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야모토 무사시 - 병법의 구도자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우오즈미 다카시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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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포인트는? 

‘미야모토 무사시’라는 이름을 들어본 사람들은 과연 어디서였을까? 굳이 역사 속 인물에 관심이 있었다든지 목적을 가지고 찾아본 사람이 아니라면 최소한 우리나라에서는 무협소설 분위기의 소설이나 ‘다케이코 이노우에’의 <배가본드>가 미야모토 무사시를 다뤘다는 정도가 아닐까 한다. 사실 실제 인물이라고 해도 어떻게 다뤘느냐에 따라 인물에 대한 평가나 기억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책은 최대한 담담하게 ‘미야모토 무사시’를 다뤘다고 보면 되겠다.  


먼저 책은 1장 ~ 3장까지 ‘미야모토 무사시’의 삶을 알려주고, 4장에서는 <오륜서>를 비롯한 병법에 관해, 그리고 마지막 5장에서 미야모토 무사시가 강조한 정신, 道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물에 관한 책으로써 양아버지에 영향을 받아 병법가이자 무사로서의 길을 가게 되었다는 것과 그 당시 정치적인 변화에도 빠르게 발맞춰 갔다는 것은 흔히 갖게되는 ‘무사’의 선입견과는 조금 다르기도 하다. 심지어 ‘병법 35개조’라는 것을 만들어 그 당시 번주(번藩은 성 아래있는 마을을 뜻한다)인 ‘호소가와 다다토키’에게 바쳤다는 것이 충분히 주변 상황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이런 역사와 기록에 기반하다 보니 가능한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노력한 흔적은 있다. <오륜서>가 ‘미야모토 무사시’가 쓴게 아니라는 소문과 그것에 대해 반증하는 내용에서 우선 알지 못했던 <오륜셔>라는 것에 관심이 가기도 한다. 인물이야기와 더불어 <오륜서>의 주요 내용을 알려주는 건 그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그 중에서도 얼마나 본인을 깊이 담그고 단련했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들이 여러 곳에서 확인 가능하다. 강한 힘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그에 맞는 정신을 역시 갖춰햐 그에 맞는 힘을 가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부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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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무사로서의 도를 수행하는 데 있어서 무사의 방법을 알지 못하는 것, 혹은 여러가지로 미혹됨이 있어서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이 없는 것도 ‘공’이라고 한다.

(중략)

“무사시는 병법의 도를 확실하게 터득하고 그 외에 다양한 무예를 익혀 무사가 행하는 도에서 조금도 미혹되지 않는다. 마음의 흔들림 없이, 쉼 없이 단련을 거듭해 심心과 의意라는 두 가지 마음을 연마하고 관觀과 견見이라는 두 가지 눈을 갈고 닦아 더할 나위 없이 맑고 흔들림 없는 경지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진정한 공이 무엇인지 알 수 있다.” 

P. 2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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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모토 무사시’는 병법을 완성된 힘인 무력으로 본 것이 라닌 끊임없는 수련의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어떤 몸의 기술이 아닌 ‘땅, 물, 불, 바람, 공’을 5장으로 구성할만큼 자연과의 조화로움을 염두에 두기도 했다. 그리고 힘을 키우는 것 보다는 늘 사리 분별을 정확히 할 수 있고 바른 마음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한다. 그리고 한가지 더 특징인 것은 ‘검객’으로 이름을 날렸지만 다른 사람들(같이 싸워야 할 사람들)과 함께 싸우는 것에 대해서도 잊니는 않는다. 물론 이것의 기저에는 일대일 싸움을 강조하는 것이긴 하지만 싸움이라는 것이 늘 혼자 하는 것만이 아니므로 이에 대해서도 강조한거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이 수련한 오랜 경험과 가르침을 기록한 <오행도>에 대해서도 많이 언급하는데, 최소한 이렇게 책으로 남길 정도라면 당연히 모든 것이 기술이나 힘에만 의존할 내용이 아닐거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가능하면 정신이나 마음가짐도 자신을 단련시키는 과정에 있어야 한다는 당연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우는 흐름이라고 생각하면 좋을 것 같다. 물론 인물을 다루다보니 그 당시 시대 상황을 설명하지 않을 수는 없기 때문에 시대적인 상황과 함께 여러 인물들에 대해서도 서술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미야모토 무사시’에 대해서가 절대적으로 많긴 하다. 역사서라고 보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이 지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면이 허락하는 한도가 있겠지만 그 당시 상황을 다루는 방법이 너무 짧아 아쉽게 느껴질만한 부분도 있을 것이다. 



인상깊은 부분은?

