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밤의 이정표 - 제76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월
평점 :
주요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나는 ‘도가와’ 살인사건, 다른 하나는 ‘하루’와 ‘요스케’의 이야기이다. 우선 살인사건은 나무나 명확하게 밝힌 범인 ‘아쿠쓰’와 그를 숨겨준 ‘도요코’가 중심에 있고, ‘하루’와 ‘요스케’의 이야기에는 ‘하루’를 피붙이가 아닌 돈빌아로 생각하는 하루의 아버지가 포함된다.
전혀 관련없을 것 같은 두 사건이 만나는 지점도 중요하다. 그 만남 자체가 ‘하루’의 비루한 삶과 직결되고, 작은 도움에 시작한 ‘야쿠쓰’의 이야기는 문제 해결보다 잠시동안 안식을 찾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서글프기도 하다. 이 만남은 단지 ‘야쿠쓰’의 지능이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낮아서가 아니라 ‘하루’를을 바라보는 ‘야쿠쓰’가 본인의 삶의 일부를 투영시켜서 그런 소박한 친절을 베푼게 아닐까 한다. 그래서 그런걸까? ‘야쿠쓰’라는 인물이 그저 소극적이었다가 마지막 딱 한번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보여주는 후반부는 온전히 ‘하루’때문이기도 하다.
다소 작게 다뤘지만 ‘하루’의 아버지 역시 나쁜 어른일 수 밖에 없다. 아직 아이라서 피할 수 없는 아버지의 명령에 자신의 몸을 희생할수 밖에 없다는 건 어서 어른이 되어야 벗어날 수 있는 굴레였을 것이다. 아버지이지만 아버지의 역할을 못한 사람과, 아버지가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이 마주치는 부분도 슬플 수 밖에 없다.
인상깊은 부분은?
등장인물 각자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시간 순서대로 이여지는 것 보다 인물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각 챕터가 바로 그 인물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인물 중심으로 사건 이해가 쉽고, 스토리 구성자체도 사건보다는 인물의 입을 통해 전해지다 보니 군더더기가 없다.
배경이 왜 이때인지, 결국 그 이유는 마지막에 밝혀진다. 일본에서, 특히 국가가 개인에 행했던 잘못, 그로 인한 한 인물의 변화와 살인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단죄보다 가엾다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하다. 이런 지점이 이 소설을 서스펜스나 추리물이 아닌 사회파 소설로 불릴 수 있게 만들었다. 작가가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건 반성이자 고발이며, 그 당시에 대해 기억해야 한다는 다짐일 것이다. 이것을 꼭 알려야겠다는 의지가 작가의 담담함에 더 힘을 받아 이야기가 와닿는 게 좋았다. 더불어 다른 측면에서는그 시절을 지난 사람들에겐 향수에 젖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
학교 분위기를 흐트려뜨리는 녀석을 혼내줘서 고마워. 아이들이ㅡ 하나둘씩 늘어놓는 말에, 실은 다들 싫었던 건가 싶어서 도요코는 맥이 탁 풀렸다. 하지만 ‘아파?’하고 우헤하라가 했던 말과 똑 같은 말로 한 방 먹인 야쿠쓰를 칭찬하는 목소리에는 위화감을 느꼈다.
그건 그런 뜻이 아니었다.
그 때 야쿠쓰는 우헤하라 패거리가 왜 길길이 뛰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 아픈지 알고 싶으면 때리기보다 직접 맞아보는 편이 낫지 않나 싶어서.
그건 비꼬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의 의미 아니었을까?
P.132
-----------------------------------------------------------
물론 살인을 용서할 수는 없다. 그리고 살인을 정당화하지도 않는다. 작가가 그것을 위해 ‘야쿠쓰’가 일반인보다는 지능이 낮은,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순수한 마음으로 설정한 것 같다. 그 순수함이 이정표로 생각했던 사람의 배신으로 다가왔을 때 분노를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절을 읽어나감에 있어 ‘반전’이라기 보다 ‘왜 그랬는지’가 중요하다.
살인사건에 가려졌던 아픈 과거의 이야기, 어른답지 못한 어른과 어른이고자 했지만 몸만 자라버린 아이가 어떤 형태로든 부딪힐 수 밖에 없던 이야기. 마지막엔 ‘하루’의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한 ‘야쿠쓰’의 덤덤한 모습이 책을 다 읽고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기억에 남는다.
덧붙인다면?
1. 의외로 여러 형사가 등장하는 데, 사건 해결을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형사는 없다. 뒤늦은 ‘야쿠쓰’ 엄마의 고백이 전부였다.
2. 과거로부터 이어진 예상치 못한 사건의 이면, 낯선 인물들의 관계성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 찾는다면 추천, 멍때리게 만드는 반전을 기대하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블루홀식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