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캠벨, 실리콘밸리의 위대한 코치
에릭 슈미트.조너선 로젠버그.앨런 이글 지음, 김민주.이엽 옮김 / 김영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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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한 때 저명한 학자의 책은 읽으면서 왠지 글을 읽으며 무엇이든 기억해야 하고 무언가 메모도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읽었던 적이 있는데(‘피터 드러커’나 ‘제레드 다이아몬드’, ‘짐 콜린스’의 책들이었다), 이번에 읽은 책은 그런 짱짱한 기억보다는 여유있게 읽어나가면서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을 맞은 CEO라면?’하고 생각하면 더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한다. 


빌 캠벨은 알려진대로 대학 풋볼 코치를 거쳐 광고대행사, IT기업의 마케팅 매니저, SW기업의 부사장을 거쳐 수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의 CEO에게 다양한 코치를 하며 기업들을 모두 1조달러짜리 거대 기업으로 만들어 1조달러 코치(Trillion Dollar Coach)로 불린한 인물이다.(기업 뿐 아니라 콜럼비아 대학교 이사회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런 인물에 관한 누군가의 ‘기억’(정확한 보고서가 아닌 이상 기억에 의존한 것이라 생각한다)을 읽는다는 건, 그리고 그 기억을 정리한 사람이 구글의 전 회장인 ‘에릭 슈미트’라면 더욱 책이 끌리지 않겠는가? 거기에 들으면 한번에 알만한 회사의 이야기들은 책을 읽어나가 걸 쉽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물론 많은 유사 책들이 그러하듯이 이 책에서 모든 기업이 가야할 길의 정답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딱딱한 이론서가 아닌 앞서 얘기한 것처럼 ‘내가 만약 이런 상황을 맞은 CEO라면?’같은 질문에 답하듯이 다양한 기업들의 이야기들을 경험담을 듣는 것 같긴 하다. 


책에서 다루는 내용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지만, 의외로 단순한 내용들도 적진 않다. 그 중에서는 진정한 지도자는 직접 지시하지 않는다는 걸 직접적으로 표현하는 부분도 있긴 하다. 예를 들어 큰 기업의 회장이 회사 내 모든 사업을 관여하기도 어렵고, 그렇기 때문에 참모같은 임원을 두는 것일 것이다. 그만큼 원래 제품이나 부서 업무보다는 회사의 방향성을 생가하는 것이 리더의 업무라는 것인데, 빌 캠벨 역시 그런 것을 강조했다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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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15년간 빌의 의견은 지대한 영향을 미쳤지만, 그 영향은 직접 어떻게 하라고 지시를 내리는 것과는 거리가 아주 멀었다. 빌은 만약 제품이나 전략에 대해 의견이 있다 하더라도 대개는 입밖으로 꺼내지 않앗다 그는 담당 팀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도록 도왔다. 대신 긴장감과 의견 충돌이 표면상으로 드러나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도록 도왔다.

P. 37 ~ 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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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빌 캠벨이 이렇게 한 것은 회사 내 경영에는 직접 관여하지 않았고 그래서 CEO에게는 직접적이지 않은 간접적인 범주안에서만 이야기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아마 예전 대학 풋볼팀 코치였다면 그 누구보다 직접적인 코치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작은 반대의견이 떠오르기도 했다. 이것만 책에 있었다면 조금은 부족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이런 내용과 함께 정답을 알려주기 보다는 사람들에게 뭘 해야 하는지 말하지 말되 맥락을 알려주고 스스로 최선의 선택을 내릴 수 있도록 돕는다(P. 138)는 것을 알려주는 중간 부분까지 이르면, 책 뒷부분의 팀워크나 신뢰에 관한 내용들이 그냥 들어있지 않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와중에 인자하고 한없이 좋기만 할 것 같은 빌 캠벨의 이야기만 있을 것 같다면 오산이다. 기업에 필요한 인재를 쓰는데 있어서는 누구보다 정확하고 빠른 사람 파악이 필요할텐데, 짧은 시간 사람을 접하고 한두마디 이야기를 나누는 것 만으로 사람의 업무 능력까지 100% 완벽하게 파악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빌 캠벨 정도라면 한 눈에 완벽한 인재를 찾아서 그 능력을 배가시킬 수 있지 않을까? 아니 다행히 모든 것이 신화로 만들어질 수는 없다는 현실이 더 극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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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그의 이사회 회의에 사전에 공개된 자료를 숙지하지 않은 멤버가 있었다. 회의 때 그는 이미 공개된 세부내용에 대한 질문을 하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어느 날, 댄 로젠스웨이그가 다른 사람의 시간을 낭비하지 말라며 그에게 화를 냈다. 빌도 그 자리에 있었는데, 회의가 끝난 후 댄에게 그런 식으로 흥분하지 말라고 했다. 

