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모토 무사시 - 병법의 구도자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우오즈미 다카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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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미야모토 무사시’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은 과연 어디서였을까? 굳이 역사 속 인물에 관심이 있었다든지 목적을 가지고 찾아본 사람이 아니라면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무협소설 분위기의 소설이나 ‘다케이코 이노우에’의 <배가본드>가 미야모토 무사시를 다뤘다는 정도가 아닐까 한다. 사실 실제 인물이라고 해도 어떻게 다뤘느냐에 따라 인물에 대한 평가나 기억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책은 최대한 담담하게 ‘미야모토 무사시’를 다뤘다고 보면 되겠다.  


먼저 책은 1장 ~ 3장까지 ‘미야모토 무사시’의 삶을 알려주고, 4장에서는 <오륜서>를 비롯한 병법에 관해,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서 미야모토 무사시가 강조한 정신, 道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물에 관한 책으로써 양아버지에 영향을 받아 병법가이자 무사로서의 길을 가게 되었다는 것과 그 당시 정치적인 변화에도 빠르게 발맞춰 갔다는 것은 흔히 갖게되는 ‘무사’의 선입견과는 조금 다르기도 하다. 심지어 ‘병법 35개조’라는 것을 만들어 그 당시 번주(번藩은 성 아래있는 마을을 뜻한다)인 ‘호소가와 다다토키’에게 바쳤다는 것이 충분히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역사와 기록에 기반하다 보니 가능한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한 흔적은 있다. <오륜서>가 ‘미야모토 무사시’가 쓴게 아니라는 소문과 그것에 대해 반증하는 내용에서 우선 알지 못했던 <오륜셔>라는 것에 관심이 가기도 한다. 인물이야기와 더불어 <오륜서>의 주요 내용을 알려주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얼마나 본인을 깊이 담그고 단련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여러 곳에서 확인 가능하다. 강한 힘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그에 맞는 정신을 역시 갖춰햐 그에 맞는 힘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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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무사로서의 도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무사의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 혹은 여러가지로 미혹됨이 있어서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이 없는 것도 ‘공’이라고 한다.

(중략)

“무사시는 병법의 도를 확실하게 터득하고 그 외에 다양한 무예를 익혀 무사가 행하는 도에서 조금도 미혹되지 않는다. 마음의 흔들림 없이, 쉼 없이 단련을 거듭해 심心과 의意라는 두 가지 마음을 연마하고 관觀과 견見이라는 두 가지 눈을 갈고 닦아 더할 나위 없이 맑고 흔들림 없는 경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진정한 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P.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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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는 병법을 완성된 힘인 무력으로 본 것이 라닌 끊임없는 수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몸의 기술이 아닌 ‘땅, 물, 불, 바람, 공’을 5장으로 구성할만큼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염두에 두기도 했다. 그리고 힘을 키우는 것 보다는 늘 사리 분별을 정확히 할 수 있고 바른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특징인 것은 ‘검객’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다른 사람들(같이 싸워야 할 사람들)과 함께 싸우는 것에 대해서도 잊니는 않는다. 물론 이것의 기저에는 일대일 싸움을 강조하는 것이긴 하지만 싸움이라는 것이 늘 혼자 하는 것만이 아니므로 이에 대해서도 강조한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수련한 오랜 경험과 가르침을 기록한 <오행도>에 대해서도 많이 언급하는데, 최소한 이렇게 책으로 남길 정도라면 당연히 모든 것이 기술이나 힘에만 의존할 내용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가능하면 정신이나 마음가짐도 자신을 단련시키는 과정에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우는 흐름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인물을 다루다보니 그 당시 시대 상황을 설명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시대적인 상황과 함께 여러 인물들에 대해서도 서술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미야모토 무사시’에 대해서가 절대적으로 많긴 하다. 역사서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이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면이 허락하는 한도가 있겠지만 그 당시 상황을 다루는 방법이 너무 짧아 아쉽게 느껴질만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인상깊은 부분은?

책에 따르면 ‘미야모토 무사시’가 죽기 일주일 전에야 <오륜서>의 붓을 내려놓았다고 하니 그 결과물에 대한 의지와 적지 않은 미련에 대해 짐작이 가능하다. 너무나 많은 내용과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까지 있지만 병법의 도를 벗어나지 않는 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었다. 인물에 관한 얘기만큼 병법서에서 다루는 검술에 대해서는 칼 잡는 것부터 검을 잡는 자세까지 알려주는데 ‘다섯가지 기본자세’와 ‘다섯가지 겨눔세’, 그리고 ‘검의 도’를 ‘미야모토 무사시’의 기록을 기반으로 설명해준다. 이는 공격자세나 움직임을 알려준다는 건 읽어나가며 이해가 가능하지만 단지 묘사에 그친다는 건 아쉽고, 실습서만큼 상세하지는 않으므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으로 검술을 배우는 것은 아주 힘들 것 같다. 예를 들자면 브레이크 댄스 책을 샀는데 그림보다 글이 더 많고 그걸 직접 상상해봐야 한다는 것 같을까?  


