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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한 그림 ㅣ 우케쓰 이상한 시리즈
우케쓰 지음, 김은모 옮김 / 북다 / 2023년 7월
평점 :
"그럼 이제 그림 한 장을 보여드릴게요."
심리학자 하기오 도미코는 대학교 강의실에 그림 한 장을 보여준다. 예전에 심리상담사로 일하며 담당한 여자아이가 그린 그림을 복사한 것이다. 여자아이는 'A코'라고 칭하고 A코는 열한 살 때 어머니를 살해했다.
A코가 그린 그림에는 이상한 점이 있다. 여자아이의 입, 집, 나무 그림에서 A코가 집에서 어떤 일을 당하고 있었는지, A코의 감정이 어떤지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었다.
여기서 A코의 나무 그림의 해석이 기억에 남는다. 나뭇가지가 가시처럼 뾰족하게 그려져있는데 이런 모양은 범죄자가 그린 그림에서 자주 보인다고 한다. '해코지하겠다', '찔러버리겠다' 같은 사나운 공격성이 표출되었다고 한다. 그럼에도 이 그림을 보고 A코가 갱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 인상 깊었다. 나무에 생긴 구멍 속에 새가 있는 그림을 보고 이런 그림을 그리는 사람은 보호 본능이 있고 모성애가 강한 면이 있다고 나보다 약한 존재를 지키고 안전한 곳에서 살게 해주고 싶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란 걸 알 수 있고 현재 행복한 어머니로 살고 있다고 한다.
처음에 그림을 한 장 보여주면서 그 그림을 강의에서 심리학자가 해석하는 내용으로 시작하는데 평소에 들어봤던 해석과 추가로 나무 안에 새가 살고 있는 그림에 대한 해석은 처음 알게 되어 흥미로웠던 것 같다. 또 앞으로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될지 기대되었다. 맨 앞에 1장이 시작되기도 전에 이렇게 풀기 시작한 이유가 있지 않을까? 궁금했다.
사사키 슈헤이는 스물한 살 대학생이고, 오컬트 동아리의 회원이다. 학교 식당에서 우연히 마주친 오컬트 동아리 후배 구리하라가 무서운 건 보장한다며 알려준 얼핏 보기엔 평범하지만 어쩐지 찜찜한 느낌이 들고, 여러모로 이상한 블로그에 접속했다.
블로그의 이름은 '나나시노 렌 마음의 일기'
블로그는 2012년 11월 28일, 약 1년 반 전에 올린 글을 마지막으로 방치되어 있다. 마지막 글은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라는 제목으로 그림 세 장의 비밀을 알아차렸고 당신이 어떤 고통을 짊어지고 있는지 나는 알 수 없다. 당신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큰지, 나로서는 알 수 없고 용서할 수 없지만 당신을 사랑한다는 내용의 일기이다.
어딘가 이상하고 찜찜한 내용을 담고 있는 마지막 일기가 어떤 의미인지 파악할 수 없어 옛날 일기도 읽어보기로 한다. 블로그에 처음 업로드된 일기는 2008년 10월 13일에 '안녕하세요'라는 제목으로 올라왔다. 그 글에는 블로그의 주인 렌의 아내 유키가 그려준 초상화를 자랑하며 일상을 일기 형식으로 글을 쓸 테니 앞으로 많은 관심을 달라는 내용이 쓰여있다. 다음 글은 2008년 10월 15일 부부의 결혼기념일로 이런 일기가 1주일에 네다섯 번꼴로 올라왔고, 그러던 중 두 사람에게 변화가 온 글 2008년 12월 25일 유키의 배 속에 아이가 생겨 부모가 된다는 사실을 알리며, 이후로 아이에 관련된 화제로 도배된다.
