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일, 모레 정도의 삶 - 〈빅이슈〉를 팔며 거리에서 보낸 52통의 편지
임상철 지음 / 생각의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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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리스로 살아온 저자와 그 앞에서 부끄러워진 나.


#단상
서울역, 지하철 노숙자. 노숙자들을 보며 나는 어떤 생각을 해왔는가. 더럽고 냄새나고 왜 저렇게 살까-라는 생각? 그들이 그렇게 된 이유에 대해선 그들 개인의 탓으로 돌렸던 무지한 날들. 이젠 그 앞에서 알지 못했다고 말하는 것이 민망하고 부끄러워진다. 이 세상에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그리고 그런 삶을 원해서 사는 사람은 없다. 사람으로부터 소외되어 가는 사람들. 과연 나에게 그 책임이 없을까.


#지나쳐가는 것들
몇 달 전, 합정역 지하로 들어가면서 빨간 조끼에 모자를 쓰신 분을 보았다. ‘무가지’ 같은 걸 판매한다는 것만 인식한 채 무심히 지나쳤다. 언제부턴가 그런 분들이 눈에 들어오기는 했지만, 파는 것에 호기심을 느끼거나 (냉정하게도) 눈길을 주지도 않았었다. 이처럼 내 인생에서 무심히 지나쳐가는 소중한 것들이 얼마나 많을까. 어쩌면 우리 인생은 하루하루 수많은 ‘소중함’과 ‘이야기’를 그냥 흘려보내는 행위인지도 모른다. 내가 어떻게 잡을 방법은 없다. 다만 많은 사람이 조금씩만 더 움직인다면 나를 포함한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본다. 요즘 난 이 책을 주변에 추천하고 있다.


#홈리스의 책
처음 임상철님을 보게 된 건, <김지수의 인터스텔라> 기사에서다. 제목에 적힌 ‘18년간 홈리스’라는 문구가 아프게 와 닿았기에 저장해 두었었다. 그러다 글쓰기 수업 선정 도서로 책을 알게 되었다. 현재 우리 사회에서 홈리스이자 일용직 노동자인 분이 주목받는 것도 놀라운 일인데, 출판사를 통해 책을 내셨다니, 관심이 안 갈 수 없었다.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숙연해졌다. 내가 만약 홈리스였다면 어땠을까. 가족도 없고 집도 없는 상황에서 내일을 위한 힘을 낼 수 있었을까. 모든 걸 떠나 인간적으로 배울 점이 많은 책이었다.


#염치
‘궁핍하게 살면서도 염치와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한다. 빅이슈를 팔 때, 사주던 사람이 대개 젊은 여성들이었는데, 그때부터 지금까지 여성 노숙자 쉼터에 적은 금액이지만 기부를 한다. 어릴 적 보육원에도 있었기에 고아원에도 기부를 하고 있다.’ 그가 한 인터뷰에서 말한 내용이다. 적은 금액이라며 겸손하게 말씀하셨지만 분명 일반인 기준에서 적은 금액이지 그분에게는 절대 적은 금액이 아닐 것이다. 한 달에도 수십 잔의 커피를 마시며 돈을 써대는 나는 염치없는 사람. 아무리 이타적인 마음만 갖고 있으면 뭐하겠는가. 정말 적은 금액이라도 만들어내서 어려운 이웃을 돕는 실행력이 절실히 필요하다. 조금씩 찾아봐야겠다.


#목욕
길거리 노숙인들에게 가장 크고 시급한 문제는 목욕과 빨래라고 생각된다. 상당수의 사람들이 그들에게서 나는 냄새에 거부감을 느끼고 피한다. 이 책을 읽어보면 그분들도 그걸 잘 인식하고 있다. 하지만 그걸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게 문제다. 예전에 외국의 한 자선단체(?)가 이동식 부스를 이용하여 노숙인들에게 세탁과 샤워를 제공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어떤 이벤트성이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그런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했으면 좋겠다. 깨끗이 씻고 자신의 몸을 정돈한다는 것은 자존감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남에게 다가가지 못하고 차단당한 사람은 외로움 속에 침잠될 뿐이다.


#철학자
우린 모두 삶의 철학자이다. 정치가에겐 정치철학이 있고, 스타강사에겐 공부철학이 있고, 주부에겐 구매철학이 있다. 철학이 한가지인 사람도 있고, 직업이나 사회적 역할에 따라 여러 가지인 사람도 있다. 그 철학들에 높고 낮음이야 없겠지만, 그래도 나는 ‘산다는 것’을 탐구하는 사람들에게 더 마음이 간다. 자신의 삶 전체를 깊이 탐구해본 사람들의 태도는 확실히 남들과 다른 것 같다. 말은 투박하고 행동은 거칠지 몰라도 그런 사람의 말과 행동은 항상 선을 지키고 겸손할 줄 아는 것 같다. 나도 그런 철학을 내 몸과 마음에 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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