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아름다운 준비 - 유대인 랍비가 전하는
새러 데이비드슨.잘만 섀크터-샬로미 지음, 공경희 옮김 / 예문사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죽음에 이르는 담담한 길, 탄생과 바로 마주한 죽음을 대하는 랍비의 철학과 마음가짐을 담담한 어조로 들어볼 수 있는 책이다. 유대교의 탈무드는 현실적 장벽을 주어진 환경으로 받아들이는 동시에 현명한 생각과 자세로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선사한다. 죽음에 관해서도 마찬가지다. 브랜드나 마찬가지인 종교의 여러 계명, 특히 10계명같은 내용보다 인간 자체를 잔잔히 담아낸, 물론 문화적으로 마찰을 빚는 규율은 있지만, 랍비의 사고관은 배울 점이 많았다. 일단, 탈무드는 지혜를 담은 책이라서 종교적 색채가 거의 없다. 대놓고 종교질은 하지 않아서 초등학교 때부터 종종 읽어보곤 했다. 이러한 수준의 중교라면 사실 환영이다. 브랜드화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마케팅에 총력을 다하지 않는 종교가 남긴 탈무드는 랍비가 전하는 죽음을 고스란히 담아냈다. 12월의 마지막을 향한 우리 삶은 누굴 믿고 의지하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유일한 행복의 시간을 죽음과의 조화로 향기내는 삶을 만드는 의지적 과정이다. 반드시 끝이라고 생각하기에는 아쉬운 구석이 있는 게 죽음이지만, 사회적 단절이 곧 죽음에서 물리적으로 작동하니 그렇다고 수긍할 수는 있다. 날아가버리는 시간을 죽음과 함께 더욱 행복하게 만드는 게 우리 삶의 지혜일지 모른다. 죽음은 비록 두려운 과정이지만, 어느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 쇠약해지는 육체가 마주할 종점은 죽음이라는 점이 아쉽지만, 그보다 갑작스럽게 닥치는 죽음은 육체적 쇠약과는 관계가 없다는 점에서 하루 하루의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마지막 날을 미리 준비하는 자세로 살아간다면 일상의 행복이 대체 어느 정도 소중한 것인지 지금 생각해봐도 가늠이 안 될 정도다. 지구상에 없었어야 할 나치로 인해 저자도 큰 혼란을 겪었다. 그런 경험들이 어쩌면 죽음을 담담히, 그리고 후회없는 삶을 지향하는 원대한 자세가 중요하다는 걸 깨닫는 계기였는지 모른다. 힘들 때 읽고 생각할 여지를 주는 책이다. 죽음을 극복할 기술이 나올 때가 분명 있을 것이지만, 아직까지 우리는 죽음을 숙명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더욱 행복하기 위해서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