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브르 곤충기 1
앙리 파브르 지음, 김진일 옮김, 정수일 그림, 이원규 사진 / 현암사 / 2006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자신의 삶을 기록한 곤충기.

#어린시절 곤충기
어린 시절, 집 뒤로 동산이 있었다. 잔디가 아름답고 드넓은 공간이 있는 그런 동산은 아니지만, 덕분에 곤충들이 참 많았다. 푸른 여름이 되면 각종 개미와 풍뎅이, 나비가 보였고, 풀잎인 척 앉아있는 방아깨비 옆으로 메뚜기가 뛰어다녔다. 하늘이 높아지면 잠자리들이 비행 실력을 뽐내며 날아다녔고, 나무마다 장수하늘소와 매미가 크기별로 앉아 있었다. 밤이면 가로등을 향해 하루살이와 나방들이 달려들었고, 끊이지 않는 귀뚜라미 소리를 들으며 잠들기도 했다.

#완역본
현암사라는 출판사에서 완역본 파브르 곤충기가 나와 있다고 했다. 알고 난 이후로 알라딘을 갈 때면 항상 찾아보곤 한다. 1편을 읽으니 어린 시절 청소년판으로 읽었던 파브르 곤충기와는 확연히 달랐다. 청소년판은 곤충을 실험한 부분만을 각색해서 실었다는 것을 이 완역본을 보고 알게 되었다.

#에세이
파브르 곤충기는 실험의 기록이라기보단 에세이에 가까웠다. 어릴 때 보던 책처럼 ‘쇠똥구리 편’, ‘벌 편’ 등등 곤충별로 분류된 것이 아니라 생각의 흐름대로 연구가 이어지는 구조였다. 그래서 백과사전같이 결과가 정리된 책이 아니라 파브르 자신의 궁금증으로 가득한 책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곤충사회를 통해 본 인간사회
현지에서는 그를 곤충학자라기보다는 철학자, 시인으로 더 알려져 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책을 읽다 보면 곤충의 행동을 통해 인간사회의 모순을 이야기할 때가 있다. 최재천 선생님이 생각나기도 했고, ‘개미’를 쓴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생각나기도 했다. 나도 어린 시절 곤충을 보며 그런 생각에 들곤 했는데, 어쩌면 곤충을 관찰하는 행위가 우리 인간에게 그런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기록하는 삶
56세에 1권을 출간, 곤충과 식물 연구에 평생을 바친 파브르는 30년 동안 10권의 곤충기를 완성했다. 이어 11권도 집필 중이었지만 완성하지 못하고 떠나셨다.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1800년대를 살았던 파브르를 보면서 마지막 삶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곤 한다. 손에 잡히는 이 10권의 책이 놀라운 건지, 아니면 마지막 30년을 기록에만 매달리며 살았던 모습에 감동을 느끼는 것인지 아직도 모르겠다. 무언가에 빠져 평생을 연구하고 기록했던 그를 닮고 싶다던 어린 시절의 꿈이 생각난 하루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