윌리엄
메이슨 코일 지음, 신선해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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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한 때 인간과 비숫한 로봇이 어디부터 어디까지 현실화 될 것인가 생각해본 적이 있을텐데, 그런 상상속에서 부유하던 AI와 로봇에 관한 섬뜩한 소설이 한 편 또 나왔다. 이 소설은 분량도 많지 않지만 배경 자체가 하룻밤 사이 일어나는 일인만큼 속도감도 빠르다. 그래서인지 스토리가 조금은 단조롭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그래서 빠르고 쉽게 읽어나갈 수 있어 하루만에 다 읽을 수 있었다.


인간이라고 느낄 수 없는 괴기스러운 ‘윌리엄’의 말과 행동들은 활자 매체보다는 화면으로 보면 더 공포스러울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무지한 기계볻다 AI인만큼 학습을 통해서인지 아주 형편없는 대화가 아니라는 것이 소설 뒷부분에서 보이는 로봇의 공격을 ‘이미 결과를 알고 행동하는’ 것으로 느끼게 하는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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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눈이 있습니다.”

“입 좀 제발 다물….”

“그래서 당신 안에 뭔가가 빠져 있는 게 보여요. 하지만 당신은 고칠 방법을 모르죠.”

(중략)

“릴리와 데이비스의 사이가 심상치 않아요.”

헨리는 움찔한다. 그러지 않으려 했지만 막을 수가 없다. 윌리엄이 그것도 꾸뚫어 보았다니. 그래도 어떤 일은 무시해야 하는 법이다. 그게 사실이라고 해도. 아니 사실이라면 더더욱.

“무슨 소릴 하는거야?”

“저에게 눈을 주신건 당신입니다.”

P. 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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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럽게 전하는 반전을 대하고서야 전해지는 ‘헨리’와 ‘릴리’의 이해할 수 없던 행동과 심리상태도 있지만 그것들을 복선이라고 보긴 어려울 거 같다. 다만,  ‘질투’라는 감정에 대한 헨리의 이해, 그리고 그에 대한 본인의 반응을 지속적으로 상기하는 방식은 좀 특이하긴 했다. 



인상깊은 부분은?

이번에 새로 나온 소설인만큼 속도감있고 긴장하면서 읽기에 좋을 것 같다. 하지만 유사한 소재를 가진 영화와 소설을 좋아하고 이미 접했던 사람들이라면 기시감을 느낄 수도 있겠다. 대표적으로 딘 쿤츠의 데몬 시드(Demon seed)의 초반 설정같은 것일텐데, 이런 설정만으로 다른 작품들과 유사성이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는 건 어려울 것 같다. 이 소설이 결국 말하고자 한 건 AI가 얼만큼이나 인간과 유사하고 감정이라는 것을 이해할 것인지를 보여주려는 것과 창조자는 그것을 얼만큼 제한해야 할지를 생각하게 만드는 것일 듯 하다.


다만 그런 느낌을 전부 느끼기엔 이야기 배경이 짧고 등장인물도 제한적이라 긴 감정을 유지하기 어렵고, 주요 인물과 ‘윌리엄’의 숨바꼭질과 살인이 반복되면서 짧은 분량임에도 반복되는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개인적으로는 오히려 분량을 조금 줄여 이 내용을 단편 소설로 만들고, 릴리의 결혼 이전 이야기와 로봇 개발, 또는 헨리의 탈출 이후를 다룬 내용을 추가해 연작처럼 만들었다면 더 다양하게 즐길 수 있었을 것 같다.



덧붙인다면?

1. 모든 걸 리모트로 조종할 수 있는 주택인데, 지속적으로 사람들을 쉽게 들어오지도, 다시 나가지도 못하게 한 건 윌리엄인가, 헨리인가, 아니면 또 다른 인공지능인가?