​전술서로써도 내용이 아주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싸움이라는 행위에 있어 일반인들이 예상하는 선입견을 경계하도록 만드는 건 조금은 이해해야 할 부분일거란 생각이 든다. 물론 마음을 언제든지 올곧게 유지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전에서는 그런 곧은 마음이라는 게 유지되기는 어려울테니, 최소한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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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체격이 작은 사람은 큰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반대로 체격이 큰 사람은 작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자신의 몸만 믿고 판단이 흐려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몸이 작다는 이유로 민첩함에만 의지하거나, 반대로 체격이 크다는 이유로 힘으로 밀어붙이는 큰 기술을 행하는 것은 “자신의 몸만 믿고 판단이 흐려지는 것”이기 ??문에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사실에 대해 실로 정중히 주의를 주고 있다.

P.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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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자신을 수련하는 책에서는 명상이나 최소한의 움직임을 강조하는 바, 이런 적대적일 수 있는 마음가짐이 여유롭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실 몸이 작고 크고의 문제는 아니고 몸의 균형을 강조하는 것으로 최소한 너무 자신의 몸을 ?굽? 말라는것에는 동의해도 이런 가르침과 함께 얼굴을 숙이거나 옆으로 기울이지 않고 미간을 찡그리지 않는다거나 눈을 깜빡거리지 않으며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라는 건 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


<오륜서>를 다룬 책들을 본 적도 없지만 이 책에서 그와 함께 다룬 건 <독행도>이다. 이는 ‘미야모토 무사시’ 본인이 스스로 맹세한 것을 적은 것이자 직접 다짐을 글로 남긴 것이라고 한다. 물론 현재까지 전해진다고 하니 더 의미가 있을 수도 있을텐데, 삶의 신조이자 생에 남기고 싶은 것을 가르침으로 남긴거라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앞서 얘기했듯이 <오륜서>도 죽기 일주일 전까지 집필을 계속 했다는 것에 비추어 병중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만큼, 이 <독행도>에도 그만큼의 가르침과 절실함을 담았을 거라 생각하면 그간 ‘검객’으로만 굳어지는 이미지가 너무 단편적이라고 여겨지기까지 한다. 다양한 수련을 통해 얻은 결론일지라도 과연 ‘미야모토 무사시’는 모든 것을 잘 지켜왔을지는 의문이 든다.


​아무래도 이런 정적인 이야기도 많지만, ‘미야모토 무사시’에 대해서는 ‘무패의 검객’이라는 환상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다. 정확히는 아니라고도 하지 않고 맞다고도 하지는 않는다. 객관적이라고 하기엔 내용이 부족하고, 주관적이라고 하기엔 점잖다고 할까? ‘군베이’라는 무사가 자신의 생애를 되돌아보며 ‘무섭다’라고 느꼈던 순간으로 ‘미야모토 무사시’와의 대결을 꼽았다고 하는 건 어느 기록을 기반으로 한건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우연히 접한 책이지만 전체 분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인물에 관한 전기로써도 일대기가 길게 그려지지 않아 이해하기엔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든다. 또한 수련서로서도 그에 대한 내용이 심도있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미야모토 무사시’라는 사람에 대해 잘 몰랐다면, 그리고 중국의 병법서나 수련에 관한 책만 접해왔다면 조금은 새로운 관점으로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인다면?

1. 의외로 한자로 된 부분이 많은데 뜻을 다 찾아볼 생각이 아니라면 독음이 붙어 있어 읽기에 어렵지 않다. 


2. 일대기라고 하기엔 이야기에 ‘기-승-전-결’이 부족하므로 <오륜서>를 위해 쓴 저자에 대한 사전설명이라고 생각하면 더 좋을 것 같다.


​3. 미야모토 무사시를 소설이나 만화로만 기억하거나, 오륜서에 담긴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추천, 일본의 일개 검객에 관심갖고 싶지 않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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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기의 역사 - 계층 사다리를 잇는 부를 향한 로드맵, 개정판
에드워드 챈슬러 지음, 강남규 옮김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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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요즘 ‘투자‘나 ‘부동산‘, ‘돈‘에 관한 책이 정말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과거부터 지금까지 여러 나다들에서 있었던 투기에 대한 역사를 보여주네요. ‘투기‘라는 단어가 주는 느낌처럼 대부분 좋은 결과로 끝나진 않았더라도 현재 우리들에게는 교훈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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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흔들리는 중입니다 - 산책길 들풀의 위로
이재영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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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주요 포인트는?

목차에서 떠오른 느낌은 이 책이 식물도감 같은 건가-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냥 에세이라고 하기엔 소제목들이 단지 ‘풀’과 연관되어서 였을 것이다. 사실 개인적인 생각일 수 있지만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는 순간까지 ‘에세이’라는 장르와는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은 크게 바뀌지 않았지만, 다른 문학 장르, 특히 소설같은데서 얻을 수 없는 잔잔함은 역시 ‘진심’에서 나오는 ‘감성’이 에세이의 큰 장점이 아닐까 한다. 그런 의미로 이번 책은 정말 과장하지 않는 ‘일상’이 주는 잔잔함이 좋은 것 같다. 

사람들이 흔하게 생각하는 상황과 결과를 떠올릴 수 있는 ‘클로버’에 대한 부분은 그런 의미에서 짧지만 재미있었다. 저자의 ‘결핵성 척추염’ 수술에서 잠시 무거운 뒷 이야기를 예상했다가 다 읽은 후엔 ‘아! 역시 이 부분은 <클로버>에 대한 부분이구나!’를 다시 생각하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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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나의 오랜 소원이었는데, 마지막 잎새는 창 밖으로 보여요?’

