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개
박솔뫼 지음 / 스위밍꿀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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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의 흐름을 따라 어딘가로 흘러가는 이야기



#젊은 작가
서촌 보안서점에 갔다가 동물을 소재로 한 책들 사이에서 ‘박솔뫼’ 작가 소설집을 보았다. 팟캐스트를 통해 그녀의 이름을 들었던 터라 관심이 갔다. 짙은 녹색 바탕에 동물과 식물, 아기자기한 구름인지 연기 같은 그림의 붓터치가 감각적이고, 가운데 크게 자리한 반짝이는 금박 강아지가 돋보인다. 뒷면에는 “저는 정말 개가 되고 싶어요.”라는 문구가 궁금증을 유발한다. 같은 시대를 살아가는 젊은 작가의 글을 읽어보고 싶었다.



#동면
표제작 <사랑하는 개>와 함께 총 4편의 단편이 실린 단편집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여름의 끝으로> 작품이 가장 좋았다. 다른 작품들은 평범한 일상을 다룬 작품인 데 반해, 이 작품은 겨울이 되면 동면을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SF적이기도 하고 왜 그런 설정을 했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독특한 문체
박솔뫼 작가 특유의 문체를 전혀 모르고 읽었기 때문에 처음에는 당황했다. 내용이 머리에 들어가지 않아 몇 번이고 다시 읽기도 했다. (나중에 이야기를 들어보니 작가님의 친구들도 어렵다는 토로를 한다고..) 내가 지금껏 읽어온 소설의 구조는 단순한 단문형식이거나 상세한 묘사와 상황 설명이 잘 되어있는 글들이었다. 그나마 어렵다고 한다면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몽환적인 글이거나 고전문학처럼 지금 시대에 잘 쓰지 않는 표현이기에 어려운 정도였다. 하지만 박솔뫼 작가의 글은 ‘내용적인 면’이 아니라 ‘기능적인 면’에서 완전히 야성적이고 분열적인 형식을 보인다. 서사 글이지만 읽다 보면 시처럼 느껴진다.




#의식의 흐름
박솔뫼 작가의 글은 ‘의식의 흐름’을 읽는 기분이다. 이동진 평론가는 그녀의 글을 ‘연속되는 작은 구릉을 넘어가는 느낌’이라고 평가했다. 나도 같은 느낌을 받았다. 글의 앞뒤 내용은 높낮이가 없고 평등한 문장이 나열되는 구조다. 그 평등한 연결이 독자를 어디로 끌고 갈지 모른다는 점에서 혼란스럽지만 반대로 매력적이다. 처음 읽으면 난해한데 두세 번 읽다 보면 조금씩 나아졌다.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작가의 매력은 이런 독특한 문체에서 빛을 발하는 것 같다. 내용의 서사나 사건의 구조보단 ‘글맛‘을 음미하고픈 그런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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