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이라면 평생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 다이어트다. 특히 요즘같이 맛있는 것들이 넘쳐나는 때에는 정신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비만의 길로 들어서기 십상이다. 찌고 굶고 다시 찌고의 악순환 속(딱히 크게 빼 본 적이 없다)에서 '인생이란 대체 무엇인가' 곱씹으며 하찮은 몸뚱이를 야속하게 바라보던 게 벌써 몇 해째다. 어째서 살은 찌기 쉽고 빠지기는 어려운 것일까. 그렇다. 나는 음식 중독 상태였다. 초콜릿 중독이다. 딱히 배가 고프지 않아도 찾게 되는 초콜릿은 마성의 음식이다. 하루 800칼로리 코고속 다이어트의 저자인 마이클 모슬리도 밀크 초콜릿 중독자임을 밝혔다. 마이클 모슬리는 간헐적 단식법으로 유명한 의사이자 과학 프로그램 진행자이다. 그는 초콜릿 중독이 설탕 중독과는 조금 다르다고 말했다. 아무리 달콤한 간식을 좋아해도 설탕통에 얼굴을 처박는 짓은 하지 않으니까. 2015년 미국 미시건 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가장 중독성 있는 음식에서 1위가 초콜릿이었다. 나 말고도 초코 홀릭들이 많은 것 같아 아주 조금 위안이 됐다. 특정한 중독 음식들에는 눈에 띄는 특징이 있다고 하는데 바로 탄수화물과 지방의 혼합물이라는 점이다. 대부분 2:1의 비율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인간의 모유 비율과 흡사하다고 한다. 모유 또한 100밀리리터당 약 8그램의 탄수화물과 약 4그램의 지방이 있으며 놀라운 단맛이 있다고 한다. 모유와 초콜릿의 흡사한 비율에 놀랍기도 하지만 나는 모유를 끊은지는 매우 오래되었으므로 놀라움에 그쳤다. 그래도 역시 신기한 발견이다. 연구팀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자, 그럼 이제 어쩌란 말이냐. 드디어 '건강한 다이어트' '초고속 800칼로리 다이어트'를 위한 마이클 모슬리의 해법을 샅샅히 살펴본다. 그는 3단계 프로그램을 제안한다. #1단계: 급속한 체중 감량 초고속 다이어트 시동을 거는 작업이다. 하루 800칼로리 식단표를 참고하여 각자의 상황에 따라 짧게는 2주, 길게는 12주까지 지속한다. 여기서 제시하는 식단표는 저칼로리 저탄수화물이기 때문에 케토시스 상태가 나타난다. 케토시스(ketosis)란 우리 몸이 에너지를 얻기 위해 지방 연소로 생성되는 케톤체를 포도당 대신 이용하는 상태를 말한다. 이는 곧 '신진대사 스위치 돌리기'에 적응하는 과정이다. 이 기간에는 현기증 등의 부작용 등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수분을 계속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800칼로리 섭취 기간에 TRE방식을 추가해 보는 것도 좋다. TRE(Time Restricted Eating). 즉 식사제한 식사법, 제한된 시간 간격 내에서 모든 식사를 마치는 방식이다. 저녁을 조금 일찍 먹고 아침을 조금 늦게 먹는 식으로 시작 가능하다. 12시간 이상 단식을 해야 효과적이다. #2단계: 5:2 단식 매일 하루 800칼로리를 섭취하던 방식에서 간헐적 단식, 즉 5:2단식으로 바꾼다. 일주일 중 이틀만 800칼로리를 섭취하는 것이다. 이틀을 제외한 5일에는 칼로리 계산은 하지 않되, 식사량 조절과 건강에 좋은 지중해식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여기서 말하는 지중해식은 전통적인 방식을 말한다. 질병 퇴치 효과가 있는 비타민과 미네랄이 풍부한 채소류, 콩류뿐 아니라 건강에 좋은 천연 지방과 견과류 및 생선이 많이 포함된 식사방식이다. #3단계: 유지관리 유지관리 단계를 오래 실시할수록 더 수월하고 자연스러워진다. 장기적인 성공을 보장하기 위해 몇가지 전략이 있다. 1. 집에 정크푸드 두지 않기 2. 규칙적으로 체중 재기 3. 체중이 늘면 빠르게 대응하기 등이 있다. 다이어트를 하다보면 때때로 짜증이 나고 화가나는 행그리 상태(hangry)가 되기 쉽다. 그래서 어쩌면 서서히 빼는 것보다 초고속으로 일단 빼고 난 후 유지하는 전략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눈에 보이는 것 없이 더디게 흘러가는 체중감량은 사람을 지치게 하고 우울해지게 하기 때문이다. 불안과 우울은 체중 관리를 포기하게 만든다. 하루 800칼로리 초고속 다이어트에서 제시하는 식단은 우리나라 사람들의 입맛에는 조금 낯설 수 있을 것도 같다. 하지만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저칼로리 저탄수화물의 기본을 적용해 조금씩 변화를 주면 좋은 다이어트의 지침서로 적절할 것 같다. 언제쯤 될까. 살빠지는 그날. 그날이 오면 나에게 옷 한 벌 선물하리.
