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없는 세상
앨런 와이즈먼 지음, 이한중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벌써 1, 2년 지난 것 같다. 책 나눔으로 나왔던 책인데 아무도 선택하지 않을 것 같아서 내가 받겠다고 했었다. 제목만 봐서는 소설책인지 역사책인지 알 수도 없었고, 외계인설을 주장하는 그런 이상한 류의 잡서 느낌도 났었다. 책의 첫 장엔 ‘인간 없는 세상 연대기’라는 가상 시나리오가 있다. 그걸 볼 때까지만 해도 그저 그랬다. 그런데 본문으로 들어가자 분위기가 달라졌다. 진지하고 진중한 내용들이라 놀랬다. ‘인간 없는 세상’을 상상한 내용은 정말 극히 일부분에 불과했고, 대부분이 과거와 현재의 사실에 할애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내용들도 인간과 환경 사이에서 중요한 지점들만 짚어가고 있었다.


이 책은 인간과 자연이 어떤 관계를 이루며 왔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떤 상태에 놓여있는지를 기록한 환경 취재기다.


#다양한 장소
이야기는 다양한 장소에서 이루어진다. 대도시부터 공장 밀집 지대, 섬처럼 남은 보존지역, 토착종과 외래종의 경쟁이 심화된 곳, 전쟁이나 오염으로 버려진 곳 등 다양한 장소의 과거, 현재, 미래를 이야기한다.


#다양한 견해
생태학자나 국립공원 직원처럼 친환경 전문가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부분만 취사선택 했겠지만) 도시의 시스템을 유지시키는, 이를테면 발전소 직원, 지하철 유지보수 담당자, 전기공, 비료 사업가 등 보호 운동과 관련 없는 사람들의 의견도 함께 조망한 점이 좋았다. 이들의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건 도시 시설물도 보수작업을 해야만 유지된다는 점이다. 나의 직관으론 한번 지은 건물, 도로는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 한 제법 오랜 세월을 견딜 거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다는 점을 새롭게 알았다.


#생각해볼 만한 이야기들
그와 더불어 뉴욕 지하철은 매일 물을 퍼내는 작업을 한다는 이야기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유칼립투스 나무는 증기기관차의 연료 확보를 위해 심어진 외래종이라는 사실, 아메리카 대륙에 대형 포유류들이 빠르게 멸종한 역사, 화학비료 사업을 시작한 사업가가 말년엔 화학비료 사용을 반대하게 된 일화, 바다를 떠다니는 플라스틱 알갱이에 독성물질이 쉽게 달라붙는다는 연구결과 등 생각해볼 만한 내용들이 많았다. 얼핏 들어본 내용도 있지만, 자세하고 깊게 파고드는 점에서 저널리스트의 특징이 잘 드러나고 궁금함을 채워주는 글이었다.


#다양성 파괴 #합성 물질의 범람
작가의 전반적인 주장은 인간이 지구에 너무 큰 영향력을 (그것도 빠르게) 끼치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들었던 생각은 지구의 ‘다양성 파괴’와 ‘합성 물질의 범람‘이 심각한 수준이라 여겨졌다. 이 글이 쓰여질 당시가 2005년이므로 현재는 또 얼마나 심각해졌을지 걱정된다.


#인구조절
마지막에 작가의 인구조절 주장이 짧게 나온다. 요약하면 ‘한 가정당 하나의 자녀만 갖자’는 것인데, 도덕적 문제나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점에서 비판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나는 실질적인 해결책으로써 작가의 주장에 동의한다. 현실적으로 저 방법이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은 작가도 알고 나도 안다. 하지만 현재 우리 상태를 봐서는 에너지나 생활용품을 줄이기는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하나의 방안으로써 유효해 보인다는 것이다.



최근에 기업들이 우주 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것을 자주 듣는다. ‘플래니터리 리소스’처럼 이제는 지구 밖 자원까지 채굴하는 시대에 왔다.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수십억 광년 떨어진 지구형 행성으로 이동할 방법을 찾지 못하거나 화성 전체를 지구처럼 만들 수 없다면 인류의 우주개발은 지구가 기반이 될 수밖에 없지 않을까?

지구를 아껴야 한다는 것은 단순한 감수성의 호소가 아니다. 우리가 경각심을 갖지 못하는 건 <인간 없는 세상>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은 정보를 제대로 들을 수 없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첫 문장]

혹시 ‘비알로비에자 푸차‘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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