음. 순수하다면 순수한 메세지 끝에 상대는 퇴원하면 자신에게 연락하라고 했다. 자신의 책 출판 기념회에 초대하겠다면서. 

(중략)

만일 그 때 내가 그녀의 안부인사에 “오랜만입니다. 회사 근처 지나실 일 있으면 연락주세요. 차 한잔해요” 식의 무난한 답을 보냈더라면 어땠을까? 그녀 또한, “네, 곧 제 책이 나올 예정인데 찾아 뵐게요.” 정도의 답으로 그쳤을 것이다. 

(중략)

그러나 그 때 나는 내 상황을 솔직히 전했고, 그녀의 출간 기념회에 초대가 됐으며, 회복 후 찾아간 그 자리에서 그녀의 책을 담당한 사람들과 동석한 것이 계기가 되어 첫 책을 쓰게 됐다.

P.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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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수없이 넘기는 많은 상황, 의미 없을 것 같은 인사 하나에도 어쩌면 생각지 못한 기회가 되기도 하고, 나중에 생각해보면 결정적인 한 장면으로 남을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되면서 소설 같은 만들어진 이야기에서보다 더 좋은 결론으로 이어지는게 의미있어 보이기까지 했다.


원래 북미에서 난 것이지만 구한말에 들어와 전국으로 퍼지면서 나라를 망하게 할거라며 ‘개망초’로 불린 들꽃에 대한 이야기(이 전설(?)이 시골에서만 구전으로 내려오는 이야기인줄 알았다!)와 존재감에 관한 색다른 저자의 생각과 딸의 가방속에서 본 마른 낙엽뭉치를 그저 쓰레기처럼 생각했지만 우리가 보면서 감탄을 마지 않는 단풍잎과의 작은 차이, 그리고 그것을 담아 온 딸아이의 마음을 생각하는 건 순전히 엄마이기에 느끼는 감성에서였을 것이다. 역시 계절이 지나는 감성도 나이에 따라 다르게 보여질 수 밖에 없다는 것도 하고 싶은 이야기가 아닐까 한다. 또 마을에 적응해가는 낯선 이방인이 얼만큼 사람들과 어울려가는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김치’가 된단는 것에서는 미처 생각지 못한 귀촌에서의 삶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역시 작가의 센스라면 작년 TV에서 방영한 ‘동백꽃 필 무렵’에서의 몇 장면을 함께 이야기에 녹인 건 그 드라마를 본 사람이라면 120% 공감할만한 정겨움이 더 와닿는 이야기이기도 했다. 


서양민들레나 담쟁이 같은 이야기도 좋지만 개인적으로는 ‘질경이’에 관한 이야기가 좋았는데, 광고에서 보는 ‘여성 청결제’의 이미지가 아닌 풀로 살아가는 질경이는 또 다른 이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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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경이는 밟히면서 번식한다. 물에 닿으면 불어나는 젤리 같은 물질이 씨앗에 있다. 사람의 발이나, 자동차나 자전거 바퀴가 밟고 지나가면서 자연스럽게 씨앗이 그 밑에 퍼져 나간다. 밟혀야 사는 풀이다. 학명도 ‘plantao adiatica’로 ‘발바닥으로 옮긴다’는 뜻. 그래서인지 꽃말도 발자취. 사람이 밟고 지나가는 길가에 무성하게 자라나며 영토를 넓힌다. 독일에서는 사람 발길이 잦은 등산로를 따라 핀다고 해서 ‘길가의 파수꾼’이라고도 부른단다. 삶이 질경이 같기를 바란다. 밟히고 밟혀도 조금씩 나아가는 삶. 인간으로 존엄함의 경계를 사는 삶. 

후략)

P. 241 ~ 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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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특별한 방법으로 살아가는 질경이의 이야기가 처음이기도 하지만 그런 풀을 바라보며 느꼈을 ‘’It’s getting better and better’라는 저자가 생각하는 삶의 방향성이 어떻게 나아갈지도 궁금해질 것 같아서였다. 질경이에 대한 뜻깊은 이야기보다도 이 책 속 다음 페이지로 넘기게 하는 건 오히려 잘 알지 못하는 풀과 꽃과 어우러지는 담담한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인 듯 하다. 

 


인상깊은 부분은?

이런 에세이를 읽다가 뜻깊은 때(간혼 아주 놀라는 때)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지도 못한 평범한 ‘명언’들과 마주할 때인 듯 하다. 물론 저자가 한 얘기일 수도 있고 누군가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최소한 그 책을 통해 알게된다는 건 생소하지만 놀아운 경험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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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좀 적어줘. 페이지는 78. 루소는 어느 나이나 다 불행하다고 말했다. 그 나이에 채워지지 않는 욕망 때문에!”

연습장 위에 내가 부르는 대로 받아 적은 아이가 다시 문제를 풀며 말했다. 

“엄마. 루소의 말하고는 반대인데, 사실 인생은 다 행복한거래. 중학생 때는 초등학생 때가 좋았다고 하고, 고등학생 때는 중학생 때가 좋았다고 하고. 어른이 되면 학창시절이 제일 좋았다고 하는게 인생이니까. 결국 알고 보면 행복한거래. 어느 책에서 읽었어.”

