은 앞서 나오듯이 인간의 ‘편향적 사고방식’ 때문인데, 이건 사실 인간의 잘못은 아니다. 우리를 둘러싼 거대한 생태계가 그런 우리로 만들었고 우리는 거기에 적응하려 노력했을 뿐이다. 다만 과거에 했던 실수를 반복하는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인류는 이미 다양한 경험을 했고 높은 지적 수준을 갖추었기에 새로운 문제가 나온다 하더라도 거기에 어떤 사건이 발생할지 이미 아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미래를 못 내다본 실패의 간략한 역사] 챕터에 나왔던 ‘첫 사건’과 ‘마지막 사건’, 그러니깐 1869년 인류 최초의 자동차 사고와 2016년 인류 최초의 자율주행 자동차 사고는 같은 맥락의 사건이고 조금만 생각하면 예방할 수 있는 사고다. 자율주행 자동차가 나오면서 강조했던 이야기 중 하나는 바로 교통사고가 없어질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일부에선 도로 전체가 자율주행 자동차로 바뀌면 사고도 없어질 것이라고 하는데 과연 그럴까? 전쟁을 종식시킬 것이라던 ‘다이너마이트’나 ‘개틀링 기관총’을 보면 과연 그럴지 의심스럽다.
앞으로는 무언가를 할 때 과거의 실수를 발판 삼아 더 좋은 방향을 충분히 모색해 보고 실행하면 좋을 텐데... 개인이나 속한 집단의 이익은 빼고 범지구적으로 말이다. 아마 저자도 그런 의도에서 이 책을 집필한 것 같다.


#핵심내용
이 책은 사례의 나열이 길어서 저자의 의도를 파악하기 힘든 구조인 것 같다. 그래도 하나의 문장을 꼽으라면, [에필로그 - 바보짓의 미래]에 나오는 내용을 꼽고 싶다.
“그래서 ‘뭔가 조치를 좀 해보자’ 단계가 겨우 진행될 듯하다가도 꼭 번번이 ‘사실인지 토론부터 해보자’ 단계로 되돌아가곤 한다. 예전에 유연 휘발유 제조사들이 썼던 전술과 별 차이가 없다. 해악을 부정하는 증거를 찾을 필요가 뭐 있나?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라고 최대한 오랫동안 주장하면서, 그동안 부지런히 돈을 긁어모으면 되지.”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유연 휘발유의 역사는 충격적이다.) 위 문장에서 저자가 이야기하는 ‘유연 휘발유 제조사들의 전술이란 ‘이익과 결부된 사람들’이 문제의 ‘논지’를 되돌려 핵심을 흔드는 행위를 말한다. 해결을 위한 진전이 없게 만드는 것이다. 이런 행위는 실수라기보단 알면서도 하지 않는 ‘악’한 경우라고 생각된다.


#아쉬운 점
이 책의 단점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된다. 먼저 한쪽의 입장만 부각하고 있다. 어떤 현상 자체는 사실 그대로 기술했겠지만, 그걸 해석하는 과정에는 여러 입장차가 존재하는데, 저자는 자신이 말하고 싶은 ‘흑역사’를 위해 안 좋은 면만 강조했을 것이다. 다만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자신도 편향적이라는 점을 언급하고 있다. 인식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작할 만 하지만, 이런 류의 책이 독자 입장에서는 ‘풍부한 읽기’가 안될 때가 많기에 아쉽다.
두 번째는 사례의 서술이 부실했다. 내가 알지 못했던 ‘오스만 제국’의 흥망성쇠 내용이나 ‘콜럼버스’ 이전에 이미 지구가 둥글다는 생각이 흔했다는 내용 등 신선한 부분도 있었지만, 챕터마다 빈약한 사례들이 있어서 아쉬웠다. 내용을 조금만 더 보탰다면 주장이 더 탄탄해졌을 텐데 아쉽다.

그래서 ‘뭔가 조치를 좀 해보자’ 단계가 겨우 진행될 듯하다가도 꼭 번번이 ‘사실인지 토론부터 해보자’ 단계로 되돌아가곤 한다. 예전에 유연 휘발유 제조사들이 썼던 전술과 별 차이가 없다. 해악을 부정하는 증거를 찾을 필요가 뭐 있나? ‘결론이 나지 않은 문제’라고 최대한 오랫동안 주장하면서, 그동안 부지런히 돈을 긁어모으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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