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구왕 서영
황유미 지음 / 빌리버튼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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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한 순간들을 침묵했던 지난날의 반성



#사회문제를 다룬 독립출판물
독립출판물로 인기를 얻어 기성 출판된 책이다. 이 책에 대해 아는 건 없었지만, 인기가 많다는 건 알고 있었고 여기저기서 꾸준히 추천받아왔다. 개인적으로는 발랄한 제목에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궁금하기도 했다. 표제작 <피구왕 서영>을 포함하여 5편의 단편소설이 있다. 각각 다른 작품이지만, 차별과 고정관념에 빠져있는 ‘집단’ 안에서 불안과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 ‘개인’의 모습을 다루었다는 공통점을 공유한다.


| “어린 시절 나는 폭력에 예민한 편이었다. 육체적인 폭력뿐 아니라 언행과 구조적인 부분까지 여러 방면에서 집단 내 개인에게 행해지는 폭력을 감지하는 감각이 유난히 발달했던 것 같다.” (프롤로그 중) |



#차별이 낳은 권력
작가는 어린 시절부터 집단이 가하는 폭력이 불편했다고 한다. 작가와 달리 어릴 적 나는 그런 걸 느끼지 못한 채 살아왔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성별, 나이, 외모, 빈부, 취향 등 개인 요소들에 우열을 매겨 구분 짓는 행위를 나도 모르게 앞장서거나 동조해 왔다는 생각이 든다. 알고 했든 모르고 했든, 피해자가 생겼을 것이고 그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었다는 걸 부끄럽게 생각한다.



#집단과 개인
이 책은 차별을 만드는 주체가 집단의식에 기대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가장 안전하고 보편적이라고 생각하는 가정, 학교, 회사라는 집단 안에서 피해를 보는 개인이 발생한다는 건 어떻게 보면 아이러니한 일이다. 집단이 돌아가기 위해선 집단을 이루는 개개인들 중에 힘(권력)을 가진 자들이 나타나고 그들은 운영과 통제를 위해 우열관계를 만들고 방조한다. 이런 점을 일상 속에서 계속 인지하지 않으면 우리 자신도 모르게 여기에 동조하고 동화되어 버리는 것 같다.



#피구왕 서영
성장소설이자 집단에서 생겨나는 편 가르기와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초등학생으로 집단의 문제를 다루었다는 점이 독특했다. 책에 나오는 아이들의 모습과 사건들이 과거 나의 초등학교 시절을 떠올리게 한다. 추억 속의 나와 친구들도 책에 등장하는 아이들처럼 같은 실수를 했던 것이다. 어쩌면 서영이처럼 어릴 때부터 그 점을 파악하고 있던 친구가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부조리를 알아챈 서영. 몰랐던 과거의 나. 피해자이면서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피해자들이다. 소설은 집단이 개인을 위축 들게 한다는 점을 하나의 사건으로 잘 전달하고 있다.



#피구
작가는 피구를 통해 권력이 유지되는 구조를 보여준다. ‘코트’는 사회이고, ‘게임룰’은 법 시스템이라고 한다면, 힘 있는 아이들(현지네 일당)의 ‘말’은 권력이다. 아이들 사이에서 ‘하수구’라 불리는 (즉, 사회에서 소외된) 이가 차별적인 대우를 받고 부당하게 아웃(Out) 판정을 받는 장면이 나온다. 땅볼인데도 친구들은 하수구에게 코트 밖으로 나갈 것을 요구한다. 거기에 더해 공을 피하지 못했다는 야유까지 보낸다. 유일하게 그 판결이 부당하다고 말하는 사람은 윤정이뿐. 서영이와 다른 아이들은 이런 모습을 보고도 묵인한다. 하지만 권력자인 현지는 윤정의 주장을 가볍게 되받는다. | “이미 죽은 걸로 됐는데 무르는 것도 좀 아니지 않아?”
상황을 정리한 건 현지의 한마디였다. 현지는 땅볼이다, 아니다로 판정을 내리기보다는 상황의 적합성을 이유로 윤정의 문제 제기를 뭉갰다. 그러자 아이들이 현지의 말에 한마디씩 거들었고, 아무도 편을 들어주지 않는 윤정의 주장은 힘을 잃었다. (P77) |

이 장면을 읽으며 나도 많은 ‘부당함’을 묵인하고 외면했다는 반성을 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앞으로도 그런 일에 선뜻 나서질 못할 것을 안다. 이런 행동이 심하게 몸에 베여버려 의식조차 못 하는 경우가 이후로도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런 문제에 대해 계속 생각하고 말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느리지만 지속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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