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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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연구에 대한 순수한 열정

#식물
식물의 생애와 자신의 삶을 연결시켜 보여 준 점이 인상적이다. 식물 연구자다운 방식이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내용은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들었다. 덕분에 나무의 꽃과 낙엽만 감상하던 나에게서 벗어나 살아있는 한 생명체로서 나무를 느끼게끔 해 주었다.

#여성 과학자
책 속에 등장한 여성 차별 내용은 전혀 예상하지 못하고 읽어서 그런지 더 크게 와닿았다. 이런 걸 볼 때면 과학은 이성적이지만 사회는 차별적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우리 대학생들처럼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병원에서 많은 시간 일을 한다거나 비정규직처럼 연구비 마련을 위해 전전긍긍하는 그녀의 모습은 과학자라는 나의 환상을 깨고 친근함으로 다가와 주었다. 그 속에서도 당당하게 현실과 대면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순수 에너지
순수한 열정. 이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그녀다. 그녀도 나도 쉬운 건 없고 실수투성이지만 그녀는 다시 일어서려는 몸짓을 지니고 있다. 이 책을 읽은 모든 사람이 그 몸짓의 에너지를 느꼈을 것이다. 그녀의 에너지는 하와이에 마련한 집이나 연방 정부의 연구비 계약이나 교수 자리에 있지 않다. 국경을 넘나들며 끌고 다닌 실험기구들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동료 빌과 언제나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는 식물들과 항상 옆자리를 지켜주는 남편과 아들에게 있다.


#자연에 대한 단상 01
늦여름 아침, 어린 나는 잠자리들이 주차된 자동차 보닛 위를 정신없이 날아다니는 걸 볼 때가 많았다. 개중에는 꼬리 끝으로 다른 잠자리 목을 감싸진 ‘커플 잠자리‘들도 있다. 커플 잠자리들은 비행하다가 보닛을 살짝살짝 치면서 날아간다. 타수산란이라고 하는 산란 모습인데, 비행하며 수면 위에 알을 떨구는 방법이다. 한마디로 그 잠자리 커플은 햇살에 반짝이는 보닛을 물 표면으로 착각하고 산란을 하는 것이다. 어린 나지만 그 모습을 볼 때면 슬픈 생각이 들었던 것 같다.
어쩌면 우리도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우리는 현실(물) 위를 산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공간(보닛)에서 의미 없는 행동을 반복하며 사는 게 아닐까? 그렇게 자연은 날 흔들어 깨워준 존재였다.



#자연에 대한 단상 02
요즘에 보이는 자연이라곤 집 속 화분이나 도로 한복판에 놓인 흙먼지 속 가로수가 전부다. 한강을 나가도 잘 정비된 자전거 도로와 인공적인 잔디밭만 보일 뿐이다. 사실 자연은 그런 게 아니다. 잘 정리되어 있고, 깔끔하고, 위생적이고, 안전한 것은 자연이 아니다.
<가만한 당신>에 소개된 더글러스 톰킨스와 크리스는 2억 7500여만 달러 (약 3250억 원)에 땅을 사들였다고 한다. 그리고 ‘한 것‘이라고는 그 땅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 결과 그들은 세계에서 가장 광활한 사유지 야생공원과 국립공원을 만들어냈다. 그들이 보여준 행동과 결과는 우리가 자연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정확히 알려주고 있다.

P175
(...) 15킬로그램의 이파리가 필요한 만큼의 영양분들을 흙에서 모으려면 나무는 적어도 3만여 리터의 물을 흙에서 빨아들여 증발시켜야 한다. 그 정도면 유조차를 채우기에 충분한 양이고, 스물다섯 명의 사람이 1년 동안 마실 수 있는 물이며, 다음에 언제 비가 올지 걱정을 하게 만들기에 충분한 양의 물이다.

P241
과학자들도 나무들이 사람이 아니고, 감정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에 대해 감정이 없다는 말이다. 우리를 향해서는. 그러나 어쩌면 서로에 대한 감정과 관심은 있는지도 모른다. 어쩌면 위기가 닥치면 나무들은 서로를 돌보는 것인지도 모른다.

P329
그러나 다 자란 단풍나무가 자손들에게 제공하는 한 가지 믿을 만한 부모의 사랑이 있다. 매일 밤 자원 중에서도 가장 소중한 자원인 물을 땅속 깊은 곳에서부터 길어 올려 약한 어린 나무들에게 나눠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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