맞네. 정말 그렇네. 시험에 시달리던 학창시절도 취업 때문에 전전긍긍하던 이십 대도, 성과에 승진에 작은 일에 뾰족하던 직장생활도 돌아보니 행복했던 지난 시절이었다.

P. 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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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나 그 나이 때의 고민이 있을 것이다. 중학생 때 거울을 볼 때마다 보이는 여드름이 가장 신경쓰이는 것처럼 고등학생은 또 다른 고민이 생길텐데 막상 대학생이 되면 그런 고민은 ‘고민도 축에도 못끼는 것’이 되는 감정이 그것일 텐데, 반대로 ‘그 때가 좋았다’는 기억의 반추가 어쩌면 힘든 시절을 잊었을 수도 있지만 그저 시간이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일을 그렇게 힘들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는 당연한 생각이 다시 한번 들게 하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개인의 생활에 기반한 에세이에서 가족에 대한 이야기가 빠지진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저자의 아머지에 관한 이야기가 들어있다. 어린 시절부터 겪어온 아버지와의 먼 기억, 그리고 외국에서 돌아가신 아버지의 이야기가 짧지 않게 이어지면서, 그 중 저자의 마음이 잘 드러난 건 아버지의 죽음앞에서도 친구의 사고사보다, 친구 엄마의 장례식보다 울지 않았다는 부분이었다. 가족의 죽음은 매우 슬픈 일이지만 단지 피붙이여서가 아니라 함께 해온 가족이라는 테두리가 주는 깊은 감정이 어우러나야 할텐데 적어도 그런 감정까지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에서 솔직함이 보였다. 그런 마음을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건 그리움보다는 아버지라는 존재에 대한 생경함은 아니었을까 한다. 비슷한 경험이 있는 독자라면 많이 공감할 것 같다.


시트콤처럼 웃음을 주는 부분도 있었는데 그 중에 저자가 운영하는 작은 책방을 들른 어느 노인의 이야기가 계속 머무른다. 노인의 첫인상과 자기소개에 이어지는 저자의 생각의 변화가 마치 드라마처럼 변화무쌍했는데, 그 짧지 않은 시간의 결말은 정말 헛웃음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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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떠나고 포털 검색 창에 그의 이름 석 자를 넣었다. 있었다. 그는 실제 박사였고 그 기업의 높은 사람이(었)었다. 흔한 이름임에도 제일 먼저 소개되어 있었가. 어쩐지 예사롭지 않았어. 내가 사람 보는 눈이 좀 있지. 스크롤을 내리니 그 기업을 다룬 뉴스들이 가득했다.

(중략)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 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한 건가? 그제야 이해가 갔다. 강아지를 왜 맡겨야 했는지, 부자라는 할아버지가 왜 차도 없이 힘들게 버스를 타고 서울에서 내려왔는지. 잠깐동안 내 마음이 몇 번이나 뒤집혔던건가?

P. 193 ~ 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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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입견 또는 후광효과. 저자는 인생의 아이러니라고 표현했는데, 그 노인의 명함을 보는 순간 바뀌는 저자의 마음이 바뀌고 전광석화처럼 떠오르는 생각이 묘사된 걸 보자면 많은 사람이 같은 마음이겠다 싶기도 하다. 과연 이 노인은 누구였고 왜 저자는 이 노인을 검색해봤을까, 그리고 이 노인에 대한 반전이 무엇인지는 책을 읽어보면 더 재미있을 듯 하다. 한적한 지방에서 작은 책방을 하며 주변을 산책하며 떠오른 마음이었던만큼, 풀길 따라 걷는 저자의 이미지를 상상하듯이 은은하게 읽어갈 수 있는 에세이였고, 그래서 그런지 확 칼날처럼 박히는 감정의 동요보다는 읽어나가면서 작은 공감을 부르는 책이었던 것 같다.


 

덧붙인다면?

1. 전체 페이지수가 늘어난 이유이긴 해도 중간중간 들어간 사진들이 이 책의 가장 큰 미덕인 것 같다.


2. 저자는 알고 있을텐데 그 ‘노인’의 정체가 정말 궁금해진다. 


3. 자극적인 소설에 지치고 자연속에서 발견하는 소소한 감정선을 따라가고 싶다면 추천,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인간승리 드라마나 절절한 사모곡 같은 에세이를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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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시그널 - 돈의 현재와 미래를 읽는 10가지 신호
경제브리핑 불편한 진실 지음 / 흐름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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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너무나 많은 사람들이 ‘돈’을 벌기 위해, 가능한 더 많이 벌고 싶어할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 ‘경제’, ‘투자’, ‘부자’, ‘부동산’이 제목에 들어간 책이 빠지지 않고 나오는 듯 하다. 그만큼 관심분야가 ‘돈’에 있을텐데 대부분의 사람들이 ‘관심’만 있지 뭔가를 실행하기까지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책은 당장 1년 이내 부자가 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은 아니다. 다만 어떤 이슈에 관심을 가지면 지금보다 더 경제적인 것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를 알려주는 책일 것 같다.


