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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극히 사적인 프랑스 - 프랑스인 눈으로 ‘요즘 프랑스’ 읽기 ㅣ 지구 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오헬리엉 루베르.윤여진 지음 / 틈새책방 / 201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내용은?
프랑스에 대해, 역사서가 아닌 현재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해 여행 책을 제외하고 있었을까 싶은데, 프랑스의 남녀 관계, 개인주의, 음식 문화, 교육, 정치, 정체성 그리고 파리 말고도 한번쯤 관심을 가질 법한 여행지에 대한 내용까지 '지극히 사적으로' 쓴 글로써 한 때 방송인으로 유명했던 '오헬리엉'이 저자가 되어 프랑스에 대한 깊고 담담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요 포인트는?
우리가 프랑스에 대해 알고 있는 건 무엇일까? 와인, 에펠탑, 노트르담 성당, 루브르 박물관, 베르사유 궁전, 나폴레옹, 그리고 루이비통과 샤넬 같은 패션 정도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프랑스라는 나라와 사람들에 대해 알고 싶은 건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이런 의미에서 이번 '지극히 사적인 프랑스'는 빛나고 선망의 대상만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프랑스를 보여주는 것 같아 매우 빨리 읽을 수 있었다.
우선 68혁명(1968년 5월)이라는 것이 사회에 끼친 영향이 크다는 건 낯설지만 흥미가 가기에 충분했다. 저자는 지금 프랑스의 사회 전반, 남녀 평등, 젊은이들의 가치관 등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하는데 이를 현대화라고 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내가 판단하기 어렵지만 최소한 프랑스인들은 그렇게 느끼는 듯 했다.
프랑스에서는 자녀가 성년이 된 이후에도 부모님 집에 함께 사는 경우가 많고, 또 딱히 허물이 되지도 않는다. 아이는 여유가 되는 한 부모가 책임져야 한다는 의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가 자녀의 독립을 원해도 직접적으로 나가라는 말을 하지 않는다.
P.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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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도 과거에는 성차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언제부터 문화가 바뀌었을까? 우선 두 번의 시계 대전 때 남자들이 전장으로 떠나고, 그 빈자리를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채우면서 커진 측면이 있다. 하지만 진짜 변화는 1968년 5월에 있었던 68혁명 이후에 찾아왔다. 제한되었던 여성의 권리 중 상당수를 보장 받을 수 있게 됐고, 그로 인해 많은 것이 바뀌었다.
P. 72
어느 정도 사회적 의의를 갖는지는 알 수 없지만 최소한 그 다음 세대에서도 그렇게 생각한다면 충분히 의미 있는 일이었을 거라 예상해본다.
체제와 문화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공무원의 게으름과 복지제도에 대해서는 우리도 생각해 볼만한 부분이 많다고 생각했다. 특히 부지런해서 공무원 생활이 어렵다는 저자의 지인에 관한 이야기는 상기시키는 바가 크다. 그럼에도 공무원의 게으름이 어디에서 오는지, 그리고 그들이 처한 현실에 대해서도 한쪽에 치우치지 않게 이야기 한 점이 좋았다. 하지만 공무원이 일처리는 확실히 우리나라가 한 수 위라는 생각이 들었다. 복지제도는 '유럽이니까 당연히 좋겠지. 세금 많이 낸다며?'라고만 생각하기엔 역사와 그에 걸맞는 시스템이 발달해왔음을 알게 되었다. 돈만 있어서도 안되고, 기준도 명확하게, 범위도 정확하게, 그리고 무엇보다 필요한 부분을 만들어내기 위한 노력이 있었겠지만, 그 당시 국민들의 성향(그리고 그에 따른 반감을 국가에서도 두려워함)을 충분히 고려했다는 것은 우리도 공감해야 하는 부분이 아닐까 한다.
내가 알지 못했던 것과 읽으면서 웃을 수 밖에 없던 몇 가지도 있었는데 샹송이나 축구에 대한 얘기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다.
