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콘텐츠가 전부다, 노가영 외 3인]
콘텐츠, 트렌드, 미디어라는 단어를 달고 출판되는 많은 트렌드 서적들이 작년 한 해 유행했던 MZ세대 트렌드를 나열·분석한다. 그리고 올해 주목해야 하는 키워드를 우후죽순 “만들어낸다.” 그럼 마치 그 키워드가 한 해의 트렌드인 듯 보이지만, 서적 마다 내세우는 키워드는 다 다르며 또 알고 보면 비슷한 내용을 말하고 있을 때가 많다. 실제로 코로나로 인해 우리의 생활이 대면에서 비대면으로 바뀌어갈 때, 이런 생활 방식을 ‘언택트’가 아닌 ‘언컨택트’라고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을 보았다. 중요한 것은 부르는 명칭이 아니라 그 안에 담긴 본질적인 내용이 아닌가.
<2022 콘텐츠가 전부다>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부터 SNS, 오디오 콘텐츠, 게임, 크리에이터 비즈니스, K-엔터, 마지막으로 블록체인까지 콘텐츠 시장을 광범위 하게 다룬다. 그리고 그 내용이 꽤나 딥하다. 과거부터 현재, 그리고 추후 전망까지 시장의 흐름을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여타 트렌드서와 다른 점이다.
“넷플릭스는 왜 K-콘텐츠를 출시할까?”
내 기억에 2016-2017년 즈음만해도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는 한국 콘텐츠는 JTBC 예능 ‘아는형님’정도 였던 것 같다. 그 당시에는 "넷플릭스에 아는형님이 있네? 웃기다."하면서 봤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니 넷플릭스에 왜 아는형님이 있었는지 알 것 같다. 강호동, 이수근, 한류스타 김희철을 포함하여 탄탄한 고정멤버에 매주 다른 아이돌 멤버나 배우 게스트 덕분에 아는형님은 두터운 해외 팬층을 가지고 있었다. 기제작된 한국 방송을 넷플릭스에서 서비스 하는 비용이나 넷플릭스와 방송사 간의 거래가 어떻게 성립되는지는 잘 모르나, 어쨌든 넷플릭스 입장에서는 아는형님의 팬들을 넷플릭스로 끌어들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아니었겠는가.
그 후 2017년 봉준호 감독의 영화 <옥자> 개봉으로 넷플릭스 오리지널 K-콘텐츠가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겠다. 당시 영화를 상영관이 아닌 OTT 플랫폼에서 먼저 개봉한다는 것은 엄청난 센세이션이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와 같은 멀티플렉스에서는 옥자 상영을 거부하기까지 했으니 말이다.
넷플릭스는 왜 K-콘텐츠를 제작할까? 비약적으로 말하자면, 넷플릭스에게 K-콘텐츠는 가성비 좋은 상품이다. 현재 넷플릭스 K-콘텐츠 유통 구조는 국내 제작사가 기획, 연출, 촬영, 제작까지 하여 최종 결과물을 넷플릭스에 전달하는 방식이다. 넷플릭스는 드라마 제작사에게 총 제작비의 10~20%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하고 콘텐츠 판권, 저작권 등 모든 IP는 넷플릭스가 갖는다. 한국의 제작사는 콘텐츠를 넘기는 순간, 콘텐츠를 가지고 어떠한 수익 창출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제작사에게 남는 건 10~20%의 수수료 뿐이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제작사가 넷플릭스에 콘텐츠를 납품하는 이유가 있다. 수수료 외에도 부가적으로 얻는 이익이 있기 때문이다. 빵빵한 제작비 지원에, 잘 만들어서 주기만 하면 마케팅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전 세계 190개 국가에 홍보·송출되는 셈이다. 그 외에도 창작에 대한 자유와 존중, 소재의 다양성, 형식의 자율성 등 가능성을 열어두고 자유로운 제작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국내 방송국을 통해 송출하는 것과 비교했을 때 나쁠 것이 없기 때문에 한국 제작사는 넷플릭스를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웃긴 점이 한 가지 있다면, 한국 드라마 제작비는 미국 드라마 제작비의 10분의 1 수준이라는 것이다. 대 흥행을 한 <오징어게임>도 회당 제작비가 22억 원이라고 한다. (회당 제작비 1위 더크라운=156억 원) 앞서 K-콘텐츠가 가성비 좋은 상품이라고 말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오징어 게임, 그 후가 중요하다'고 한다. K-콘텐츠가 전 세계 넷플릭스 시청자를 장악했고, 국내 OTT 플랫폼 또한 몸집을 불리고 있다. 오징어게임으로 넷플릭스의 주가가 상승하긴 했지만, 넷플릭스는 점점 침체기로 접어들고 있다. 시기를 잘 봐야하긴 하겠지만, 국내 제작사가 넷플릭스에 너무 저자세를 보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