12월30일부터 1월2일.
나흘간 아들을 위한 티나의 사투가 시작된다.
캠핑에 보낸 아들이 죽어서 돌아왔다. 이혼에 아들까지 잃은 티나는 꿋꿋이 자신의 꿈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 12월 30일. 그가 연출을 맡은 공연 매직이 성공적으로 진행되고 새로운 남자인 변호사 앨리엇까지 만나 순탄하게 인생이 흘러가는 듯 하지만, 어느 날부터 계속 이상한 기운이 감돈다. 아직 죽은 아들에 대한 마음의 정리도 되지 않았는데, ‘죽지 않았어’ ‘구해줘’ 같은 메시지들이 주변에 맴돌고 이상 현상이 계속된다. 티나는 그 날 보지 못했던 아들의 시신을 확인하기로 마음먹는다. 무덤 발굴을 위해 변호사인 앨리엇은 판사 케네벡을 찾아간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알 수 없는 위협적인 일들이 생긴다. 무슨 이유때문인지 누군가 그녀가 아들의 무덤을 여는 것을 방해한다. 티나는 아들 대니가 어딘가에 살아있고, 믿기 힘들지만 아들이 초능력에 가까운 힘으로 자신을 구해달라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것을 인정한다. 티나는 아들을 찾아 구출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그들을 가로막는 비밀요원들과 목숨을 건 사투를 벌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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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나는 목을 가다듬고 말했다.
“있죠, 마치..밤 자체가 우리를 보고 있는 것 같아요.. 밤과 그림자와, 어둠의 눈이요.”
어둠의 눈은 과연 무엇인지,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약 450페이지에 달하는 소설이 금세 읽혀졌다. 단 나흘간의 이야기를 이렇게 긴박하게 풀어낸 소설을 오랜만에 읽은 것 같다. 한 편의 영화같은 이야기가 지루할 틈을 주지 않고 빠르게 진행됐다. 액션, 서스펜스, 미스터리, 로맨스와 초자연적 요소가 혼합된 강력한 무게감의 소설이다.
25편의 단편소설, 그리고 작법서. 저자인 박금산님은 현재 문예창작과 교수님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학원 선생님들이 중요한 시험을 대비해 요약한 알짜 요약집 같은 느낌도 들었다. 비유하자면 월간 ‘좋은 생각’ 사이즈의 수학의 정석 같다. 25개의 소설을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이라는 구성 요소에 맞춰 쓰여졌다는 점이 신기했다. 이런 책은 난생 처음 접해봤다. 그래서 처음엔 당황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그 내용이 알차다. 하나하나 재밌고, 스릴 있다. 다음 내용도 궁금해진다. 그 구성에서 위기가 빠진 것은 '위기'라는 요소는 소설에서 어느 한 순간의 단계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매 단계에 배경처럼 깔려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전개 부분에 등장하는 '소설을 잘 쓰려면'이란 작품은 정말 소설을 잘 쓰기 위해 알아야할 것이 나온다. 소설은 한 줄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변신>, 인간이 벌레가 된 이야기. <죄와 벌>, 한 청년이 노파를 살해한 이야기. <안나 카레니나>, 한 여자가 자살한 이야기. 바로 이런 식이다. “인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복잡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와 같은 한 줄은 곤란하다. 모호하고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디테일을 배제하고 줄기만 남겨놔도 독자의 호기심을 끌 수 있어야 훌륭한 소설이라고 한다. 사실 길기만 한 글은 재미가 없다. 이는 비단 소설에만 국한된 건 아닌 것 같다. 나도 짧지만 알찬 글을 쓰고 싶다. 시처럼 쓰는 단편소설. 이 책이 소설을 이끌어내는 소설이라더니. 정말 실천에 옮겨보고 싶어졌다. 누군가는 이 책의 다음 부분을 이어서 쓰고 싶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책에서 언급한 방법대로 자신만의 소설을 쓰고 싶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