책의 구성은 간단하다. 전통적으로 돈의 흐름이 담긴 신호 5가지(통계, 금리, 부동산, 재정, 인구)에 대해 각가의 해석을 보여주는데 너무 학문적인 내용이 아닌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가벼운 사례들로 알려준다. 예를 들어 통계는 과연 믿을 만한건지, 왜 대출 금리가 적금 이자보다 높은건지에 대한 저자의 조목조목 써내려간 것이 크게 어렵지 않다. 다른 건 책을 읽어보면 되겠지만 <부동산>에서는 실수요자가 알아두면 좋을 PIR, RIR, K-HAI 같은 개념과 함께 갭투자나 사기에 당하지 않는 방법처럼 현실적인 부분들도 잘 알려주어서 꽤 유용하게 읽은 부분이다. 다만 당장 집값이 문제인 당사자들에게 깔끔한 답변을 주기는 좀 어려우니 잘 읽어보고 나중에 직접 계약서를 쓰는 순간, 또는 어딘가에 집을 얻을 순간이 된다면 한번쯤 떠올려 볼 수 있지 않을까?


약간의 사전 지식을 넣은 다음에는 앞으로 ‘돈’이 될만한 5가지 신호(일코노미, 비즈니스 플랫폼, 중고 시장, 인공지능, 제로 금리)에 대해서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주는데, 이 역시 최신 trend를 반영하여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이 중 <일코노미>에 대해 잠깐 언급하자면, 타이틀만 봐서는 ‘일Job + 코노미 conomy’로 이해했지만 그게 아니라 ‘1 + 코노미 conomy’, 즉 1인 가구를 뜻하는 용어로 최근 ‘문제’로 투영되는 1인 가구와 관련된 경제부분을 이야기하는데, 왜 1인 가구가 증가하고, 그리고 왜 1인 가구가 되어가는지에 대해서 그 이유와 흐름을 잘 연결해 설명해준다. 개인적으로는 그들이 가진 스트레스나 현실적인 어려움까지 이해하는 것 같아 간만에 참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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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아서 집 문제, 직장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또 다른 문제가 있다. 직장에서의 하루하루, 집에서의 하루하루가 만만치 않다. 좋은 회사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더라도 업무 강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일은 대충해도 되는데 거의 매일 야근을 해야 한다면 연해할 시간이 없다. 평일에 열심히 버텨내고 주말에 데이트하면 될 줄 알았으나 주말에도 각종 이벤트나 출장, 평일업무를 위한 준비 등으로 역시나 시간이 없다.

무엇보다 IMF 이후 신자유주의 물결이 거세지면서 성과와 실적만으로 노동자를 펴악하는 회사가 많아진 탓에 조금만 쉬려고 하면, 잠시만 구멍이 나면 문책을 받는다.

(후략)

P. 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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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100% 공감하지는 못할 수 있지만 누군가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줄 필요는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그렇다면 여기서 언급한 이 1인가구가 과연 어떤 부분에서 경제에 영향을 주는 신호로 봐야할까? 궁금하다면 기꺼이 책을 펼쳐보시길.


거기에 사람들이 꽤 관심을 두고 볼 부분이라면 ‘비즈니스 플랫폼’에 관한 것이 아닐까 한다. 넓게는 스마트폰 사용에 따흔 모바일 영역, 좁게는 메세징, 배달앱이나 쇼핑앱, 개임까지 우리는 둘러싼 비즈니스 플랫폼이 가득하다. 어떤이는 꽤 잘 활용하는 사용자로써 그런 것에 관심을 가질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투자처로써 관심을 가질 수도 있을 것이다. 나름대로는 이 비즈니스 플랫폼의 구성에 대해 잘 알려주고 있어 앞서 얘기한 두 가지 관심안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이에 대해 장미빛 미래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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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생각해볼 문제는 플랫폼 업체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갑질하는 것이다. 유묭 쇼핑 앱들 치고 공급자들로부터 원성을 사지 않는 곳이 없다. 그만큼 플랫폼 사업자들이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공급자들을 괴롭히는 사례가 많다는 뜻이다. 소비자에게 반가운 할인 쿠폰이 결국 공급자의 주머니에서 나온다는 사실이 대표적이다. 잘 나가는 쇼핑앱에 입점하려면 다른 쇼핑 플랫폼에 냈던 수수료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내야하는 경우가 많고, 공급가 역시 인터넷 최저가를 밑돌아야 한다.

P. 277 ~ 2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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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플랫폼은 독점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소이고 그와 더불어 많은 서비스들이 오고가는 곳이므로 사용자 불만이 없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일부 앱에 관한 이야기겠지만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얘기할 수 있는 건 현실적이기도 하고, 너무 좋은 면만 이야기하지 않으려는 저자의 생각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데 이와 별개로 저자가 얘기하는 비즈니스 플랫폼의 성공 3요소가 ‘독점력’, ‘확장성’, ‘소비자 편익(착함)’라고 알려주는데 개인적으로는 출처(이론적 배경)가 어디인지 궁금하긴 했다.


