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에 문화꽃이 피었습니다 - 관계를 잇는 나무 인문학
이흥재 지음, 강석태 그림 / 아시안허브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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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솔직하게 말 하건데 책에 대한 욕심이 있어 보내는 책을 읽고 서평을 쓰는 일에 덜컥 신청했다.

 그렇게 받아본 나무에 문화꽃이 피었습니다는 손에 딱 맞는 판형에 어린왕자의 바오밥나무와 코끼리가 그려진 표지가 깔끔한 정겨운 책이었다.

 펼쳐보니 여러 목차에 작은 소제목의 짧은 글들로 채워진 금방 읽겠는데...’ 라는 생각에 콧노래가 나왔다. 첫 느낌대로 읽는데 긴 시간이 걸리진 않았다. 그런데 아차 싶었다. ‘여운이 길어서 서평쓰기가 쉽지 않다.’ 한숨이 절로 나온다.

 첫 문장을 어떻게 시작해야하나 고민이 되었다. 그래서 글을 읽고 느낀 나무에 대한 인상부터 풀어가기로 했다.

 

 나무는 팔색조처럼 이런 때는 이렇게 저런 때는 저렇게 다채로운 빛깔을 내뿜는다.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이에게는 용기를, 외로운 이에게는 위로를, 아이들에게는 추억을, 세상에 평화의 가지를 드리우는 존재다. 나무는 잎으로, 꽃으로, 열매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제 모든 것으로 이로움을 주는 존재다.

 나무는 그저 제자리에 서서 저 할일을 할 뿐인데 그를 보고 우리네는 앞을 보고 나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

 어느 누구 보아주는 이 없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보여준다.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은 상상한다. 때로는 쌀이 되었다가(본문 66쪽 쌀밥 나무에 담긴 마음), 화가의 붓끝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나고(본문 111쪽 포도넝쿨 아래서 마음을 열면), 작가의 펜에서 상상의 나래를 펼치게 한다.(본문 82쪽 바오밥 나무와 카바리아 나무의 운명). 인간의 욕심 때문에 생긴 카바리아 나무의 안타까운 운명도 알게 되었다.

 

 그 뿐이 아니다. 그 옛날 종이 없던 시절에는 기억을 나무에 꼭꼭 눌러 담았다.

 나무는 사람이 없던 때에도 그 자리에 서서 꿋꿋하게 시간의 실타래를 풀었다.

 때로 인생의 고단한 페이지에서 흘리는 눈물을, 외로움을, 억울함을 닦아주는 손수건이 된다.

 역사의 곁에 있었다는 일로 외면 받아도 그를 탓하지 않고 인간의 욕심에 제 모습이 잘려도 묵묵히 받아들이고 존재한다.

 

 나무는 혼자 서있지만 혼자만 살려고 하지 않는다. 저 잘난 맛에 사는 사람들에게 세상은 혼자 사는 것이 아니라고 보여 준다.

 크고 힘이 쎈 사람이 모든 것을 차지하며 사는 것이 얼마나 옳지 못한 일인지.

 작은 것들을 배려하며 자신의 자리를 양보하고 함께 살아야 하는 일이 왜 당연한지를 조용히 보여 준다.


 이 책 나무에 문화꽃이 피었습니다는 나무처럼 읽으면서 조용히 스며든다. 우리가 삶을 살아가면서 무엇이 향기로운 일인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를 한장 한장에 정성껏 담았다. 글을   읽으면서 잠시 쉬어 가라고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을 수줍게 살짝 밀어 보낸다.

 많은 사람들이 나무에 담긴 과거의 시간들에 빠져 그 향기를 담뿍 느끼기를, 의로운 나무를 본받아서 함께 미래를 살아가자고

-먼저 읽은 독자로 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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