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판 Arpan K-픽션 2
박형서 지음, 김소라 옮김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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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창작물)과 표절에 대한 이해


#문화의 전파와 표절
박형서 작가는 소설 아르판을 쓰면서 세 가지를 고민했다고 한다. ‘문화의 전파‘, ‘표절‘ 그리고 ‘둘이 얼마나 다르며,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가‘다.
나도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문화의 전파‘라고 하면 일단 단어의 뉘앙스가 긍정적인 느낌이 들며, 문화를 전파하는 주체가 내 공동체라면 우쭐한 기분이 날 것이다. 요즘 K-Pop, K-Drama 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하지만 영향을 받는 입장으로 보면 나의 문화가 잠식당할 수 있기에 불안할 것이다.
‘표절‘은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부정적인 느낌을 준다. 그리고 문화를 주고받는 관계가 반대로 형성되어 불편함을 주기도 한다.
이처럼 ‘전파‘와 ‘표절‘에서 공수가 뒤바뀐다는 점이 흥미롭고 둘의 차이점이 확연해 보이는 듯하다. 하지만 문제는 현실 세계에서 이 둘의 구분이 힘들다는 것이다. 한, 중, 일 역사만 살펴보아도 그렇다. 우리가 인정하기 싫은 ‘영향을 받은 것‘과 우리가 주장하고 싶은 ‘영향을 준 것‘의 사이에는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박형서 작가가 그랬듯 나도 말하기 힘든 일이다. 역사는 퇴보나 진보라는 잣대가 개입할 틈을 주지 않는다. 다만 분명한 건 문화나 창작물이 역사의 흐름 속에 서로 섞이며 호흡해 왔다는 것이다.

#아르판
소설에서 표절하는 주체는 한국인 화자이고 갈취당하는 자는 소수민족의 아르판이다. 소설 중반에 화자가 아르판에게 자신의 정당성을 구구절절 설명하는 장면이 나온다. 화자의 주장은 ‘국가의 힘‘이나 ‘문화력‘ 같은 힘의 논리였다.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인정했다. 그리고 반대로 우리가 다른 강대국의 영향을 받고 빼앗길 것들에 대해서도 인정해야 한다는 씁쓸함을 동시에 맛보았다. 이 소설은 작가의 말대로 답을 내는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정답이 나오진 않는다. 다만 인상적이었던 건 모든 것을 이해하고 있다는 듯한 아르판의 뒷모습이었다.

"바보야, 세상 모두가 와카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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