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케치 : D언덕 살인사건
에도가와 란포 지음 / 프리디우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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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에도가와 란포’라는 필명에서 보듯이 작가는 ‘에드가 앨런 포’의 작품들에 영향을 받기도 하면서도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만들어냈다. 거기의 대표적인 포인트가 이 ‘아케치 코고로’라고 생각한다. 어쩌면 이야기의 만능키 같은 존재로, 추리소설을 읽어나가면서 떠올리게 되는 여러가지 상황과 인물들에 대해 명확하고 간결하게 묘사하는데, 심지어 한 작품속에서는 잠시나마 용의자로 몰리기까지 하면서 그 조차 너무나 아무렇지 않게 반론으로 눌러버리는 추리는 짧지만 쾌감이 있다.


모든 작품들을 다 언급하기는 어렵지만, 개인적으로는 <누군가>라는 작품이 가장 재미있었는데 분량도 분량이지만 다른 작품들보다 등장인물도 여럿이면서, 뒤로 갈수록 사건의 진상이 궁금해지기도 했다. 진상도 밝혀지고 반전도 있었는데, 마지막 ‘아케치 코고로’의 한마디가 이야기에 더 여운을 주었기 때문에 다른 작품에도 이런 이야기가있다면 또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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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서>

앗 괜찮으신가요? 정신 차리세요, 아직 할 말이 남았습니다. 

기절하는 줄 알고 놀랐네요. 저는 당신을 경찰에 넘길 생각은 없습니다. 단지 제 추리가 맞는지 확인하고 싶었을 뿐이에요. 그리고 당신은 이미 가장 무서운 처벌을 받아버렸습니다. 

(중략)

자, 이제 보내 드리겠습니다. 혼자 시간을 보내면서 이제 어떻게 할 것인지 잘 생각해보세요. 다만 작별 인사 전에 제 본명을 밝혀두죠. 

저는 당신이 경멸하는 아케치 코고로입니다. 당신 아버님의 의뢰로 육군의 어떤 도난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가명으로 이 댁에 드나들었던 겁니다.

P. 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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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아케치 코고로’는 범인의 구속이나 처벌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그저 범죄를 밝혀내고, 진상을 찾을 뿐 심지어 살인 사건에 대해 추리하고 나서 살인의 이유를 상세하게 묻지 않는 경우도 있다. 구속이나 처벌은 경찰의 역할이며 본인은 사건을 추리하고 추리한 것이 맞는지를 확인하는 게 전부일 뿐인데, 이런 건 ‘김전일’이 사건을 대하는 것과도 비슷하다고 느꼈다. 


인상깊은 부분은?

추리소설이 범인을 찾는 재미가 전부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 단편들은 그것보다는 ‘왜?’와 ‘그래서?’에 더 방점을 두는 작품들이 여럿 있다. 이미 범인의 시선으로 시작하는 작품 <심리검사>와 더불어 또 다른 작품은 범인의 마음을 그 어떤 등장인물보다 상세하게 묘사함으로써 사건의 진상이 나타나기까지 서서히 보여주기까지 한다. 이런 작품에서 아케치 코고로가 밝히는 것은 범인이 누구인지 고민하기보다 ‘범인은 그래서 어디까지 하려고 하는가’를 밝혀내는게 재미이기 때문이다. 


이야기가 짧은만큼 인물 간 복잡한 사연이나 뒷통수를 치는 반전이 나타나진  않지만 추리소설로 이렇게 쉽게 접할 수 있는 이야기도 많지 않을 듯 하고, 특히  이번 단편집에는 홈즈 옆의 왓슨처럼 화자가 되어 그의 말과 추리를 전하는 인물도 간간히 등장해 양념 같은 역할을 하는데, 완벽하진 않지만 조력자로서는 꽤 필요한 역할이기도 하다.


캐릭터로 돌아가서, 명탐정 코난과 소년탐정 김전일을 만화책이나 애니메이션으로 겪은 세대라면 거기 등장하는 ‘모리 코고로’(우리나라에서는 유명한 탐정으로 번역된다)와 ‘아케치 경감’이 기억날 것이다. 그 이름들의 탄생이 바로 이 작품의 주연인 ‘아케치 코고로’라는 건 작가의 소설이 현재 일본의 추리소설에 얼마나 영향을 주었는지 따로 설명하지 않아도 될만큼 선명한 유산이라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소박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 소설들이 재미날 수 있는지 안다면 좋겠다.



덧붙인다면?

1. 초판이 나온지는  아주 오래된 소설임에도 표지에 주인공 모습을 현대적으로 잘 묘사하면서 감각적으로 만든 것 같다.


2. 추리소설을 즐긴다면, 그리고 에도가와 란포의 소설로 일본 추리소설의 대표작들을 느껴보고 싶다면 추천, 단편집의 단순한 이야기가 끌리지 않거나 뒷통수치는 반전만 기대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프리디우스’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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