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에 누워 읽기 시작했다. 엎드렸다가 바로 누웠다가 하며 몸을 뒤쳐기기는 했지만 한 숨에 읽어 나갔다. 틀어놓은 음악처럼 고요하고 차분한 속도로 읽혔다. 하지만 마음은 복잡해져갔다. 소유와 쇼코의 성장이 그리고 그 가족들의 인생이 나의 삶과 얽히고 설켜 슬프고 심란한 채로 읽혀갔다. 많은 생각이 입 속에 걸렸지만 할수는 없을 것 같다. 소유 엄마처럼 할아버지처럼 숨겨야 할 것 같다. 숨겨야 할 사람에겐 숨기고 말해야 할 사람에겐 말해야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움푹파여 내피가 드러난 쇼파처럼, 얇디 얇아져 바스라질 것 같은 오래된 내의처럼 우리의 마음은 하염없이 불안정하기만 하다. 지금 나는 바스러져가는 각 서른이 된 소유의 모습일까? 무엇도 감지하지 못한채 내 안으로 침잠하는 닻에 묶여 어디로든 나아가지 못하는 중인 걸까? 아마도 모든 것이 무서운 것이다. 앞으로 맞이할 무서운 일들에 맞이할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되었으니깐. 바닥은 너무 찬데 실내온도가 높다며 돌아가지 않는 보일러처럼 뭔가 잘못되었지만 딱히 손볼 수 없는 것들에 나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 어쩌면 무언가 딱 부러지게 고장이 나서 내 눈 앞에 보여지길 기다리고 있는 건지도. 심숭생숭한 마음으로 글을 써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