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 - 아무것도 없는 나에게 작은 하나를 더해간다
호리에 다카후미 지음, 박재현 옮김 / 크리스마스북스 / 2014년 11월
평점 :
품절


다카후미의 재기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책을 읽었다. 그의 인생담은 증권거래법 위반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들며 온 천하에 공개되었으므로 모르는 바는 아니었지만, 내가 놓쳤던 부분은 다름아님 그의 유년기였기에 의미 있는 독서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온더엣지가 라이브도어가 되었을 때 무척 설렜다. 벤처가 한창 무르익을 때였고, 젊은 남자가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꿈을 꿀 수 있었고, 그와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을 롤모델로 삼아 기업인, 특히 성장하는 벤처기업인으로 진로를 잡겠노라고 다짐했던 것도 그를 보면서부터다. 유년기는 생각과 많이 달랐다.시골에서 자랐고, 부모가 이혼만 안했다뿐 돈독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환경에서 컸다. 함께 놀러간 게 딱 한 번이라고 한다. 도쿄로 1박 2일. 호리에몽(도라에몽과 합성어)은 도쿄 여행에 한껏 들떴지만, 그는 도쿄의 서서 먹는 국숫집에서 저녁을 해치우고, 바쁜 일정을 대충 훑어보는 부모의 손에 이끌려 제대로 된 여행도 못해보고 귀가했다고 한다. 그런 기억이 쌓이며 시골 생활과 꽉 막힌 부모에게서 도망가고 싶었는지 모른다. 다행히 백과사전이 집에 있어서 엄청나게 정보를 습득할 수 있었고, 초등학교에서 1등을 차지하며 성장기를 보냈고, 3학년 담임선생님의 권유로 학원을 다니게 되면서 급속도로 성장한다. 초등학교 또래들에 비해 월등히 앞서가던 그는 학원에서 의사를 지망하는 학구파들과 어울리며 공부에 흥미를 느낀다. 마침 MSX라는 퍼스널 컴퓨터가 시장에 나와 그에게 소프트웨어에 눈을 뜰 기회를 준다.엄청난 몰입감으로 소프트웨어를 학습해 결국 이때 다져놓은 코딩 기술로 대학교 2학년 때 자신의 회사를 설립한다. 도쿄대 진학은 어렵다고는 하지만, 여러 경로가 있어서인지 크게 높아보이진 않는다. 최근에도 그렇다. 그러나 그 속에 있는 학생들 중에는 통계적으로 엄청난 왜도와 첨도를 보이는 천재들이 적지 않다. 오타쿠급의 천재들은 그 분야에서 이길 수 있는 자가 오타쿠밖에 없다. 그것만 생각하는데, 게다가 머리가 좋은 학생들이라 한 분야의 탑이 되는 편이다. 호리에가 스스로 그러한 천재는 아니라고 판단한 점은 놀라웠다.한국의 10년 후 거울이라는 평가처럼 당시 일본은 엔지니어에 대한 사회적 지위가 열악한 편에 속했다. 한국도 불과 얼마 전까지(물론 아직도)이러한 정황 속에 있었지만, 최근 입시 풍토를 보면 다시 이공계로 전환하는 추세가 두드러진다. 호리에를 꿈꾸는 한 사람으로서 제로라는 책은 일하고 싶고, 사회에 소속되고 싶은 열정가의 가슴 속 이야기를 들려준 뜻 깊은 경험이다.44세를 앞둔 그의 행보를 관찰하고, 좋은 사례로 응용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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