(중략)

그 멤버는 이사회 회의를 준비하지 않은 채 참석했고, 이미 알고 있어야 할 내용에 대해 반복적으로 질문을 함으로써 시간을 낭비했다.

빌이 말했다. “내가 틀렸어. 해고해.” 

P. 108 ~ 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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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의 에피소드이긴 하지만 어쨌든 그가 직원을 바라보고 대하는 데 얼마나 신중하고 빠른 판단을 하는지는 충분히 알 수 있는 이야기인데, 일반 회사를 다니는 사람들에겐 반대로 업무에 임하는 태도를 되새겨 볼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다양한 CEO에게 코치를 했지만, 의외로 경영자이면서 설립자(Founder)와 많이 시간을 함께 했음을 알게 되는데 그래서 그런지 “창업자를 사랑하라. 회사를 위한 가장 원대한 비전과 열정을 가진 사람들을 특별하게 대하고 보호하라”라는 조금은 일부 유명한 CEO(들)를 염두에 둔 의견이라는 게 확실히 느껴지기도 했다.


인상깊은 부분은?

지금의 실리콘밸리의 기업을 1조 가치로 끌러올린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이 전한 이야기이긴 하지만, 사업가이기 보다는 코치라는 입장이었던 만큼 냉철하거나 무조건적인 이익을 따르는 건 아니었어서 오히려 이야기가 더 와닿았던 것도 있다. 그 중에서 빌이 여성을 대하는 것에 대해서도 나왔는데, 그의 나이가 언제쯤이었는지 몰라도 회사에 필요한 여성 인재를 배치하고 키우는데 굉장히 선도적이었던 것은 맞는 것 같다. 앞서 빌 캠벨이라는 인물에 대해 신화적으로 다루지 않았거나 인간적인 부분도 보여주었다는 얘기를 했는데, 여성에 대한 것에서도 어떤 시각을 보였는지 잘 알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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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보면 직관적으로 들어맞지 않는다. 빌은 욕도 잘 했고 풋볼을 사랑했으며 더러운 농담도 즐겨 했다. 

(중략)

이런 ‘상남자’ 행동들은(욕설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회사 밖에서 이루어졌지만 종종 회사안에서도 이뤄졌다. 빌의 이런 행동들 때문에 주변의 몇몇 여성들이 종종 소외감을 느꼈을 수도 잇다. 어떤 여성들은 스포츠바에서 맥주를 마시면서 하는 농담에 불편함을 느꼈을 수도 있다. 그러나 빌에 대해 이야기한 모든 여성은, 빌이 껄끄러울 수 있는 메세지를 전할 때에도 존중과 따뜻함을 담아 진실한 태도로 임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래서 빌의 대화 방싱에 불편함을 느끼지 않았다.

P. 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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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은 빌 캠벨이 사회에 나온 직후부터 지금까지 그 누구보다 여성들이 ‘테이블 앞에’ 앉기를 원했던 사람이며, 다양성이라는 주제가 화두로 떠오르기 한참 전부터, 조직에서 다영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을 증명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많은 CEO들 사이에서 ‘셰릴 샌드버그(전 페이스북 CO)’가 그를 극찬한 것도 그런 이유였다는 것이 떠오르는 부분이다.