경제 관념에 대해서도 새로운 인식과 관점이 필요한 시기이다. 이 책에서 그런 것을 설명하기 위해 뉴턴이 만유인력을 발견했을 때의 사회적 배경과 의의를 짧게나마 소개했는데, 그에 대해선 많은 미디어에서 다룬 이야기였지만 책에서 다시 알려주니 새로운 것 처럼 느껴지긴 했다. 복기하자면 뉴턴이 단지 사과가 떨어지는 걸 갑자기 만유인력을 떠올린 것이 아니라 이미 머릿속에 수많은 이론으로 꽉 차 있다가 사과에서 어느 연결점을 찾았다는 것, 그리고 그 시기가 지금의 코로나 바이러스 COVID-19처럼 전염병이 발생해 뉴턴이 도시에서 떨어져 시골에서 생활하고 있었다는 점이 상기하는 바가 큰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저자가 이 예를 앞 부분에서 언급하는 것 역시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 준비가 된 시점에 찾아온다는 것을 말하고자 했던 것일 것이다. 


인상깊은 부분은?

이 책 저자(들)이 팟캐스트여서 그런지 외의외 곳에서 유머러스한 부분이 많다. 개인적으로는 머리 아파하는 분야이지만 ‘통계’에 관해 알려주는 곳에서는 이 ‘통계’는 과연 믿을만 한가에 대해 언급한다고 얘기한 것 처럼 서두에 ‘세상에 3가지 거짓말이 있는데 거짓말, 새빨간 거짓말, 그리고 통계’라고 시작하니 웃음이 나기도 하지만, 뒷 부분에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지 기대가 되기도 했다. 우리가 수많은 통계 속에 살고 있기도 하지만 단순한 통계를 잘 받아들이기도 한다. 물론 무형의 존재를 길게 설명하는 것 보다 짧은 도표나 그래프가 더 신뢰가 갈 수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 거기서 보여주는 데이터가 정말 진실된 것인지는 의심해 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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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에 담겨진 수치를 그대로 받아들이지 말고 그 내용과 맥락을 찬찬히 따져봐야 한다. 아무 자료나 들이대며 황당한 주장을 하는 것은 아닌지 경계해야 한다. ‘한 번 속으면 속인 놈이 나쁜 놈이고, 두 번 속으면 속은 사람이 바보고, 세 번 속으면 그 때는 공범’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공범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스스로 강력한 ‘의심’과 ‘질문’으로 무장해야 한다.

P. 97 ~ 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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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해당되는 topic은 아니긴 해도 일코노미에 대해서는 우리나라의 1인가구가 불안감이나 죄책감을 느낄 것이 아니라 좀 더 제도적으로 그들에게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며, 그와 함께 세계 각 국에서의 1인 가구가 어떻게 공동주거를 통해 그것을 해결하는지도 설명하고 있으니 관심이 있다면 그 부분도 잘 읽어보면 좋을 듯 하다. 


깊이 생각해보진 않았지만 ‘인구’에 대해서는 오히려 ‘저출산’에 대해 길지 않게 언급해서 좋기도 했다. 그 중에서 존 B. 칼훈 박사의 ‘쥐 유토피아 실험’에 대한 내용이 인상에 남는데, 그에 대한 학술적인 증명이 아니라 그 이야기 자체가 인상깊어서였다. 지면 문제로 다 옮기지는 못하지만, 짧게 얘기하자면, 제한되긴 했지만 충분한 넓이를 가진 공간에 충분한 자원을 공급하고 얼마나 쥐가 번식이 되는지를 실험한 것인데 어느 정도가 흐른 후에는 오히려 출산율이 감소하다가 600일 쯤 후엔 마지막 새기가 태어났다는 것이었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배경과 조건이 무색하게 무한히 늘어나지 않는 쥐 실험에 대해서는 과연 인구 증가는 얼마나 많은 것을 필요로 하는지를 생각해 볼 수 있으니 책에서 직접 확인하기를 권한다.


앞서 얘기했지만 이 책을 읽는다고 경제의 궁금한 점을 모두 알 수도 없지만 부자가 될 수도 없다. 우리가 좀 더 경제를 가까이, 좀 더 잘 알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지 돈이 불어나는 해결책이 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저자가 그것을 직접적으로 말하기 위해 묘사한 것은 누구나 공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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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트 방법은 1만 가지를 넘는다고 한다. 이게 무슨 의미일까? 1만 가지 가운데 그 어느 하나도 정확하고 확실한 효과를 내기 못했다는 것이다. 더불어 1만 가지 방식이 어느 정도 효과를 볼 만큼 사람의 체질이 다양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투자도 마찬가지다. 다이어트 비법 못지않은 다양한 방식과 수단이 존재한다. 

(중략)

정주영-이병철 회장이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서 그들이 했던 방식을 답습해봤자 소용 없다.

P. 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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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는 내가 일하는 분야와 겹치는 부분은 내용에 있어 범위가 넓지 않아 조금 아쉬웠고, 내가 모르는 부분(관심이 없던 부분)은 가볍게 읽을 수 있었다. 물론 더 깊은 지시을 얻기 위해서는 하나하나 그 주제별로 찾아볼 필요가 있겠으나, 이 책을 통해 읽은 내용이 나중에 다른 뉴스나 대화에서 나오게 되면 조금 더 관심있게 이야기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투자전문가 또는 경제전문가 까지는 아니더라도 조금은 살아 움직이는 경제에사 우리가 더 관심 가질 수 있는 분야를 찾아볼 수는 있는 계기 trigger가 되지 않을까 한다.


덧붙인다면?

1. 팟캐스트 출신의 저자(들)이어서 방송에서 그러하듯이 가능한 쉬운 표현들을 사용한 것 같아 읽어나가기가 쉽다.


