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날이 소중하다 - 한 뉴요커의 일기
대니 그레고리 지음, 서동수 옮김 / 세미콜론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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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적인 서점과의 만남. 4월 27일. 한 달 내내 설레며 기다린 그 날은 아주 화창한 초여름 날씨였다. 사장님은 쿨하게도 내가 도착할 때까지 문자 하나 없었다. 상담을 받는 한 시간 동안 책과 관련된 내 이야기가 정제되지 않은 채 막힘없이 나왔다. 십분 같은 한 시간이 지나고 서점 문을 나와서야 상담 중에 오고 간 생각들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

2.
5월 10일. 정성스레 쓰인 편지와 함께 궁금했던 처방책이 도착했다. 사적인 서점 사장님은 ‘유연한 삶의 태도를 가지고 싶어 하는‘ 나에게 <모든 날이 소중하다>를 처방해 주셨다. 남의 인생 스토리를 좋아하고 그 속에서 내 삶의 방향을 찾고자 하는 나에게 ‘그레고리의 삶‘을 선물로 준 것이다. 덧붙여 ˝이해하려면 여백이 필요하다˝는 다른 책의 구절도 함께 쓰여 있었다.

3.
이 책은 그레고리가 직접 그린 아기자기한 그림과 꼬불꼬불한 글씨로 채워진 책이다. 따뜻하고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았던 책은 첫 이야기부터 충격이었다. (사전에 어떤 정보도 보지 않고 읽었기에 더욱 그랬다) 전체적으로 그림책에 가깝지만, 내용이 주는 무게감이 더 묵직했다.

4.
중요한 것은 그 무거움을 끌고 나가는 그레고리에게 있었다. 고민하고 변화하는 그의 모습. 그 모습을 따라 많은 생각을 불러낼 수 있었다.

5.
그레고리는 침착하고 담담하게 글을 이어나간다. 하지만 실제로는 수많은 분노와 좌절의 결과였을 것이라 짐작한다. 그는 담담하게 ‘받아들임‘과 ‘비움‘의 정신을 강조하고 있다. 그대로 받아들이고 판단하지 않는 것. 그가 깨우친 삶의 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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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7
왜냐는 질문 없이 항해하고 초연함으로 나아가겠다면서 뗏목이, 일련의 규칙이 필요해졌으니 말이다. 모든 걸 내려놓아야 한다. 허무로다, 허무! 이 망할 놈의 뗏목조차 허무다. 문제는 내가 위로와 안전, 즐거움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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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5
왜냐고 묻지 않는 삶이라고 모든 생각을 저버리는 것은 아니다. 그 반대다. 계획의 노예가 되지 말고, 목표에 얽매이지 않는 것을 말한다. 나중에 사로잡히지 말고, 현재에 조금 더 충실하자는 뜻이다.

