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79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김남주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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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에게 사랑이란 무엇일까.


첫문장 : 폴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예전의 일들
사실 이 소설을 읽다가 잊고 있던 기억이 되살아났다. 이 세상의 남녀 관계는 참 다양한데, 어쩔 땐 우리가 서로 비슷한 일들을 겪고 사는 건 아닌지-하는 의문이 들 때가 있다. 오늘처럼 이렇게 잊고 있던 기억을 끌어내는 이야기를 마주했을 때 말이다. 그 당시 그녀의 생각은 무엇이었을까. 왜 그런 선택을 했을까. 아직도 남아있는 질긴 미련들은 이 소설로도 풀리진 않을 모양이다.


#비관적
혹자는 주인공 ‘폴’의 선택이 격정적 자극보다 일상적인 안정을 택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이 ‘안정’일까? 자신의 선택 후에 어떤 전화가 올지, 어떤 생활이 이어질지 아는 그녀에게, 그 선택이 우리가 아는 진정한 의미의 안정일지 의문이 들었다. 오히려 ‘바뀌지 않는다’ 혹은 ‘바꿀 수 없다’는 취지의 결말로 느껴졌다.


| “그녀는 완벽한 안정감과 더불어 자신이 그에게 완전히 익숙해져 있음을 느꼈다. 로제 이외의 누군가를 사귀는 일 같은 건 할 수 없으리라. 그녀는 그런 안정감에서 서글픈 행복을 끌어냈다.” |


소설 속 한 문장이다.
사강이 이야기하는 ‘안정’은 우리가 평소에 말하는 ‘안정’과는 거리가 있다. ‘서글픈 행복을 끌어낼 수 있는 안정’이란 말에서 그 의미를 알 수 있는데, ‘익숙해지는 것’에서 ‘완벽한 안정감’을 느끼고, 그것은 ‘서글픈 행복’을 준다. 익숙하고 길들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어떤 것에서 벗어날 수 없는 삶을 살아가게 되는지도 모른다.


안정을 택했든, 포기를 택했든, 의미가 무엇이든 간에 결말은 비관적이다. 답답하고 마음이 복잡해지는 결말. 전문가들은 그것이 ‘사강’다운 결말이라고 말한다. 그녀의 작품 속 폴은 안타깝고 무기력하게 보였는데, 실제 자신은 도발적이고 솔직하며 방탕한 생활을 영위했다고 한다. 돈을 좇았고, 스피드광이었으며, 약물과 술에 빠져 살았던 그녀. 어쩌면 ‘폴’처럼 무기력해지는 게 두려웠던 것은 아닐까. 그래서 그녀의 작품은 단순히 비난에 그치는 비관이 아닌 위선적인 세상을 향해 내던지는 냉소로 가득한 비관처럼 느껴졌다.


#인생의 답
처음 읽을 땐 가벼웠다. 인물들의 관계가 복잡한 것도 아니고, 어려운 내용도 아니며, 이해하기 힘든 감정이나 현재의 생활방식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잘 읽혔다. 하지만 읽고 난 후에 걸리는 감정들이 많아 더 깊이 빠져드는 책이다.
사강은 제목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뒤에 말줄임표(...)를 꼭 쓰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물음표가 아닌 말줄임표. 그것은 남자 주인공 시몽이 여자 주인공 폴에게 건넨 질문이 아닌 폴의 자아가 폴 자신에게 묻는 것이라는 어떤 분의 해석이 기억에 남는다. 사강은 이 소설을 통해 ‘타인의 질문’이 아닌 자기 마음에서 울린 ‘자아의 질문’에 더 집중하고 싶었던 것이다. 사랑하는가? 그래서 행복한가? 그 행복은 언제까지일까? 본질을 알지 못하고 본질에 가닿지 못하는 우리들이 무슨 정답을 내릴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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