2. AI/로봇의 발전이 가져올 수 있는 가장 어두운 미래의 모습이 궁금하다면 추천, 조금 복잡하더라도 여러 인물이 교차하는 사건들이 만드는 스릴러를 기대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문학수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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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정표 - 제76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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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크게 두 가지의 이야기가 진행된다. 하나는 ‘도가와’ 살인사건, 다른 하나는  ‘하루’와 ‘요스케’의 이야기이다. 우선 살인사건은 나무나 명확하게 밝힌 범인 ‘아쿠쓰’와 그를 숨겨준 ‘도요코’가 중심에 있고, ‘하루’와 ‘요스케’의 이야기에는 ‘하루’를 피붙이가 아닌 돈빌아로 생각하는 하루의 아버지가 포함된다. 


전혀 관련없을 것 같은 두 사건이 만나는 지점도 중요하다. 그 만남 자체가 ‘하루’의 비루한 삶과 직결되고, 작은 도움에 시작한 ‘야쿠쓰’의 이야기는 문제 해결보다 잠시동안 안식을 찾는 것 같아 다행이지만 서글프기도 하다. 이 만남은 단지 ‘야쿠쓰’의 지능이 다른 사람보다 좀 더 낮아서가 아니라 ‘하루’를을 바라보는 ‘야쿠쓰’가 본인의 삶의 일부를 투영시켜서 그런 소박한 친절을 베푼게 아닐까 한다. 그래서 그런걸까? ‘야쿠쓰’라는 인물이 그저 소극적이었다가 마지막 딱 한번적극적으로 나서는 모습을보여주는 후반부는 온전히 ‘하루’때문이기도 하다.


다소 작게 다뤘지만 ‘하루’의 아버지 역시 나쁜 어른일 수 밖에 없다. 아직 아이라서 피할 수 없는 아버지의 명령에 자신의 몸을 희생할수 밖에 없다는 건 어서 어른이 되어야 벗어날 수 있는 굴레였을 것이다. 아버지이지만 아버지의 역할을 못한 사람과, 아버지가 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한 사람이 마주치는 부분도 슬플 수 밖에 없다. 


인상깊은 부분은?

등장인물 각자의 이야기로 시작하는데, 시간 순서대로 이여지는 것 보다 인물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어서 좋았다. 각  챕터가 바로 그 인물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그 인물 중심으로 사건 이해가 쉽고, 스토리 구성자체도 사건보다는 인물의 입을 통해 전해지다 보니 군더더기가 없다. 


배경이 왜 이때인지, 결국 그 이유는 마지막에 밝혀진다. 일본에서, 특히 국가가 개인에 행했던 잘못, 그로 인한 한 인물의 변화와 살인으로 이어지는 부분은 단죄보다 가엾다는 생각이 들기에 충분하다.  이런 지점이 이 소설을 서스펜스나 추리물이 아닌 사회파 소설로 불릴 수 있게 만들었다. 작가가 이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갈 수 없다고 생각했다는 건 반성이자 고발이며, 그 당시에 대해 기억해야 한다는 다짐일 것이다. 이것을 꼭 알려야겠다는 의지가 작가의 담담함에 더 힘을 받아 이야기가 와닿는 게 좋았다. 더불어 다른 측면에서는그 시절을 지난 사람들에겐 향수에 젖을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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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분위기를 흐트려뜨리는 녀석을 혼내줘서 고마워. 아이들이ㅡ 하나둘씩 늘어놓는 말에, 실은 다들 싫었던 건가 싶어서 도요코는 맥이 탁 풀렸다. 하지만 ‘아파?’하고 우헤하라가 했던 말과 똑 같은 말로 한 방 먹인 야쿠쓰를 칭찬하는 목소리에는 위화감을 느꼈다. 

그건 그런 뜻이 아니었다. 

그 때 야쿠쓰는 우헤하라 패거리가 왜 길길이 뛰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이었다. 

- 아픈지 알고 싶으면 때리기보다 직접 맞아보는 편이 낫지 않나 싶어서.

