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의 수업
수산나 타마로 지음, 이현경 옮김 / 판미동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소설가의 직업에 묘미를 느끼는 계기가 수산나의 '영원의 수업'을 읽고 나서라고 하면 과장일까. 인간의 일상에서 무의미함과 허무함, 그리고 살아야하는 이유를 떠올리기가 너무나도 어려운 우리 모습을 메테오를 통해 드러내고 있다. 평범하면서도 독특한, 즉 우리 개개인이 믿는 바와 흡사한 한 인물이자 주인공인 메테오는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을 하고, 아이도 갖는다. 게다가 행복은 복리처럼 불어나 또 다른 아이를 임신하고, 주인공의 가정은 영원히 행복할 듯 싶어 보인다. 그러나 부인은 아이와 함께 목숨을 잃는데, 주인공은 아내의 죽음이 무엇에 연유했는지 알지 못하고 방황한다. 15년간 숲속에서 삶의 이유를 알려고 노력하는 그의 모습에서 우리 모습이 보인다. 너무나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 사건의 중심에서 갈피를 좀처럼 잡을 수 없을 때의 모습말이다. 그의 무너짐을 보는 그의 어머니도 죽음에 휩싸이고, 그는 삶이 무엇인지 점차 알아가는 듯한 인상을 남긴다. 다시 속세로 돌아온 그는 이전과는 많이 다른 자신을 대면한다. 아내를 떠올리는 가운데 잃었던 행운과 기회는 지나가는 운을 그려내는데 이마저도 영원의 수업에서 보란듯 방증하는 우리 삶이다. 숲속은 시간이 정지한 곳이란 설정, 내면의 고독함과 고요함이 침작하는 와중에 비로소 진정한 삶을 마주하는 것이다. 주인공이 머문 숲, 그리고 그곳에서 보낸 조용하지만 치열한 내면의 시간이 너무나도 와닿는다. 나도 종종 조용히 명상의 시간을 갖는다. 그저 고요함 속에서 고독함, 그 철저한 실존을 직접 느껴보고자 말이다. 물론 주인공과는 다른 설정 속에서 행하는 고요함이지만, 이를 통해 위로와 회복의 기운을 받는 경우가 많다.자신의 자리를 지키고 살아가는 게 어쩌면 삶의 진리이자 삶의 원형이 아닐까. 절망이 없는 삶은 없다. 아무리 평온한 삶일지라도 부모님을 여의는 고통은 피할 수 없고, 자신의 죽음 앞에 두려워해야 하는 시간도 피할 수 없다. 신은 누구인지, 우리의 삶이 대체 무엇인지 고민하는 행동은 지극히 자연스럽지만, 삶은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데 드리는 노력과 과정이 전부인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매력적인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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