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해변
크로켓 존슨 글.그림, 김미나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자유로운 상상이 해변에서 아이들의 시각으로 번져 나아간다. 진정으로 원하면 반드시 꿈은 이뤄진다는 것을 우리는 커가며 잊고 말았다. 정말 지극히 상식적인 시각이지만, 이는 열망을 실체화하는 데 가장 중요한 자세이자 마음가짐이다. 이 책에서 우리의 옛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바라는 바 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 야속할 때, 종종 해변가에 앉아 지긋이 바다 저편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자신과 대화를 나눈다. 종종 후회와 번민으로 이어지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예전에 갈망했던 순수한 자신의 모습도 찾는다. 정말 원하는데 왜 안되는 건지 말이다. 여전히 무언가를 원한다는 점은 순수가 남아있다는 뜻으로 해석해도 될 듯하다. 다만, 너무나도 커버린 몸집과 현실에 타협해버린 가슴이 해변에 글씨를 끄적일 수 없도록 제동을 건다 뿐이지, 우리 마음에는 죽는 순간까지 소망을 달고 살게 되어있다. 이런 욕구, 아주 순수한 욕구가 싫고 번민으로 느낀다면 속세를 떠난 스님처럼 끈을 내려놓는 시도가 필요하겠지만, 그건 본인의 선택의 문제일 따름이다. 상상하는 힘으로 현실을 바꾸기는 어렵지만, 짧은 인생에서 갈망도 안 하고 살다가기에는 지나치게 심심하다. 청년들에게 꿈을 찾으라는 말이 울림을 잃는 순간, 그건 바로 나락이다. 마법은 요술 방망이의 뚝딱거림으로만 소망을 성취하는 게 아니다. 설령 그 꿈을 이룰 수 없더라도 꿈을 꿀 수 있는 환경, 그리고 꿈을 꾸는 행위에 대한 자신의 자신에 대한 존중이 제 기능을 할 때 개인과 사회를 함께 바른 길로 나아가는 것이라고 해도 전혀 과언은 아니다. 크로켓 존슨의 마법의 해변은 마음 속에서 여전히 출렁이는 파도소리와 함께 순수의 절결함을 모래 위에 촉촉히 적셔내고 있다. 나의 마음은 순수의 순간이 연속되고 있다. 간혹 단속평형적으로 이탈할 뿐, 어느 순간에 다시 순수를 찾는다. 우리가 늙고 지쳤을 때 모습을 생각해보자. 어린 아이와 삶을 대하는 자세가 그리 다르지는 않다. 다만, 삶의 여정에서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며 다시 순수해지고 있을 뿐이다. 가장 순수하기 어려울 때가 청년과 중년의 시기일 것이다. 이 때 우리는 더욱 자발적으로 마법의 해변을 찾아야 한다. 벌써부터 파도 소리가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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