책에 따르면 ‘미야모토 무사시’가 죽기 일주일 전에야 <오륜서>의 붓을 내려놓았다고 하니 그 결과물에 대한 의지와 적지 않은 미련에 대해 짐작이 가능하다. 너무나 많은 내용과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까지 있지만 병법의 도를 벗어나지 않는 것을 최우선의 가치로 두었다. 인물에 관한 얘기만큼 병법서에서 다루는 검술에 대해서는 칼 잡는 것부터 검을 잡는 자세까지 알려주는데 ‘다섯가지 기본자세’와 ‘다섯가지 겨눔세’, 그리고 ‘검의 도’를 ‘미야모토 무사시’의 기록을 기반으로 설명해준다. 이는 공격자세나 움직임을 알려준다는 건 읽어나가며 이해가 가능하지만 단지 묘사에 그친다는 건 아쉽고, 실습서만큼 상세하지는 않으므로 이 책에서 소개하는 내용으로 검술을 배우는 것은 아주 힘들 것 같다. 예를 들자면 브레이크 댄스 책을 샀는데 그림보다 글이 더 많고 그걸 직접 상상해봐야 한다는 것 같을까?  


​전술서로써도 내용이 아주 많다고 할 수는 없지만 싸움이라는 행위에 있어 일반인들이 예상하는 선입견을 경계하도록 만드는 건 조금은 이해해야 할 부분일거란 생각이 든다. 물론 마음을 언제든지 올곧게 유지해야 한다고 하지만 실전에서는 그런 곧은 마음이라는 게 유지되기는 어려울테니, 최소한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는 알 수 있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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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아가 체격이 작은 사람은 큰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고 반대로 체격이 큰 사람은 작은 사람의 마음을 헤아려 “자신의 몸만 믿고 판단이 흐려지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몸이 작다는 이유로 민첩함에만 의지하거나, 반대로 체격이 크다는 이유로 힘으로 밀어붙이는 큰 기술을 행하는 것은 “자신의 몸만 믿고 판단이 흐려지는 것”이기 ??문에 그렇게 하면 안된다는 사실에 대해 실로 정중히 주의를 주고 있다.

P.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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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자신을 수련하는 책에서는 명상이나 최소한의 움직임을 강조하는 바, 이런 적대적일 수 있는 마음가짐이 여유롭게만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실 몸이 작고 크고의 문제는 아니고 몸의 균형을 강조하는 것으로 최소한 너무 자신의 몸을 ?굽? 말라는것에는 동의해도 이런 가르침과 함께 얼굴을 숙이거나 옆으로 기울이지 않고 미간을 찡그리지 않는다거나 눈을 깜빡거리지 않으며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라는 건 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


<오륜서>를 다룬 책들을 본 적도 없지만 이 책에서 그와 함께 다룬 건 <독행도>이다. 이는 ‘미야모토 무사시’ 본인이 스스로 맹세한 것을 적은 것이자 직접 다짐을 글로 남긴 것이라고 한다. 물론 현재까지 전해진다고 하니 더 의미가 있을 수도 있을텐데, 삶의 신조이자 생에 남기고 싶은 것을 가르침으로 남긴거라 생각하면 될 듯 하다. 앞서 얘기했듯이 <오륜서>도 죽기 일주일 전까지 집필을 계속 했다는 것에 비추어 병중에서도 붓을 놓지 않았던 만큼, 이 <독행도>에도 그만큼의 가르침과 절실함을 담았을 거라 생각하면 그간 ‘검객’으로만 굳어지는 이미지가 너무 단편적이라고 여겨지기까지 한다. 다양한 수련을 통해 얻은 결론일지라도 과연 ‘미야모토 무사시’는 모든 것을 잘 지켜왔을지는 의문이 든다.


​아무래도 이런 정적인 이야기도 많지만, ‘미야모토 무사시’에 대해서는 ‘무패의 검객’이라는 환상을 적절히 표현하고 있다. 정확히는 아니라고도 하지 않고 맞다고도 하지는 않는다. 객관적이라고 하기엔 내용이 부족하고, 주관적이라고 하기엔 점잖다고 할까? ‘군베이’라는 무사가 자신의 생애를 되돌아보며 ‘무섭다’라고 느꼈던 순간으로 ‘미야모토 무사시’와의 대결을 꼽았다고 하는 건 어느 기록을 기반으로 한건지 궁금해지기도 했다. 우연히 접한 책이지만 전체 분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고, 인물에 관한 전기로써도 일대기가 길게 그려지지 않아 이해하기엔 부족하다는 아쉬움이 든다. 또한 수련서로서도 그에 대한 내용이 심도있게 그려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최소한 ‘미야모토 무사시’라는 사람에 대해 잘 몰랐다면, 그리고 중국의 병법서나 수련에 관한 책만 접해왔다면 조금은 새로운 관점으로 읽어볼 수 있을 것 같다. 



덧붙인다면?

1. 의외로 한자로 된 부분이 많은데 뜻을 다 찾아볼 생각이 아니라면 독음이 붙어 있어 읽기에 어렵지 않다. 


2. 일대기라고 하기엔 이야기에 ‘기-승-전-결’이 부족하므로 <오륜서>를 위해 쓴 저자에 대한 사전설명이라고 생각하면 더 좋을 것 같다.


​3. 미야모토 무사시를 소설이나 만화로만 기억하거나, 오륜서에 담긴 내용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추천, 일본의 일개 검객에 관심갖고 싶지 않다면 비추.


 


* 이 서평은 작성자 본인의 개인 블로그에 올린 서평 내용 일부를 편집한 것입니다.

* 이 서평은 출판사 ‘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작성되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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