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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스페이스의 지퍼는 왜 길어졌을까? - 일상을 위협하는 법 만능주의
필립 K 하워드 지음, 김영지 옮김 / 인물과사상사 / 2014년 12월
평점 :
관료주의와 법률 만능주의가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책이다. 저자의 노력도 대단하고, 비판 정신의 올바른 모습을 볼 수 있어 반가웠다. 무조건 반대하면 정의를 주창하는 자고, 권력에 반기를 들어야 깨어있는 정신인냥 착각하는 사람이 많아 비판이 비판답지 못한 시기를 보냈기 때문에 의미있는 비판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미국은 법 체계가 무척 우수하지만, 역시 그 폐해는 어느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는 데서 시작된다. 일단 만들어진 법은 그게 효과가 있든 없든 지키기 바쁘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아니면, 그건 잘못된 법이다. 악법도 법인 시대는 지났다. 악법은 당장 바꿔야 마땅하다. 미국의 까다로운 이상한 법안들로 인해 규정만 지키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고, 이마저도 각종 소송으로 홍역을 앓는다. 황당한 소송은 짜증이 날 정도고, 어떻게 인간이 그토록 모자른 행동을 범할 수 있나 싶을 정도며, 이를 범한 사람이 뻔뻔하게도 변호사 놀음에 놀아나 소송까지 가는 사태가 언론으로 소개되는 그 과정과 결말마저도 우습기 그지 없다. 이런 점은 미국 사회가 안고 있는 큰 문제 중 하나다. 지나치게 많은 변호사(우리나라도 사법고시 1000명시대와 현재 로스쿨 제도)로 인해 별 차이 없는 수준으로 치닫고 있으며, 현재까지는 사법고시 출신보다 평균적으로 실력 면에서 로스쿨 출신이 열위를 보이고 있다. 법률 헛점만 키우는 꼴이 아닌가 싶은데, 법률과 관료주의는 이러한 변호사 무한 공급 시장에서 미국과 같은 국면을 맞이할지 모를 일이다. 한국의 법률 중에도 왜 있나 싶은 법률이 있고, 이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미국은 선행을 위해 마더 테레사가 노후 건물을 보수해 봉사 시설로 바꾸려 한 시도조차 사소한 법률로 막은 멍청한 기록을 갖고 있다. 2층 이상 건물에 반드시 엘레베이터가 있어야 한다는 기가 막힌 규정으로 말미암아 마더 테레사는 그 선한 계획을 포기해야 했다. 2층 가량 건물에 엘레베이터가 왜 필요한지 정말 궁금하다. 장애를 갖고 있는 분을 위해서 계단을 층형이 아닌 평면형으로 설계하면 된다. 화재 시 엘레베이터보다 계단이 더 안전하다. 법률을 가만히 살펴보면 답은 어느 정도 유추가능하다. 엘레베이터 산업의 로비에 의해 만들어진 법임을 말이다. 미국에는 미국의 선진성에 걸맞지 않는 법률이 한국에 비해 많은 편이다. 한국은 아직 법제화가 이뤄지지 않은 영역이 있을 정도로 미국에 비해서는 영역이 좁은 편이다. 오히려 다행일 수 있다. 책을 통해 통렬한 비판,실행으로 옮기는 저자의 의지를 확인할 수 있어 정말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