2. 의외로 ‘투자’나 ‘주식’에 대한 내용이 많지 않다. 책 띠지에 표현된 ‘돈에 대한 나만의 관심을 갖고 싶다’는 것만을 목적으로 한다면 아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3. 경제의 흐름에 관심이 있고, 막연하게 알고 있는 <국부론> 속‘보이지 않는 손’의 실체가 궁금하다면 추천, 당장 어느 주식에 투자하면 대박이 나는지 알려주는 책을 찾는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흐름출판'으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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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
에릭 슈미트.조너선 로젠버그.앨런 이글 지음, 김민주.이엽 옮김 / 김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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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한 때 저명한 학자의 책은 읽으면서 왠지 글을 읽으며 무엇이든 기억해야 하고 무언가 메모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읽었던 적이 있는데(‘피터 드러커’나 ‘제레드 다이아몬드’, ‘짐 콜린스’의 책들이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그런 짱짱한 기억보다는 여유있게 읽어나가면서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을 맞은 CEO라면?’하고 생각하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빌 캠벨은 알려진대로 대학 풋볼 코치를 거쳐 광고대행사, IT기업의 마케팅 매니저, SW기업의 부사장을 거쳐 수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CEO에게 다양한 코치를 하며 기업들을 모두 1조달러짜리 거대 기업으로 만들어 1조달러 코치(Trillion Dollar Coach)로 불린한 인물이다.(기업 뿐 아니라 콜럼비아 대학교 이사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런 인물에 관한 누군가의 ‘기억’(정확한 보고서가 아닌 이상 기억에 의존한 것이라 생각한다)을 읽는다는 건, 그리고 그 기억을 정리한 사람이 구글의 전 회장인 ‘에릭 슈미트’라면 더욱 책이 끌리지 않겠는가? 거기에 들으면 한번에 알만한 회사의 이야기들은 책을 읽어나가 걸 쉽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물론 많은 유사 책들이 그러하듯이 이 책에서 모든 기업이 가야할 길의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딱딱한 이론서가 아닌 앞서 얘기한 것처럼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을 맞은 CEO라면?’같은 질문에 답하듯이 다양한 기업들의 이야기들을 경험담을 듣는 것 같긴 하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의외로 단순한 내용들도 적진 않다. 그 중에서는 진정한 지도자는 직접 지시하지 않는다는 걸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부분도 있긴 하다. 예를 들어 큰 기업의 회장이 회사 내 모든 사업을 관여하기도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참모같은 임원을 두는 것일 것이다. 그만큼 원래 제품이나 부서 업무보다는 회사의 방향성을 생가하는 것이 리더의 업무라는 것인데, 빌 캠벨 역시 그런 것을 강조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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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15년간 빌의 의견은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그 영향은 직접 어떻게 하라고 지시를 내리는 것과는 거리가 아주 멀었다. 빌은 만약 제품이나 전략에 대해 의견이 있다 하더라도 대개는 입밖으로 꺼내지 않앗다 그는 담당 팀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왔다. 대신 긴장감과 의견 충돌이 표면상으로 드러나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도록 도왔다.

P. 37 ~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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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빌 캠벨이 이렇게 한 것은 회사 내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그래서 CEO에게는 직접적이지 않은 간접적인 범주안에서만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마 예전 대학 풋볼팀 코치였다면 그 누구보다 직접적인 코치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반대의견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것만 책에 있었다면 조금은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내용과 함께 정답을 알려주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뭘 해야 하는지 말하지 말되 맥락을 알려주고 스스로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P. 138)는 것을 알려주는 중간 부분까지 이르면, 책 뒷부분의 팀워크나 신뢰에 관한 내용들이 그냥 들어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인자하고 한없이 좋기만 할 것 같은 빌 캠벨의 이야기만 있을 것 같다면 오산이다.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쓰는데 있어서는 누구보다 정확하고 빠른 사람 파악이 필요할텐데, 짧은 시간 사람을 접하고 한두마디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만으로 사람의 업무 능력까지 100% 완벽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빌 캠벨 정도라면 한 눈에 완벽한 인재를 찾아서 그 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지 않을까? 아니 다행히 모든 것이 신화로 만들어질 수는 없다는 현실이 더 극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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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그의 이사회 회의에 사전에 공개된 자료를 숙지하지 않은 멤버가 있었다. 회의 때 그는 이미 공개된 세부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어느 날, 댄 로젠스웨이그가 다른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며 그에게 화를 냈다. 빌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회의가 끝난 후 댄에게 그런 식으로 흥분하지 말라고 했다. 

(중략)

그 멤버는 이사회 회의를 준비하지 않은 채 참석했고, 이미 알고 있어야 할 내용에 대해 반복적으로 질문을 함으로써 시간을 낭비했다.

빌이 말했다. “내가 틀렸어. 해고해.” 

P. 108 ~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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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에피소드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가 직원을 바라보고 대하는 데 얼마나 신중하고 빠른 판단을 하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는 이야기인데, 일반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에겐 반대로 업무에 임하는 태도를 되새겨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양한 CEO에게 코치를 했지만, 의외로 경영자이면서 설립자(Founder)와 많이 시간을 함께 했음을 알게 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창업자를 사랑하라. 회사를 위한 가장 원대한 비전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특별하게 대하고 보호하라”라는 조금은 일부 유명한 CEO(들)를 염두에 둔 의견이라는 게 확실히 느껴지기도 했다.