그건 비꼬는게 아니라 말 그대로의 의미 아니었을까?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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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살인을 용서할 수는 없다. 그리고 살인을 정당화하지도 않는다. 작가가 그것을 위해 ‘야쿠쓰’가 일반인보다는 지능이 낮은,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순수한 마음으로 설정한 것 같다. 그 순수함이 이정표로 생각했던 사람의 배신으로 다가왔을 때 분노를 표현할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소절을 읽어나감에 있어  ‘반전’이라기 보다 ‘왜 그랬는지’가 중요하다.


살인사건에 가려졌던 아픈 과거의 이야기,  어른답지 못한 어른과 어른이고자 했지만 몸만 자라버린 아이가 어떤 형태로든 부딪힐 수 밖에 없던 이야기. 마지막엔 ‘하루’의 아버지는 아니었지만 아버지가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한 ‘야쿠쓰’의 덤덤한 모습이 책을 다 읽고 시간이 꽤 지났음에도 기억에 남는다. 



덧붙인다면?

1. 의외로 여러 형사가 등장하는 데, 사건 해결을 위해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형사는 없다. 뒤늦은 ‘야쿠쓰’ 엄마의 고백이 전부였다.


2. 과거로부터 이어진 예상치 못한 사건의 이면, 낯선 인물들의 관계성을  잘 보여주는 소설이 찾는다면 추천, 멍때리게 만드는 반전을 기대하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블루홀식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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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와 칼 - 일본 문화의 양상 현대지성 클래식 60
루스 베네딕트 지음, 왕은철 옮김 / 현대지성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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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아무리 오래된 책이라도 오래 두고 다시 보게 만드는 건 역시 그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이 책에 대해 어스름하게 떠오르는 기억은 대학생이라면 한번 쯤 읽어봐야 한다는 추천에 더불어, 일본에 대해 이보다 더 확실하게 쓰여진 책은 없다는 찬사와 역시 선진국이 적대국에 대해 모든 걸 다 이해하는 척하지만 고정관념에 끼워 맞춘 결론이라는 비판 그 중간 쯤이었던 것 같다. 


이 정도의 분량으로 한 국가와 민족에 대해 이렇게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쩌면 학술적으로는 실증이 부족하다고 하겠으나 자국인도 아닌 완전히 다른 문화의 시선으로 담아낸 일본인들은 책에서 온전하게 자신들을 보여주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그 당시 완독했을 때의 소감이나 이번에 다시 읽은 느낌은 여전히 꼭 읽어봐야 하는 책’이라는 것이다. 다만 최대한 다시 곱씹는 시각으로 찬찬히 보자면 어느 정도는 세워진 결론에 어울리는 여러가지 사례를 엮어낸 것 같기는 하다. 대표적으로는 개인보다 집단의 이익을 우선하는 것, 가부장적 가족 체계와 계층 구조, 지배와 그에 대한 짐재된 폭력성, 억압에 따른 분노 표출 등에 대한 서술이다. 이는 좋은 사례이면서 인류학자의 시각으로 명확하게 짚어주는 건 아주 의미있지만 그렇게 단순하게 짚어내기엔 전쟁 상황에서의 강압적인 분위기와 다양성의 금지, 외부에 드러나는 폭력성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고자 사례들을 발견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런 연구는 결론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보다는 사실 전달에 무게를 두는 만큼 개인적인 방향성이 충분히 들어갈 수 있다고 여겨지는 바, 판단 착오나 오류라기 보다는 좀 더 직접적이고 심층적인 연구가 있다면 더 좋았을 아쉬움이 남는 것으로 보는게 맞을 것 같다.



인상깊은 부분은?

