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의 순간들 - 박금산 소설집
박금산 지음 / 비채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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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편의 단편소설, 그리고 작법서.
저자인 박금산님은 현재 문예창작과 교수님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학원 선생님들이 중요한 시험을 대비해 요약한 알짜 요약집 같은 느낌도 들었다. 비유하자면 월간 ‘좋은 생각’ 사이즈의 수학의 정석 같다. 25개의 소설을 발단, 전개, 절정, 결말이라는 구성 요소에 맞춰 쓰여졌다는 점이 신기했다. 이런 책은 난생 처음 접해봤다. 그래서 처음엔 당황할 줄 알았지만 의외로 그 내용이 알차다. 하나하나 재밌고, 스릴 있다. 다음 내용도 궁금해진다. 그 구성에서 위기가 빠진 것은 '위기'라는 요소는 소설에서 어느 한 순간의 단계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매 단계에 배경처럼 깔려야하기 때문이다.

이 책의 전개 부분에 등장하는 '소설을 잘 쓰려면'이란 작품은 정말 소설을 잘 쓰기 위해 알아야할 것이 나온다. 소설은 한 줄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변신>, 인간이 벌레가 된 이야기. <죄와 벌>, 한 청년이 노파를 살해한 이야기. <안나 카레니나>, 한 여자가 자살한 이야기. 바로 이런 식이다. “인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복잡성에 대한 이야기입니다”와 같은 한 줄은 곤란하다. 모호하고 독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디테일을 배제하고 줄기만 남겨놔도 독자의 호기심을 끌 수 있어야 훌륭한 소설이라고 한다. 사실 길기만 한 글은 재미가 없다. 이는 비단 소설에만 국한된 건 아닌 것 같다. 나도 짧지만 알찬 글을 쓰고 싶다. 시처럼 쓰는 단편소설. 이 책이 소설을 이끌어내는 소설이라더니. 정말 실천에 옮겨보고 싶어졌다. 누군가는 이 책의 다음 부분을 이어서 쓰고 싶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는 책에서 언급한 방법대로 자신만의 소설을 쓰고 싶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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