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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냥 버스기사입니다 - 묵묵하고 먹먹한 우리 삶의 노선도
허혁 지음 / 수오서재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책을 덮고
정류장을 한 곳 한 곳 지날 때마다 기사님의 얼굴이 자세히 보인다. 아마 허혁 기사님은 민망해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기사님을 알아갈 때마다 좋다. 이 책을 읽게 된 동기처럼, 한 사람을 알아가고 한 그룹의 생활방식을 알아간다. 이제 시내버스를 탈 때면 이 책의 내용들이 나에게 벨을 눌러 신호를 보낸다. 책에서 나왔던 표현들과 이야기가 내 머릿속을 채운다. 좋은 책이었는지 아닌지는 현실을 살아가면서 느낄 수 있다. 책의 내용이 내 생활 속에서 다가오고 따스함이 된다.
#이상형
언제부턴가 나보다 나이가 많다고 해서 더 나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놓게 되었다. 이 꼴 저 꼴 다 보며 외계인보다 더 괴상한 인(人)들을 보았던 터다.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사람은 자신을 깊이 탐구하면서도 그 사이사이에 남의 삶까지도 헤아릴 수 있는 그런 사람이다. 허혁 작가님이 딱 그런 분이다. 작가님의 모든 의견에 동의할 수는 없겠지만 그분이 보여주는 삶의 태도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사람이 구름 떼라면 작가님 같은 분들은 청정한 맑은 공기다. 아니 공기청정기에 가깝다. 주변의 사람들까지 정화시켜주는 인간청정기. 이런 분들이 많았으면 싶다.
#버스기사
내가 몰랐던 기사님들의 삶과 고초, 그리고 그분들이 자주 떠올리는 생각을 알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사람들은 각자의 어려움 속에서 산다. 하지만 타인이 그 삶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서로 부딪히고 오해가 쌓이고 싸우는 것이지 않을까. 나는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이해하는 것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 첫걸음이라 믿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를 쓴 기사님을 보더라도, 좀 무뚝뚝하시더라도, 운전이 꿀렁꿀렁 거칠더라도, 정류장에 서 있는 나를 모른 채 지나가더라도 이제는 이해할 것이다. 그리고 그 가운데서 이 책이 계속 떠오를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그분들 삶이 나에게 전해진 것이다.
#아들, 남편, 아빠, 버스기사
사람의 외형은 한곳에 머문다. 하지만 내면은 떠돌아다닌다. 과거의 고통과 미래의 걱정은 인간의 숙명이다. 그것을 끊을 수 있다면 인간으로서 해탈한 것이다. 그 굴레를 끊어버리고 싶다. 그 굴레가 한 인간에게뿐만 아니라 주변의 여러 사람들에게까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싫다.
허혁 작가님 글에서도 그러한 고민들이 보인다. 자신이 밉고 남이 밉지만, 그 사이를 비틀비틀 운전해 가는 모습은 나를 숙연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