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유전자 - 진화심리학으로 본 종교의 기원과 진화
니콜라스 웨이드 지음, 이용주 옮김 / 아카넷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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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종교가 없었더라면, 이라는 가정은 누구나 해봤을테다. 사무엘 헌팅턴은 미국 사회가 현재처럼 선진화될 수 있었던 바를 종교적 특징에서 찾았다. 만약 프로테스탄트가 아니라 카톨릭이 미국 영토에 뿌리내렸더라면 어땠을까라는 말로 시작하지만, 그의 결론은 프로테스탄트의 특질덕분에 미국의 오늘이 가능했다로 귀결된다. 책에는 인지과학자와 진화학자가 등장하는데,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핑거교수는 상당히 다채로운 의견을 거침없이 내놓는 분이고, 리차드 도킨슨은 나와 동일한 의견을 많이 갖고 있어서 좋아한다. 종교 유전자라고 칭한 이유는 인류의 역사에 보편적으로 종교가 등장하기 때문이다. 수렵과 채집의 원시 시대에도 토템이나 샤먼은 존재했음을 여러 화석과 흔적을 통해 알 수 있다. 현재까지도 이어져온 종교가 보편적이라 말할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고 유전자로 특정할 정도의 보편성이 종교에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 이유는 우리의 삶이 여전히 미지의 영역에 있는 까닭에 어떤 대상에 기대어 설명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대상이 아직은 신이라는 추상적 존재다. 책에는 대표적 종교의 탄생 역사와 역사적 사건의 보편성을 연결하고 있다. 종교와 전쟁은 아주 흥미로운 부분이다. 신학은 신을 모른다는 가정자체를 건드릴 수 없을 정도로 방어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의견에도 반문은 가능하다. 특히 답이 명확치 않은 의견에는 말이다. 심지어 숫자 0은 0이 아니다라는 주장도 틀렸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렇듯 종교는 공격하는자가 일단 불리해지는 속성을 지녀서 일반인이 쉽게 언변을 늘어놓기 불안한 주제이기도 하다. 종교 유전자를 읽으면서 종교가 인간 사회에 자리잡은 이유를 사회학적 혹은 생물학적 해석을 시도한 저자가 상당히 반가웠다. 종교의 존립 근거는 우리가 죽기 때문이라고 본다. 성서가 곧 파괴 지침서라는 핑거교수의 말도 아이러니하게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종교의 마케팅적 요소를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직자라는 직위, 교회라는 공동 자산이 가져다주는 맹목적 부는 솔직히 마케팅 원리의 대표 사례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은 균형적 종교관, 그리고 진화심리학으로 바라본 종교에 대한 지식을 선사한다. 다시 읽어도 흥미롭고 신선하다. 종교는 제 2의 전환기가 필요하다는 저자의 말이 나지막히 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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