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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의 인문학 - 같은 길을 걸어도 다른 세상을 보는 법
알렉산드라 호로비츠 지음, 박다솜 옮김 / 시드페이퍼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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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세상 보는 법은 관찰자의 초점과 배경 지식에 따라 다르다. 책에 등장하는 11명의 뉴욕 관찰자는 저마다 다른 배경 지식과 감각을 지닌 사람들이다. 곤충박사, 일러스트레이터 등 너무나도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뉴욕 산책길에 마주한 여러 현상을 흥미롭게 소개하며 관찰의 인문학적 고찰을 저자는 제대로 시도했고, 실제로 너무 잘 해낸 것 같다. 같은 길을 걸어도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아름다울 수 있고, 지독히 괴로울 수도 있다. 후각이 주는 민감함은 우리 뇌로 바로 연상작용을 일으켜 공간이탈 감각을 자아낸다. 뿐만 아니라 청각으로만 생활을 이어가는 시각장애인도 마찬가지로 장애가 없는 사람이 놓치고 있는 공간과 시간의 여러 요소를 기민하게 잡아낸다. 관찰은 어쩌면 지식의 편견을 넘어서는 유일한 창구일지 모른다. 아주 사소한 사항을 연구하기 위해 관찰은 필수다. 사람들은 서로 부딪히지 않으려고 맞은 편에서 걸어올 때도 인지 능력과 본능으로 방향을 설정해낸다. 미끄러지듯 빠져나가 부딪히지 않는 건 사람들이 놓인 환경에 따라 행태가 달라졌고, 이를 분석한 연구진에 의해 걷고 피하는 기본 능력도 사람들이 살아온 환경에 큰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보는 게 전부는 아니다. 하지만 보지 않고서는 알 수가 없으니 우리는 결국 관찰이 숙명인 존재인 셈이다. 인간은 본능에 의해 주변을 관찰하는 경향도 있다. 아무리 시끄럽고 온전치 못한 공간에 놓였더라도 누군가 기척을 발생하면 우리는 즉각적으로 낌새를 알아챈다. 살금살금 다가와 깜짝이는 데 성공하는 사례도 적지 않지만, 예민한 사람들은 그 상황을 인간의 채취와 공기의 흐름 등으로 파악한다. 인지 능력없이 뇌의 감각이 본능적으로 상황을 관찰해 신호를 보내는 이러한 프로세스는 그저 놀라운 따름이다.곤충박사의 시각도 너무나도 매력적이다. 거의 미시적 분야를 스캔하듯 살펴내는 능력은 신기하기도 하다. 민달팽이의 아름다움을 산책 중 느낀다는 게 얼마나 독특한가. 온갖 벌레의 흔적을 곤충학 배경 지식으로 해석해 공간을 재해석하는 점을 보면, 관찰이란 게 참으로 아름다운 행위임을 알 수 있다. 각자 다른 시각을 유지할 때 더욱 풍성한 사회가 되는 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