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신
김숨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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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과 이혼, 종국엔 인생에 대한 성찰이 담겨있는 소설.


김숨 작가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결혼과 이혼에 대한 고민을 징그럽게 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 책은) 고민의 결과물”이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이혼이 사회적 낙인으로 작용한다. 합의이혼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싶었다. 이혼이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제도를 벗어나 더 완전한 관계가 있을 수 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이혼을 대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고 싶었다”


#소개
가끔 출판사 광고나 서점의 홍보로 눈에 띄었지만 구매는 하지 않았던 책이다. 그러다 뜻밖의 선물로 받았다. 읽는 내내 많이 아프고, 공감되고,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소설이었다. [이혼], [읍산요금소], [새의 장례식] 3편 모두 한국 사회에서 결혼이라는 제도와 이혼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이혼]은 현실적이고, [읍산요금소]는 몽상적이고, [새의 장례식]은 환상적인 소설이었다고 하면 괜찮을까? 읽다 보면 3편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느낌을 받는다.


#결혼과 이혼
가장 잘 안다고 생각하는 누군가와 생활을 공유한다는 건 개인의 삶에서 아주 커다란 사건이다. 하지만 타인은 절대 내가 될 수 없다. 지내다 보면 상대가 아니라 내가 많은 걸 내려놓아야 함을 알게 된다. [이혼]에서 민정은 남편 철식에게 이렇게 말한다. ˝나는 당신의 신이 아니야. 당신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찾아온 신이 아니야. 당신의 신이 되기 위해 당신과 결혼한 게 아니야.˝ 결혼은 어느 한쪽만을 위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러한 관계를 왜 권위로 누르려 하는 것일까. 민정의 어머니는 지속적인 구타에 평생을 고통에서 살았지만 결국 이혼을 하지 않는다. 답답한 민정은 ‘이혼이 소원이라고 그러지 않았냐‘며 다그치지만 어머니는 ‘모르겠다...‘라는 말만 남긴다. 이혼 소송을 준비하는 대기실에는 오십삼 년을 함께한 노부부도 나온다. 무엇이 그들을 함께 살게 만들고 못 살게 만드는 것일까.
그리고 먼저 이혼한 영미 선배는 이렇게 고백한다. ˝부부가 뭔지 모르겠어 (...) 결혼해 사는 내내 수억 광년 떨어진 행성처럼 서로 겉도는 느낌이었거든. (...) 새벽에 잠에서 깨, 그 사람 손을 슬그머니 그러잡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어. 옆에 누워 잠든 그 사람이 이생에서는 만날 수 없는 존재처럼 멀고멀게 느껴져서.˝
나도 가끔 운명이나 인연을 믿을 때가 있다. 하지만 잠에서 깬 것처럼 혼자라는 자리로 돌아오곤 한다. (연인과의)사랑도, (친구와의)다툼도, (자녀와의)헤어짐도 모두 그 끝에는 혼자라는 자리가 있다. 우리는 각자만의 속도와 방식으로 ‘인생‘을 공전하는 고독한 행성일지도 모르겠다.


부부든 연인이든 친구든 우리에게 필요한 건 서로를 이해하는 능력, 공감이 필요한 게 아닐까.

#공감
지대넓얕 - 도덕감정론과 멘탈파워에서 공감의 특성에 대해 들었다. 공감은 어떤 특성이 있을까? ①공감은 상대의 마음을 직접적으로 느끼는 게 아니라 상황에 대입시켜서 느끼는 역지사지 능력이라는 점. ②상대가 느끼는 것보다 공감하는 사람의 감정 자체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점. ③따라서 공감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고, 완전한 공감이란 있을 수 없다는 걸 인정하는 자세 또한 필요하다고.
혼자뿐인 인생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공감‘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다. 공감의 특성이 사랑과 닮았다. 저절로 이루어지지도 않으며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고 완전한 사랑이란 없다는 것. 결혼은 그런 사랑을 기반으로 한다.
결혼은 사랑하기 때문에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었을 때 하는 것이 아닐까.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또 들으며 이해를 해나가는 과정으로 살겠다는 약속. 그것이 결혼서약이지 않을까.


#마치며
김숨 작가는 <작가의 말>에서 이렇게 마무리하고 있다. ˝(...) 내년 여름에도 그리고 내후년 여름에도 계속될 것 같았던 일들은 대개 그해 여름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세상에 계속되는 것은 없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계속되리라는 환(幻)만 있을 뿐.˝
소설의 내용은 비록 힘들었지만, 이 글을 통해 ‘좋아지고 있는 거’라고, ‘지금보단 나아질 거’라고 말하는 듯한 희망을 느끼며 책을 덮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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