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해, 여름 손님 (반양장)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안드레 애치먼 지음, 정지현 옮김 / 잔(도서출판) / 2017년 8월
평점 :
절판


사랑, 첫사랑에 대한 이야기.


#여름
독서 모임에서 ‘여름, 책 읽기’ 미션으로 만난 책이다. 이탈리아 현지인들도 휴가를 떠난다는 8월의 여름. 그 여름처럼 강렬했고 그곳을 여행 온 이방인처럼 설레는 작품이었다.


#책에 대해
나는 양장보단 반양장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겉표지를 벗기면 나오는 영문의 제목과 복숭아 이미지도 좋았다. 다만, 겉표지가 약한 재질이라 쉽게 찢어지고 상할 수 있다는 점이 아쉬웠다. 도서관에는 겉표지가 남아있는 게 없어 보였다. 내부의 상하좌우 여백이 넓지 않아 어색했는데 다행히 읽는 데는 큰 지장이 없었고 가독성도 좋았다.


#책과 영화
책은 엘리오의 감정을 깊이 알 수 있다. 반면 다른 이들의 감정 또한 엘리오의 시선에서 주관적으로 서술되어 있어서 상상력이 필요하다. 엘리오가 올리버에 대한 이러저러한 평가를 늘어놓아도 독자로서, 엘리오보단 더 큰 어른의 시선으로 해석하며 읽게 된다. 영화는 아무래도 시간적 한계로 긴 이야기를 짧고 속도감 있게 풀어나간다. 그것이 장점이 될 수도 있지만 섬세한 감성을 모두 보여주기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미국 아카데미를 포함 유수의 영화제에서 최우수 각색상을 받았지만 난 여전히 원작이 마음에 든다. 그리고 원작에선 두 주인공이 헤어진 후 뒷이야기에 대한 부분도 참 중요한데, 현재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는다. 그것까지 다 넣는다면 무리가 있기에 계획적으로 제외한 것이다. 전체 내용에 비해 아주 짧은 부분인데 감독이 후속편으로 만들 의향을 내비쳤다. 오히려 그 부분이 더 기대된다. 아마도 우울하고 습한 슬픔의 영화가 될 것 같다.


#엘리오의 첫,사랑
처음. 우리 인생의 모든 처음은 두근거림의 역사다. 처음 시작하는 것들의 끝은 알 수 없고, 부딪혀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게 처음이 끝나면 경험이 된다. 경험 후에 우리의 태도는 조금씩 신중해진다. 엘리오와 올리버의 차이는 거기에 있다. 첫사랑의 엘리오. 그에게 그 사랑은 어떤 것으로도 귀결되지 않는, 미래를 가늠할 수 없는 역동이다. 젊음과 혼동과 집착 속을 오가는 그의 감정이 오롯이 느껴져서 읽는 내내 떨렸다.


#올리버의 사랑
반면, 이 사랑의 끝을 아는 올리버의 감정은 아스라한 자취를 남긴다. 처음부터 그의 마음을 눈치챘지만 거리를 두어야 했던 올리버. 하지만 엘리오의 고백을 외면하진 못한다. 아이의 첫니, 첫걸음마, 첫입학 모습을 보며 자신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는 엄마처럼 누군가의 첫경험은 자신의 처음을 떠오르게 한다. 어쩌면 올리버도 혼동 속에 휩싸인 엘리오를 보며 자신의 어린 날을 떠올리지 않았을까? 올리버의 사랑은 엘리오를 위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엘리오의 눈에 비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동정한 것일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
사랑은 사랑하는 내 모습에 취하는 것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열심히 해보는 나. 점차 바뀌는 나. 행복한 모습의 나. 상대방 속에서 새로운 나를 발견하는 것이 사랑의 실체인지도 모르겠다. ‘나를 네 이름으로 불러줘’라는 것도 그런 것이다. 나를 통해 너를 느끼듯, 나도 너를 통해 나를 느낀다는 것. 이 현실 속에, 이 시간 속에, 우리가 존재함을 느낀다는 감각. 어쩌면 인간은 <향연> 속 아리스토파네스의 말처럼 두 개체가 등이 붙은 하나의 존재였는지도 모르겠다. 끝없이 너를 또는 나를 찾는 사랑의 과정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아버지
엘리오의 아버지는 이 둘의 관계를 알고 있다. 원작에서는 은근하게, 영화에선 확실히 드러난다. 정말 멋진 건, 아들을 대하는 방식과 태도이다. 아픈 사랑을 해야 하는 엘리오가 불쌍하기도 했지만, 이런 따듯한 아버지를 둔 것은 부러웠다. 만일 내게 다음 생이 있다면 좋은 아버지로 살아보고 싶다. 우리 사회에서 ‘혈연’이란 말이 부정적으로도 사용되지만, 사실은 아름다운 관계이지 않은가. 육체적인 사랑이 아닌, 부모와 자식이라는 관계로 모든 것을 이해하고 보듬어 줄 수 있는 사이. 개인적으로 이 소설에서 인상 깊던 장면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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