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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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작품과는 달라진 스타일의 김애란 작가님 단편집. 마음의 계절은 관계로 변화된다


▶입동 :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건 영원한 고통의 시작인지도 모르겠다. 그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서조차 그 사람의 흔적을 발견하게 되는 고통. 겨울의 시작이다. ▶노찬성과 에반 : 가끔 과거의 상실을 지금의 관계 속에서 찾으려 할 때가 있다. 하지만 현실은 또 하나의 과거가 만들어지는 중. 과거는 잊고 현실에 집중해야 하는 이유. ▶건너편 : 사랑하는 사람에게 먼저 헤어짐을 말한다는 건 힘든 일이다. 상대의 자리가 내가 있는 ‘이곳‘이 아닌 ‘저 건너편‘의 어디라는 걸 알게 된다면 조금은 쉬워질까. ▶침묵의 미래 : 소멸도 큰 세력에 의해 통제되고 관리되어지는 세상. 자연의 법칙은 뻗어 가는 확장이지만 인간의 사회는 소멸과 통일로 귀결된다. ▶풍경의 쓸모 : 사람은 순간을 사는 존재. 행복은 사진에 남고 고통은 기억에 남는다. ▶가리는 손 : 사람들은 숨기기 위해서 가린다. 무엇을 숨기는지는 모르지만. ▶어디로 가고 싶으신가요 : 갑작스러운 상실로 고통스러워하는 사람에게 많은 이들은 뉘앙스의 언어로 위로한다. 하지만 고통스러운 이에게 필요한 건 정확한 언어로 소통하는 일이지 않을까.


#관계와 상실
사람이 등장하는 어떠한 이야기든 ‘관계의 얽힘‘이 존재할 것이다. 사람이라서 그렇고 함께 살아가니 그렇다. <바깥은 여름>에 나오는 단편들은 (침묵의 미래를 제외하고) 이런 관계의 얽힘 위에 상실(헤어짐)의 정서가 덧입혀진 느낌이 들었다. 자식 또는 배우자를 잃거나, 이별 중에 있거나, 내 사람이 내 사람이 아닌 것 같은 느낌을 받거나, 마음의 멀어짐으로 골이 깊어진 인물들을 보며, ‘관계‘와 ‘상실‘의 얽힘에 대해 생각하며 읽었다.


#침묵의 미래
예전에 <이상 문학상 작품집>에서 읽었던 작품인데 개인적으론 아주 흥미롭고 신비스러운 느낌을 받았다. 소수민족의 언어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그렸는데 화자가 사람이 아니라 언어의 영혼이 성찰해 나가는 내용이다. 장편으로 만들어도 좋을 것 같았는데 실제로 작가님도 그런 고려를 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픽션이지만 어떤 면에선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현상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거대 세력에 의해 소멸하는 작고 소중한 것들이 떠올라서 슬프기도 했다. 무차별한 통합과 소멸은 합리적이란 말로 정당화되는 세상. 인간이 그런 특성을 지닌 존재라면 각자의 내면에도 그런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을 터다. 세상의 일은 내가 어찌할 수 없겠지만, 나의 내면의 일은 깊은 사색을 통해 소중한 것을 지키는 사람이고 싶다. 내 중심에서 멀어져 침묵하는 것들을 흔들어 깨우는 지성과 용기를 가지고 싶다.


#계절
세상의 계절은 일정하고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마음의 계절은 변화무쌍하고 각자가 받아들이는 느낌도 다르다. 그래서 타인에게 이해받기도 힘들고 거기서 얻은 마음의 병으로 목숨까지 위태로워지기도 한다. 이 내면의 계절을 우리는 제어 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자가 치유가 가능한 것이 아니다. 마음의 계절을 변화시키는 건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니라 바로 옆에 있는 그들과 그것들이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마음의 계절이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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