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의 글쓰기 - 상사의 마음을 사로잡는 90가지 계책
강원국 지음 / 메디치미디어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글쓰기의 방법을 원론에서 벗어나 경험과 응용의 관점에서 기술한 책이라 상당히 실용적이다. 문법이나 틀린 문장 점검하는 책과는 다르게 읽고 나면, 소통하는 방식을 터득한 느낌이 드는 까닭에 정말 흥미로웠다. 상사를 일단 주력 대상으로 삼아 글을 쓰는 요령과 글을 읽는 주체에 따라 글쓰기 방법이 달라짐을 알라는 조언도 잊지 않는다. 품격을 담은 글, 의미 전달이 확실한 글이 상사에게는 필요하다. 의사 전달이 고압적이거나 권위적인 형태에 얽매이면 이것도 저것도 아닌, 안드로메다 글이 된다. 온갖 한자어를 마구잡이로 쓰고, 문장 간 연결이 전혀 적절하지 않아 힘들게 글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당시 군대 상사가 쓴 글이었는데, 학벌 컴플렉스가 강한 분이라 한자어 남용이 정도를 벗어난 상태였다. 읽어도 독해가 아니라 한자 나열에 지나지 않은 글을 대체 왜 쓰는지 알 수도 없었고, 이병 주제에 적잖이 비판을 해 다른 부서로 전출될 뻔한 아찔한 기억이 남아있다. 글쓰기는 상사를 휘어잡는 기술이라는데, 엉망진창인 글을 읽다 그만 화가 나버려서 위험을 자초했다. 아부까지 글쓰기에 녹여낼 수 있는데, 이 점이 아주 신선하다. 상사를 대하는 기술에 아부는 빠지지 않는다. 칭찬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물론 어느 선까지는 말이다. 이런 수준을 내려 놓지 않고 글쓰기에도 적용한다면, 출셋길에 부담이 되지 않는다. 이래도 되나 싶었던 점을 저자는 경험을 빌어 확실히 그러라고 말해줘서 무척 고맙다. 아부도 그렇고, 글쓰기의 대상을 정해놓고 글을 쓰는 것도 결국은 상대방의 심리를 원하는 대로 움직이기 위함이다. 소통에 있어 말보다 중요한 건 비언어적 요소다. 메리디언 효과라고 명명한 이 현상은 우리가 얼마나 심리에 휘둘리는지 명백히 증명하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글쓰기를 심리 소통 기술로 생각하고 써보는 건 어떨까. 저자는 90가지 조언 속에 이공계의 글쓰기와 저자의 기사보도시 사용하는 스트레이트기사 활용법도 넣어놨다. 두루두루 사용처가 많은 책이다. 글만 잘 쓰면 모두 해결될 줄 알았던 얄팍한 지식과 판단이 저자의 한 마디에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띠게 되었다. 글과 말, 이 두가지가 함께 융화되어야 소통이 이뤄지고, 상사든 어떤 상대방이든 비로소 제대로 의사 전달이 가능함을 알았다. 멋진 경험을 많이 지닌 저자를 보며 배운 바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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