인상깊은 부분은?

지금의 실리콘밸리의 기업을 1조 가치로 끌러올린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 전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업가이기 보다는 코치라는 입장이었던 만큼 냉철하거나 무조건적인 이익을 따르는 건 아니었어서 오히려 이야기가 더 와닿았던 것도 있다. 그 중에서 빌이 여성을 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나왔는데, 그의 나이가 언제쯤이었는지 몰라도 회사에 필요한 여성 인재를 배치하고 키우는데 굉장히 선도적이었던 것은 맞는 것 같다. 앞서 빌 캠벨이라는 인물에 대해 신화적으로 다루지 않았거나 인간적인 부분도 보여주었다는 얘기를 했는데, 여성에 대한 것에서도 어떤 시각을 보였는지 잘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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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직관적으로 들어맞지 않는다. 빌은 욕도 잘 했고 풋볼을 사랑했으며 더러운 농담도 즐겨 했다. 

(중략)

이런 ‘상남자’ 행동들은(욕설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회사 밖에서 이루어졌지만 종종 회사안에서도 이뤄졌다. 빌의 이런 행동들 때문에 주변의 몇몇 여성들이 종종 소외감을 느꼈을 수도 잇다. 어떤 여성들은 스포츠바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하는 농담에 불편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빌에 대해 이야기한 모든 여성은, 빌이 껄끄러울 수 있는 메세지를 전할 때에도 존중과 따뜻함을 담아 진실한 태도로 임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빌의 대화 방싱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P.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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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빌 캠벨이 사회에 나온 직후부터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여성들이 ‘테이블 앞에’ 앉기를 원했던 사람이며, 다양성이라는 주제가 화두로 떠오르기 한참 전부터, 조직에서 다영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많은 CEO들 사이에서 ‘셰릴 샌드버그(전 페이스북 CO)’가 그를 극찬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는 것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다만 모든 책의 이야기가 다 공감가는 건 아니다. 어느 회사에서 신제품에 대해 ‘마치 드럼을 치는 것과 같은’ 박수와 함께 환호로 칭찬을대신한다는 것과 동일한 주제에 대해 의견이 다른 두 사람을 한 테이블에 앉게 한 뒤 며칠동안 결론에 이르게 하고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와는 좀 동떨어진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런 빌 켐벨을 어떤 사람을 원했을까? 진취적인 도전자 타입? 집중하는 연구원 타입? 그보다는 역시 조금은 추상적인 기준으로 사람들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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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은 사람들에게서 네 가지 특성을 원했다. 우선 ‘스마트’한 사람들을 원했는데, 여기서 스마트란 학문적인 의미보다는 업무에서 다른 분야를 빠르게 습득하고 공통점을 연결하는 능력을 의미했다. 빌은 이런 능력을 ‘통합적 사고’라고 불렀다. 그리고 ‘근면’하고 굉장히 ‘진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의하기 힘든 특성인데, ‘그릿 grit’을 가져야 한다. 

P. 159 ~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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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렇다면 마지막의 그릿 grit은 어떤 특성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사실 이것만을 다룬 책도 있으므로 아주 어려운 의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을 일구고 거기서 성장하는 사람들은 겪게 될 미래를 생각해 이런 특징을 가져야 한다고 여겼을텐데, 책에 아주 간결하게 설명이 잘 되어 있으니 그걸 읽어보면 빌 캠벨이 젊은 사람들에게 요구했던 것이 무엇인지도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짧지만 관심이 갔던 부분은, 그가 가진 신념같은 것인데 ‘본인과 함께 하는 순간은 오롯이 그들에게만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엔 지역 중학교의 풋볼을 지도했는데, 그 시간동안은 늘 부재중 통화였다는, 그리고 그 중에는 스티브 잡스의 전화도 있었다는 것이 그 학생들에게는 영광이자 관심으로 느껴졌다는 것이 많은 CEO가 그와 함께 한 시간들 속에서 똑같이 느꼈을거라는 관점에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기업들과 함께 한 긴 시간에 대해서는 여러 기업들, 사람들의 이름과 함께 잘 설명되어 있는데, 역시 지면 사정 때문인지 그의 개인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 조금은 아쉬운 부분인데 어떻게 대학 풋볼 코치가 이런 깊은 사고를 갖게 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맺어질 수 있었는지 드라마처럼 그려지지 않아 어느 부분을 뛰어 넘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아쉬움이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이 그의 생 전체보다는 그가 이룬 업적 중심이므로 책 두께가 얇아져 읽기 편하다는 것에 의미를 두면 되겠다. 


덧붙인다면?

1. 책의 표지가 굉장히 고급스럽다. 아마 책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긴 했을텐데, 근래 나온 책 중에는 가장 깔끔하고 소재가 좋은 책일 것 같다.


2. 이 책에 언그보디느 회사들이 애플, 아마존, 구글 같은 회사만 있는 것이 아닌지라, 언급되는 더 많은 회사와 인물들을 안다면 책이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다.


3.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의 성장과정에 있었던 소소한 에피소드와 빌 캠벨이 어떤 사람들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하다면 추천, 전설적인 인물이 만드는 롤러코스터 같은 드라마틱한 인생사를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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