출산 예정일을 앞에 둔 2009년 9월 3일 유키에게 변화가 온다. 산전 우울증이라고 생각한 렌은 좀 더 듬직한 남편이 되겠다며 다짐한다. 다음 날 산타 모습을 한 아이의 그림을 그린 유키가 "이 아이는 우리에게 산타니까"라는 답을 했고 이후 아이가 자란 모습을 그리고 그림 주변에 숫자가 적힌 '미래 예상도'를 보여준다. 유키는 렌이 숫자의 의미를 물어도 "비밀!"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리고 1장의 제목 '바람 속에 서 있는 여자 그림'이 등장하고 이후로 많은 그림들이 업로드된다. 2009년 9월 8일 먼 미래인 나이를 먹어 할머니가 된 아이의 모습이 업로드되었는데 그림 속에 있는 할머니는 흰옷을 입고, 기도를 하는 모습이다.
출산 예정일 한 달 후 유키가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을 들고 왔다. 예정일에 진통이 와서 병원에 갔고, 처음엔 순조로웠지만 분만실에 들어가 몇 시간이 지나도 아이가 태어나지 못했고, 유키의 상태가 급변해서 즉시 수술을 했고 아기는 간신히 구했지만, 유키는 수술 도중 사망한 이야기와 괴롭지만 아기를 위해 강해지겠다는 이야기를 쓰며 소식을 전했다.
다음 일기는 사사키가 제일 처음 읽었던 일기이다. 2009년 10월 11일 유키가 떠난 소식을 전하고 난 뒤 일기를 한 번도 올리지 않다가 3년 후인 2012년 11월 28일에 글을 올린 것. 이제까지 읽은 글들로 유추할 때 '당신이 저지른 죄', '당신을 용서할 수는 없습니다.', '그래도 당신을 사랑하겠습니다.'의 '당신은' 아내라는 점을 알아냈고 마지막 일기는 아내에게 썼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림 세 장의 비밀'은 출산 예정일을 앞두고 그린 '미래 예상도'를 떠올린다.
그림의 순서는 아기 - 할머니 - 어른(여자) - 어린이 - 어른(남자) 순이다. 이 수수께끼는 어떤 식으로 풀리게 될까? 사사키가 이 비밀을 알아차릴 수 있을지 기대되었다.
사사키가 그림의 순서를 배치하고 학교에 가서 후배 구리하라를 만나서 알게 된 사실인 마지막 글을 올리기 전 몇 년의 공백기가 있었던 게 아니라 글이 삭제되었다는 점을 알게 되고 그 글들이 왜 삭제되었을지 궁금했다. 또 구리하라가 분석한 글들의 의미들을 읽고 점점 블로그의 글들의 이상한 부분을 알게 되었다. 이 짧은 글들에 도대체 어떤 수수께끼가 담겨 있는 걸까?
책을 읽다가 등장인물이 달라지고 장마다 내용이 달라지는 것 같아 의아했는데 앞에 나온 등장인물과 연결되는 내용이라서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각 장마다 이야기가 마무리되는데 솔직히 그냥 볼 때는 별생각 안들 수도 있는 그림이기도 하고 또 잘 보면 어딘가 이상한 그림이 수수께끼가 하나씩 풀리며 무서운 의미가 담긴 그림이 된다. 솔직히 첫 장에서 그림의 수수께끼가 풀리고 소름 돋았다. 가독성도 좋은 편이라 피곤하니까 조금만 읽고 자야지라는 생각이 무색하게 책을 다 읽을 때가지 책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림으로 심리를 알아내고 그 그림들의 의미를 알아내는 순간들이 재미있었다. 전혀 무서울 것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딘지 무서운 느낌이 들어 겁먹은 상태로 보기도 했다. 별생각 없이 읽었던 소설인데 생각보다 더 재미있고 손에서 놓을 수 없었던 소설이라 다음에 한 번 더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림으로 심리를 알 수 있는 것을 좋아하거나, 호러와 미스터리를 좋아하시는 분들은 좋아하실 것 같다.
"이 리뷰는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