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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사기 ㅣ 이기원 디스토피아 트릴로지
이기원 지음 / 마인드마크 / 2025년 3월
평점 :
주요 포인트는?
근미래, 거의 모든 것이 사라질 위기를 겪은 세계, 대기업의 투자로 이어져가는 국가 체계, 발달한 AI와 IT 기술. 사실 배경 설정이 낯선 소설은 아니다. 게다가 ‘필립 K 딕’이나 ‘딘 쿤츠’의 이전 작들과 유사한 설정도 없진 않지만 적은 분량으로 이야기에 다양함을 담아 전체 스토리를 깔끔하게 끌고 간다.
연관이 있을거라고는 생각도 할 수 없는 메인 도로에서의 교통사고, 그리고 며칠 후 이어진 펜트하우스의 폭발 사건. 그리고 이전의 또 다른 교토사고. 모두 우연히 일어난 사고이면서도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자동화되고 규격화된 환경이라는 점을 한 인물로 이어내는 초반부는 추적극 같은 느낌이면서 아주 흥미롭다. 음모론처럼 떠도는 소문의 진원지를 찾아가는 건 탐정물의 그것과도 아주 유사하면서 속도감있게 진행된다.
인물들이 많지 않아 복잡하지 않은 점도 좋은데, 주요 캐릭터가 뒤늦게 등장해 반짝 활약을 한 후 보여지는 마지막은 매우 아쉽다. ‘우종’과 과거부터 잘 알았거나, 이미 인간적인 관계로 이어온 인물들이라면 더 다양한 이야기도 만들고, 그럼으로써 더 장중한 마무리가 되었을 것 같다.
인상깊은 부분은?
소설 중간 부분쯤부터는 누군가의 복수극이라는 생각이 깊게 든다. 상황이나 밝혀지는 이전의 진실들을 볼 때 사적인 복수라는 생각이 들고 그 연결점을 찾아보고자 하지만,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은 그런 예상을 뒤엎는다. 오히려 사적인 복수극보다 더 깊고 숭고하기까지 한 느낌이었는데, 이를 보면서 원래 목표보다 더 정의로워졌다고 할지 아니면 퇴색디ㅗ었다고 할지는 읽는 사람마다 다르게 느낄 듯 하다.
배경만을 놓고 봤을 때 매우 발달했지만 외부와 차단된 도시와 ‘픽서’라는 직업군은 영화 <저지 드레드>( Judge Dredd,대니 캐넌 감독, 1995)의 설정과 비슷하고, 기술력이 높은 문명임에도 각 지역마다 삶의 질이 다르고 너무나 분리된 생활권인 곳에 또 다른 권력이 존재하는 건 <엘리시움>(Elysium, 닐 블롬캠프 감독, 2013) 같은 영화가 언뜻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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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긴 하지만 어디라도 그늘은 있게 마련이에요. 퍼플린크루, 그리고 광장파. 알잖아요?
오하라 말대로 불안 요소는 분명히 있었다. 돔 5, 6,7구역의 강변에서 활동하는 퍼플린크루와, 의류 공장들이 있는 돔 4구역의 허름한 뒷골목을 아지트로 하는 광장파가 대표적이었다. 그들은 일종의 일탈 행위자들이었다. 반사회적이거나 극렬한 범죄 조직은 아니지만 범의 경계를 아스아슬하게 넘나들었다.그들이 추구하는 쾌락은 아바리치아 시대 이전에 존재했던 것들을 모방하고 재창조하는 것이었다.
P. 0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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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소한 사건에서부터 음모론의 실체를 파헤쳐가는 내용도 속도감이 있어 좋지만, AI판사라는 주체의직, 감정을 배제하고 법률이 정한 바를 증거에 기반해 판단하는 정의를 기대하지만, 그것이 옳은 것인지, 또 얼만큼의 정의를 부여할 수 있는지도 생각해볼만한 소설이다. 다 읽고 나면 의외로 ‘쓰레기를 입력하면 나오는 답은 쓰레기다’라는 말이 와닿을 수 밖에 없다.
덧붙인다면?
1. 이기원 작가의 전작 ‘쥐독’과 세계관을 같이 한다. 다음 마놀 작품과 함께 3부작이라고 하던데, 이 세 소설을 하나로 묶어 ‘소울 시티 디스토피아’로 나오면 좋겠다.
2. AI를 기반한 판사가 판결하는 것에 대해 여러가지 물음에 대한 관심과 음모론을 파헤티는 이야기가 좋다면추천, 피 튀는 살인사건이나 디스토피아의 암울함만을 그린 소설을 찾는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마인드마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