다만 모든 책의 이야기가 다 공감가는 건 아니다. 어느 회사에서 신제품에 대해 ‘마치 드럼을 치는 것과 같은’ 박수와 함께 환호로 칭찬을대신한다는 것과 동일한 주제에 대해 의견이 다른 두 사람을 한 테이블에 앉게 한 뒤 며칠동안 결론에 이르게 하고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냈다는 이야기는 우리나라와는 좀 동떨어진 기분이 들기도 했다. 이런 빌 켐벨을 어떤 사람을 원했을까? 진취적인 도전자 타입? 집중하는 연구원 타입? 그보다는 역시 조금은 추상적인 기준으로 사람들을 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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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은 사람들에게서 네 가지 특성을 원했다. 우선 ‘스마트’한 사람들을 원했는데, 여기서 스마트란 학문적인 의미보다는 업무에서 다른 분야를 빠르게 습득하고 공통점을 연결하는 능력을 의미했다. 빌은 이런 능력을 ‘통합적 사고’라고 불렀다. 그리고 ‘근면’하고 굉장히 ‘진실’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의하기 힘든 특성인데, ‘그릿 grit’을 가져야 한다. 

P. 159 ~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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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렇다면 마지막의 그릿 grit은 어떤 특성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사실 이것만을 다룬 책도 있으므로 아주 어려운 의미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에서 벤처기업을 일구고 거기서 성장하는 사람들은 겪게 될 미래를 생각해 이런 특징을 가져야 한다고 여겼을텐데, 책에 아주 간결하게 설명이 잘 되어 있으니 그걸 읽어보면 빌 캠벨이 젊은 사람들에게 요구했던 것이 무엇인지도 쉽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 짧지만 관심이 갔던 부분은, 그가 가진 신념같은 것인데 ‘본인과 함께 하는 순간은 오롯이 그들에게만 집중한다’는 것이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오후엔 지역 중학교의 풋볼을 지도했는데, 그 시간동안은 늘 부재중 통화였다는, 그리고 그 중에는 스티브 잡스의 전화도 있었다는 것이 그 학생들에게는 영광이자 관심으로 느껴졌다는 것이 많은 CEO가 그와 함께 한 시간들 속에서 똑같이 느꼈을거라는 관점에서는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기업들과 함께 한 긴 시간에 대해서는 여러 기업들, 사람들의 이름과 함께 잘 설명되어 있는데, 역시 지면 사정 때문인지 그의 개인적인 부분에 대한 이야기는 많지 않다. 조금은 아쉬운 부분인데 어떻게 대학 풋볼 코치가 이런 깊은 사고를 갖게 되고 다양한 사람들과 맺어질 수 있었는지 드라마처럼 그려지지 않아 어느 부분을 뛰어 넘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아쉬움이다. 하지만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이 그의 생 전체보다는 그가 이룬 업적 중심이므로 책 두께가 얇아져 읽기 편하다는 것에 의미를 두면 되겠다. 


덧붙인다면?

1. 책의 표지가 굉장히 고급스럽다. 아마 책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긴 했을텐데, 근래 나온 책 중에는 가장 깔끔하고 소재가 좋은 책일 것 같다.


2. 이 책에 언그보디느 회사들이 애플, 아마존, 구글 같은 회사만 있는 것이 아닌지라, 언급되는 더 많은 회사와 인물들을 안다면 책이 훨씬 더 재미있을 것 같다.


3.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의 성장과정에 있었던 소소한 에피소드와 빌 캠벨이 어떤 사람들과 진지한 이야기를 나눴는지 궁금하다면 추천, 전설적인 인물이 만드는 롤러코스터 같은 드라마틱한 인생사를 원한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김영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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