책에서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기리((義理)’에 관한 부분은 다시 읽어도 흥미롭다. 아무 의미 없이 남자들의 일부 행동에 가져다 붙이는 ‘의리’가 아닌 풍습, 문화, 생활 거기에 삶과 죽음까지 모든 것에 관여하는  ‘기리((義理)’는 신기하면서도 다른데서 보아 온 잉본인들을 이해할 수 있는 단초이기도 하다. 이것과 함께 다루어지는 진기(義氣)에까지 이르면 명예와 수치심으로, 어이없게도 ‘할복 자살’에 대한 극적인 설명이 언뜻 이해가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하지만 이성적으로는 절대 이해못할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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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일본인은 실패나 무능에 대하 비난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데, 이런 성향은 한 사람이 누군가에게 패배한 상황에서 특히 두드러지게 드러난다. 어떤 일자리에 다른 사람이 채용되거나 경쟁시험에서 떨어졌을 뿐인데도, 패배자는 실패에 대한 ‘수치를 뒤집어쓴다’. 이런 일을 겪으면 자극을 받아 분발하기도 하지만, 대개는 의기소침해진다.

P.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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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가 많은 부분을 할애했고 전체적인 흐름에 빼놓을 수 없는 ‘기리((義理)’나 지초(自重, 자중)에 대한 것만 보아도 익숙한 듯 하지만 실제 어떤 의미로 일본인들에게 이해되는지는 이 책을 읽지 않으면 전혀 연관짓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사회학적으로 문화적으로 다루기 어려운 주제들임에도 때로는 장황하게 때로는 간단명료하게 맺고 끊는 건 이 책이 가진 가장 큰 덕목이 아닐까 한다. 이미 완성된 자료인만큼 더 추가적인 연구는 어렵지만, 이번에 개정판처럼 여러가지 삽화와 추가 설명이 더해진 건 이 책의 가치를 높여주기에 충분해 아주 만족스러웠다.



덧붙인다면?

1. 이 책을 읽는다고 해서 일본을 전부 이해할 수는 없지만 확실히 일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한다.

2.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아주 작은 관심이 있다면 추천, 그리고 어떤 이유로도 비추할 이유가 없으므로 읽어보길 추천.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현대지성'으로부터 도서를 제공 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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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이정표 - 제76회 일본 추리작가 협회상 수상작
아시자와 요 지음, 김은모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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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이유보다 그 뒤의 이야기가 더 궁금해지는 소설이네요. 등장인물의 홍수 속에 복잡해 보이지만 그 실타래가 하나하나 풀려가는 과정 속 반전이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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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트스트림의 덫 - 러시아는 어떻게 유럽을 장악하려 했나
마리옹 반 렌테르겜 지음, 권지현 옮김 / 롤러코스터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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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이 책에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의 시작으로 본 것은  ‘노르트스트림’이라는 러시아의 국가적/사업적 접근이었다. 즉 ‘노르트스트림’에 대해 이해가 가는 지점부터는 단순한 비즈니스라고 하기엔 저자가 다룬 내용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이는 폭로이기 보다는 오히려 첩보소설같은 느낌까지 든다. 물론 드러나는 감춰진 음모나 살인, 해킹 같은 드라마틱한 내용은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책에서 다뤄지는 내용은 왜 그런 일이 생겨났는지, 그리고 어떻게 진행되고, 그 때 그 일들에 ‘관여한 사람들’과 ‘관망한 사람들’이 지금의 사태를 만들어냈는지를 차분하고 냉정하게 그리고 있으며, 차근차근 풀어놓는 배경과 사건들 어느 한 부분에서도 기울여짐이 없이 기정 사실과 관련된 수많은 국가들과 얽히고 섥히는 이야기 냉혹한 현실을 정확히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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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재정부 장관으로 옮겨왔다가 마침내 경제부 장관이 됐다. 정치적 관점에서 봤을 때 그는 노르트스트림 프로젝트 핵심에 있는 믿을 만한 사람이었다.

