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장하석 지음 / 지식채널 / 2014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한국에서도 이런 강의를 들을 수 있으면 좋겠다. EBS 강의를 재미나게 봤는데, 영어로만 강의하셨던 분이라선지 한국어의 맛과 속도는 몰입도를 저해하는 면이 있어 무척 아쉬웠다. 차라리 영어로 하고 방송에는 자막을 넣어 송출했더라면 더 재미있었을 듯 싶다. 책은 다행히 그런 우려를 싹 날려버릴 만큼 차분하고 알기 쉽게 서술해논 까닭에 강의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한,또 강의 내용보다는 더욱 세밀하고 자세한 과학 철학을 만나볼 수 있어 즐겁기 그지 없었다. 과학을 바라보는 그간의 시선에 문제가 있다. 절대진리처럼 떠받드는 과정을 지나 반격의 분위기가 통용되는 시점에 비로소 혁신이라 할 수 있는 대단한 기술과 이론이 쏟아져 나온다. 종교가 절대진리인냥 인간의 이성을 통제했던 말도 안되는 무지한 시기를 지나, 이제는 자유로운 과학 연구가 가능한 세상이 도래했다. 물론 여전히 윤리에 얽힌 문제는 종교가 개입하고 있지만, 이는 사회의 건강과 변화, 그리고 인간의 조화를 위한 작업이고, 강압이나 폭력이 없는 단체만의 색채를 지닌 행위라 문제될 게 없는 상황이다. 철학과 과학의 조우는 그리 색다른 시도는 아니지만, 일반인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로 인해 새로운 셈이다. 자기 존재에 대한 의구심에서 출발하는 게 철학이다. 마찬가지로 과학은 현상에 대한 의문에서 시작한다. 대상을 넓게 보면, 자신과 현상은 동일한 시간대에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 속에 정립된 프레임을 그린다. 그런 이유로 과학과 철학은 결코 동떨어진 학문이 아니다. 원래 한 줄기였던 것이다. 다만, 종교와 과학혁명 등의 분절에 의해 괴리된 구도가 형성되면서 과학은 철학적 색채를 상실한 시대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책에는 다수의 과학자가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철학자도 많이 나오는데, 역시나 과학적 사유를 보인 데카르트도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그는 잘 알려졌다시피 이사분면을 발명한 철학자이기도 하다. 개나 고양이를 산 채로 절개해도 그 동물은 고통을 모른다, 그저 살아있는 기계다라고 할 정도로 지나치게 멀리 가버린 비정한 면도, 잔혹한 면도 지닌 철학자였지만, 이성적 사유를 과학으로 접목한 건 지울 수 없는 명백한 성취다. 관측과 관찰에 따른 과학, 그리고 과학이 아닌 건 무엇인지 정의를 내려보는 시간을 가지며 그간 과학 철학의 존재마저 몰랐던 사람들이 읽기에 더할 수 없이 양질의 서라고 생각한다. 용어의 생소함은 피할 수 없지만, 어려운 용어가 아니라, 또 설명이 크게 필요한 단어가 아니라 그저 처음 접할 뿐이니 흥미는 읽을수록 배가되는 기분이 든다. 이러한 책이 많이 출간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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