한국 사람들에게 프랑스 노래를 아냐고 물으면 '오~ 샹젤리제~'라는 가사로 유명한 <샹젤리제 Les Champs Elysees>를 주로 얘기한다. 한국에서는 이런 노래를 '샹송'이라고 지칭하며 음악의 한 장르처럼 여기는 모양인데, 사실 '샹송'이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그냥 '노래'라는 뜻이다. 아마 프랑스 사람들에게 "샹송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둥절해 할 것이다. 한국에선 주로 우리 부모님 세대가 듣던 프랑스 노래를 샹송이라고 묶는 것 같다.
P. 137 ~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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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가 가장 인기 있다고 말했지만, 유럽 기준으로 보면 프랑스는 축구를 아주 좋아하는 나라는 아니다. 독일, 스페인, 영국 같이 엄청난 팬덤이 있는 나라들이 바로 옆에 있어서 프랑스는 명함을 내밀기도 어렵다.
(중략)
심지어 종종 '축구 좋아하는 사람'을 약간 우습게 보기도 한다. "그 사람, 축구 좋아해"라고 하면 은근히 얕잡아 보며 비웃는 경향이 있어서 몸에 집중하면 지적 능력이 좀 떨어질 거라는 편견이 있다.
P. 159 ~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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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축구 대표팀에는 아프리카계나 아랍계 비율이 높았다. 그런데 대표팀 선수는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코치진은 여전히 주로 백인들이 맡는 것이 문제다. 아직 비백인 코치 및 감독이 활약할 만큼 인재풀이 인종적 다양성을 확보하지 않았기 때문이라지만, 아쉬움을 가출 수는 없는 부분이다.
P. 164
샹송이라는 의미에 대해서는 나도 잘못 생각하고 있던 것이라 재미있었는데, 축구에 대한 것은 의외이기도 했다. 위에 쓴 내용보다 더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우리가 한 때 '아트 사커'라고 했던 프랑스 축구(그리고 그만큼 인기있던 프랑스의 축구스타들)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경험이기도 했다. 이런 면에서 '우리가 진짜 잘 모르는 프랑스'가 아니었을까 한다.
또 개인주의에 대해서도 여러 부분에 걸쳐 전해주는데, 그 중 교회나 회사, 소모임 같은 커뮤니티에 무게를 두는 미국의 개인주의에 비교해서, 만약 프랑스에서 매니저가 미국처럼 조직 팀빌딩을 하고 리더쉽을 발휘해 구성원들을 뭉쳐서 이끌려 한다면 코웃음을 치고 거리감을 느낄 거라는 프랑스 개인주의에 대한 설명은 공감도 가지만 웃을 수 밖에 없었다.
인상깊은 부분은?
인문서라고 하기엔 정말 편안하게 쓰여졌다는 느낌이 들만큼 담담하게 읽기 좋은데, '지극히 사적인'이라는 제목처럼 개인적은 생각과 느낌을 이야기하며 감정 과잉이 없어 그런 것 같다. 오히려 내가 읽으면서 얼마 남지 않은 여행 갔을 때의 기억, 갑작스러운 웃음, 미처 지금까지 몰라서 다행이라는 안도까지 여러 감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나라를 바라보는 시선이 따뜻하지만은 않다. 아직 프랑스에 예쁘고 따스한 환상이 있다면 이제 어느 정도 현실화 해보자.
그 중에서 몇 가지만 얘기해보자면, 감정을 이입하기는 어렵지만 경찰에 대한 것이었다.
경찰들이 게토 지역이나 파리 외곽의 저소득층 거주자에 사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할 때는 존댓말을 쓰지 않는다는 얘기도 자주 나온다. 프랑스어에도 존댓말이 있고, 낯선 사람과 대화를 할 때는 존댓말을 쓰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경찰들은 저소득층에게는 반말을 하고 험악하게 말한다.
p.298
단적인 예이고, 당연히 일부에 관한 것이겠지만, 최소한 내가 머무른 짧은 시간동안 이런 경찰을 만나지 않은 건 다행이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단편적인 일이 우리나라에도 없지 않기 때문에 더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다.
2년전에 프랑스 남부로 여행(어느 블로거의 와이너리투어가 부러웠다)을 계획하면서 대부분 자가 운전을 하고 가는 것이 너무 힘들게만 보여서 대중교통으로 돌아보는 것을 알아보다 도저히 동선이 안되어 결국 이탈리아 남부로 여행을 간 적이 있는데, 이 책을 보며 왜 그랬는지 알았다.