6.
‘받아들임‘과 ‘비움‘을 생각하다보니 알렉상드르 졸리앙의 <왜냐고 묻지 않는 삶>이 생각났다. 거기서도 내려놓고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하지만 그 책을 읽고 난 이후에도 계속 힘들었었다. 특히 감정이 문제였다.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현실에서는 따라하기 힘들다고 생각했다. 통제할 수 없으니 내려놓기 힘들었다. 그레고리는 그걸 ‘그림 그리기‘를 통해서 극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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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는 그리는 방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방법에 있었다. 나는 내가 그리는 대상을 눈으로 사랑스럽게 어루만지듯 했다. 내 시선은 모든 굽이와 도드라진 곳들에 정성스럽게 머물렀고 표면을 따라 그늘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렇게 바라볼 때, 그것이 무엇이든 나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고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 중요한 것은 그 느리고, 애정이 담긴 바라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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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이미지와 기호를 사용해 모든 것을 나누고 구분한다. (...) 이 상징들은 우리들이 세계를 보는데있어 하나의 장막이 된다. (...) 내가 생각하던 비참한 삶도 어쩌면 그저 나만의 환상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7.
알타미라 동굴벽화는 구석기 사람들이 그렸다고 믿기 어려울 정도로 실력과 묘사가 뛰어나다. 하지만 구석기 시대다. 어떻게 그 사람들이 고대나 중세의 예술가보다 잘 그릴 수 있었을까? 고대 이집트 벽화나 중세 프레스코화와 비교해보면 인류의 그림 실력은 퇴보되었다고 봐야 맞다. 이점에 대해 많은 학자들은 인간 의식구조의 기호와 상징화를 지적한다. 언어가 발달하면서 우리는 확실히 많은 사물과 상황을 글자로 정의할 수 있게 되었다. 언어와 의식 체계의 발전이 인류의 그림 실력을 퇴보하게 만들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우리 앞에 놓인 사건과 상황들도 왜곡적이게 받아들이고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 뇌가 왜곡적으로 판단한 환상일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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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내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헛된 생각들이다. 몽테뉴가 말한 것처럼, ˝나의 삶은 지독한 불행으로 가득한데, 그 대부분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이다.˝ 중요한 것은 오늘이다. 내 삶의 충만함을 있는 그대로 360도 모든 방향에서 바라보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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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이 우리를 어떻게 대해줄지를 정할 수 없으며 단지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대할지만 결정할 수 있다. (...) 나는 지금도 슬퍼지고는 한다. 그러나 그림 그리기와 마찬가지로, 떨어진 말에 다시 오르면 그만큼 성장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성숙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음 주에 내가 다시 바보가 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삶은 변화하는 것이므로 우리는 언제나 주의 깊게 깨어있어야 한다. 다행한 일은 삶이라는 마차는 당신이 거기에서 떨어져도 다시 기어오를 때까지 기다려 준다는 점이다.

8.
나는 ‘삶의 문제‘에 대해서 ‘그리는 방법‘만을 찾아 왔는지 모른다. 반면 그레고리는 ‘바라보는 방법‘이 핵심이라고 말하고 있다. 내 삶을 앞으로 어떻게 잘 그려갈 것인가 보다는 어떻게 바라봄으로써 자신의 삶을 받아들이면 좋은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느꼈다. 사실 아직도 나는 정확히 깨닫지는 못하고 있다. 하지만 내가 몇 년 전부터 취하고 있던 자세를 이제는 변화시켜 볼 때도 되지 않았나 싶다.

차이는 그리는 방법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는 방법에 있었다. 나는 내가 그리는 대상을 눈으로 사랑스럽게 어루만지듯 했다. 내 시선은 모든 굽이와 도드라진 곳들에 정성스럽게 머물렀고 표면을 따라 그늘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이렇게 바라볼 때, 그것이 무엇이든 나는 아름다움을 볼 수 있었고 사랑스러움을 느꼈다. (...) 중요한 것은 그 느리고, 애정이 담긴 바라봄이다.

사람은 이미지와 기호를 사용해 모든 것을 나누고 구분한다. (...) 이 상징들은 우리들이 세계를 보는데있어 하나의 장막이 된다. (...) 내가 생각하던 비참한 삶도 어쩌면 그저 나만의 환상일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에게 가장 고통스러운 것은 내 자신의 마음이 만들어 내는 헛된 생각들이다. 몽테뉴가 말한 것처럼, "나의 삶은 지독한 불행으로 가득한데, 그 대부분은 일어나지도 않은 일들이다." 중요한 것은 오늘이다. 내 삶의 충만함을 있는 그대로 360도 모든 방향에서 바라보는 것 말이다.

우리는 삶이 우리를 어떻게 대해줄지를 정할 수 없으며 단지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대할지만 결정할 수 있다. (...) 나는 지금도 슬퍼지고는 한다. 그러나 그림 그리기와 마찬가지로, 떨어진 말에 다시 오르면 그만큼 성장하기 마련이다. 그럴 때마다 성숙해지지만, 그렇다고 해서 다음 주에 내가 다시 바보가 되지 않는다는 법은 없다. 삶은 변화하는 것이므로 우리는 언제나 주의 깊게 깨어있어야 한다. 다행한 일은 삶이라는 마차는 당신이 거기에서 떨어져도 다시 기어오를 때까지 기다려 준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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