(중략)

지그마어 가브리엘의 고해성사. 드러난 사민당과 러시아 정부의 결탁, 거기에 연루된 많은 사람을 생각하면 알트마이어가 메르켈과 자신이 표적이 될 수 있는 혐의를 두고 빈정거리는 이유를 알만하다.

“새 책 주제는 무엇입니까?”

알트마이어는 케이크와 크루아상이 담긴 쟁반을 내밀며 언제나처럼 정중하게 묻는다.

"노르트스트림이요.”

쟁반이 테이블 위에서 한동안 허공에 매달려 있었다. 이어서 나는 ‘노르트스트림’이라는 단어가 터트린 너털웃음 소리를 들었다.

“하하하하하하하!”

“미안해요.”

나는 그의 호탕한 웃음에 감염되고 말았다.

“그래서 죄인을 만나러 왔군요? 하하하하하하하”

P. 135~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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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어느 새 1000일이 되었다. 그저 옛 러시아 연방 국가였던 두 나라의 전쟁이라고만 생각하기에도, 우리와 전혀 상관없지만 전쟁이 참 길어지고 있다고만 생각하기엔 여러 측면에서 자주 다뤄지고 있다. 누군가는 해외 의 단신 기사정도로 관심없이 지나치겠지만, 누군가는 왜 이 전쟁이 일어났고, 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지, 어떻게 끝날 것인까지를 관심갖고 볼 수도 있다. 



인상깊은 부분은?

앞서 언급했던 가스관은 여러가지 반대와 어려움에도 건설은 예정대로 진행되어, 모든 우려는 현실이 되었다. 결국 러시아 의존도가 높아진 유럽에 이 가스관은 한번 잠그기만 해도 거대한 위협이 되는 무기가 됐다. 또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군사적 위협 뿐 아니라 전쟁 상대국이 되어 간 것이다. 현실 속 짜르, 블라디미르 푸틴은 정권을 잡기 전부터 러시아의 풍부한 석유와 천연가스가 국력을 위한 지정학적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고, 그것을 건설해 충분히 활용하게 되었다는 점을 현지 가까이에서 오랜 기간 지켜보며 그 과정을 분석한 것이 느껴진다; 저자는 이번 책을 통해 유럽 한복판에 만들어 놓은 아주 탐스러운 함정, ‘노르트스트림’을 아주  진중하게 파헤친다. ​읽으면서 더 흥미로웠던 건 푸틴의 이런 추진에 독일과 프랑스와 같은 유럽 선진국이 보여준 모습이었다. 역시 자국의 이익이란 어쩔 수 없다고 여기기엔 과연 그것이 자국의 이익만을 위했던 것인지는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특히 푸틴의 생각대로 움직여지는 과정들은 지금에 와서 그 국가들에 이익이 되었는가를 냉정하게 바라본다면 답은 쉬울 것이다. 


다만 기자가 쓴 만큼 촌각을 다투는 서스펜스가 이루어지는 이야기는 아니어서 서두의 배경 설명이 좀 느리다고 느껴질 수는 있다. 그리고 전쟁 자체에 깊은 관심이 없다면 분량이 길어진 기획 기사라는 느낌도 지울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국제정세가 그 나라만의 것이 아니듯이 아직까지 이어지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싶은 이면을 안다면 지금 다른 나라에서 벌어지는 또 다른 작은 사건을 보면서 미래의 큰 변화를 예측하기에 충분할 듯 하고, 언젠가 지금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날 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도 더 궁금해진다.



덧붙인다면?

1. 미국의 참여가 다뤄지긴 하지만, 독일과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뿐 아니라 다른 나라들은 어땠는지 다뤄보면 더 풍부한 내용이 되었을 것 같다.


2. 전쟁의 이면, 유럽의 가스 자원의 흐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관심이 있다면 추천, 러시아-우크리아니 전쟁도 유럽의 가스 문제도 해외에서 벌어지는 일이니 상관없다는 생각이 든다면 비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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