또 한가지 놀라운 점은, 프랑스에는 얼마 전까지 고속버스가 없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릴과 파리는 가까운데도 두 도시를 잇는 고속버스가 없었다. 오래 전부터 대중교통은 모두 국영 철도 회사 SNCF가 독점했기 때문이다. 이 회사가 모든 대중교통을 운영할 수 있고, 그 외의 개중교통 수단은 불법이었다.
(중략)
EU와 시장 자유주의 때문에 더 이상 공영 철도 회사가 운송수단을 독점할 수 없게 됐다. 문제는 원래는 없던 고속버스가 이제 막 생겨난 탓에 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디 않다는 것이었다. 고속버스 터미널도 없다.
P. 364 ~ 365
이탈리아나 독일의 대중교통을 경험하고 꽤나 잘 되어 있다고 생각했던 바 이런 내용은 신기하기까지 했다. 혹시 나처럼 프랑스 여행을 구상중인 사람들에겐 꼭 참고할만한 것이다.
모든 유럽에 겪고 있는 문제이지만 외국인들, 이른바 난민이라고 일컬어지는 예상할 수 없는 이주민의 유입, 특히 이슬람 사람들의 이주로 겪게 되는 문화충돌에 대해서도 우리는 전혀 상관없다고 할 수가 없을 것 같다. 프랑스이기 때문이 아니라 모든 나라에서 겪는 소수민족에 대한 편견이나 차별에 대해 '우리는 그렇지 않다'라고 얘기할 수 없는 이유이다.
거기에 산업에 있어서도 저자의 생각이 반영된 것일 텐데 제조업에 대해서 프랑스가 머리역할만 하고 팔다리는 다른 나라에 맡긴 것과 다름없다는 정책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며, 결국 그 머리에 해당하는 산업도 위기를 맞고 있다는 얘기인데 이 역시 우리나라의 제조업 상황과 다르지 않기 때문에 짧은 내용이었지만 동감할 수 있었다.
다만 본인 나라에 관한 이야기이니만큼 워낙 많은 부분을 다루다 보니 주제를 너무 깊게 다루기는 어렵고, 어느 정도 프랑스인들의 동의를 얻을 지 모르겠지만, 당연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쓰여졌으므로 전체적인 '프랑스에 대한 정의'로 확대하기엔 부족함이 있기 때문에 아쉽긴 하다. 그리고 사회 또는 국가에 대한 전문가가 아닌 만큼 어쩌면 사실적으로 더 깊이 있는 주제로 다가서기 어려웠을 수도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부족하다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반대로 경기도 어느 도시에 사는 사람에게 한국을 주제로 글을 써보라고 한다면 객관적이고 전체적인 사실로만 볼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이번 책은 한발짝 물러서서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해 우리가 몰랐던 부분을 알려주는' 역할에 충실하고, 그만큼 쉬운 접근이어서 좋은 책이었다.
v. 덧붙인다면?
1. 저자인 프랑스인을 예전 TV프로그램에서 봤었는데 그 때도 느꼈던 것처럼 이번 책에서도 글에서 느껴지는 냉정함이 좋았다. 몇 차례에 걸쳐 감정적일 수 있는 부분이 있지만 최대한 건조하게 쓰려고 한 것 같다. 원래 그런 성격이 반영된 건지 공동저자의 센스인지 모르겠지만 그래서 오히려 불편하지 않았다.
2. 약 40여 page에 걸쳐 프랑스 내 갈만한 지역에 대해 설명하는데, 짧지만 주제(어떤 도시를 가볼까)에 맞춰 찾아볼 수 있는 정보로는 충분할 만큼 잘 정리되었다. 한번쯤은 프랑스 여행을 꼭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3. 프랑스라는 나라에 대한 동경이 있었는데 현실적인 부분도 궁금하다면, 그리고 한번쯤 프랑스를 방문하고 싶다면 추천, 프랑스라고 하면 샤넬과 에펠탑 외에는 관심도 없고 방문하고 싶은 생각도 없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틈새책방'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