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라이어티 - 오쿠다 히데오 스페셜 작품집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해용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3월
평점 :
절판


<버라이어티>는 제목처럼 오쿠다 히데오의 다양한 색깔을 볼 수 있는 작품집이다.

#가볍지만 친근한
책 중에는 위대하면서 멀어 보이는 작품이 있는가 하면 가볍지만 친근하게 다가오는 작품도 있다. 오쿠다 히데오의 작품은 후자에 가까운 것 같다. 처음 <공중그네>를 읽었을 때의 느낌도 그랬었다. 가볍게 툭툭 던지는 말들 속에 현실의 문제들이 녹아있어 더욱 와 닿았던 오쿠다의 소설을 또 이렇게 읽어 보게 되었다.

#단편들
▶<나는 사장이다> <매번 고맙습니다> 두 편은 직장 퇴사 후 사장이 되어가는 과정을 현실적이면서도 유쾌하게 다룬 연작 소설이다. 뒷 부분에 어린 딸이 학교 숙제로 아빠에게 돈 버는 것에 대해서 인터뷰하은 부분이 기억에 남는다. ▷<드라이브 인 서머>는 읽다 보면 어의없는 상황과 답답한 맘에 한숨과 쓴웃음이 저절로 나는 소설이다. 하지만 소설 밖 우리 현실이 더 답답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크로아티아vs일본>은 한 축구광의 모순적인 모습을 채치 있게 잘 표현한 진짜 짧은 글이다. ▷<더부살이 가능>은 오쿠다 히데오가 쓴 잘 짜여진 스릴러 한 편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작가는 작가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세븐틴> 열 일곱살 사춘기 딸을 둔 엄마의 내적 갈등을 재미있게 다루고 있다. 사춘기 자녀를 가지기 전에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여름의 앨범>은 아련한 추억을 자극하는 ‘보조 바퀴가 달린 자전거‘와 가슴 뭉클한 가족 드라마를 보는 듯했다. ▶<오쿠다 히데오 x 잇세 오가타> <오쿠다 히데오 x 야마다 다이치>는 내가 잘 모르는 사람들이라 깊이 있게 알지는 못했지만, 공감 가는 부분들도 많았고 배울 점도 많았던 대담 두 편이었다. 인터뷰 형식이라 작가의 스타일을 더 가깝게 느낄 수 있었다.

#해학과 풍자
오쿠타 히데오 소설을 처음 접하게 된 건 해학과 풍자의 대가라고 들었기 때문이었다. 실지로 그의 소설을 읽으면 현실의 문제를 가볍게 웃어넘길 수 있어서 좋았었다. 이번 <버라이어티>를 읽으면서도 역시 그런 면모를 느낄 수 있었고 그와 더불어 그의 다양한 스타일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더 좋았던 건 ‘대담‘ 두 편을 통해 그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그가 평소에 어떤 걸 추구하고 어떠한 생각으로 작품을 집필하는지 대화 중간중간에 스며져 나오는데 그걸 읽으면서 작가가 더 친근하게 다가왔고, 그가 왜 해학적이고 풍자적으로 작품을 풀어나가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마지막에 ‘후기라기보다 변명입니다.‘로 시작해서 ‘저는 앞으로 16년 후면 죽습니다‘로 이어지는 <작가 후기>는 그의 인간다운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해학과 풍자는 사회 현상이나 현실을 우스꽝스럽게 드러낸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공감과 비판이라는 서로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다. 나는 그의 작품과 작품을 집필하는 자세를 통해 살면서 추구해야 할 ‘공감적 시각‘과 ‘비판적 시각‘이 어디를 향해야 하는지 또, 어떻게 작동해야 하는지를 조금은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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