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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행하라 오로지 달마처럼 - 끝까지 가본 사람, 달마의 인생 공략집
웅연 지음 / 불광출판사 / 2014년 9월
평점 :
끝까지 가봤는가? 희로애락의 굴레, 인간의 삶에 대해 존재론적 고찰을 넘어 인간이 이를 수 있는 경지에 도달한 달마의 삶은 표본이다. 유한함과 사멸을 인지하고 자신 앞에 던져진 고난의 길을 당당히 받아들인 달마는 눈빛의 위용에서도 예사롭지 않다. 달마하면 떠오르는 건, 역시나 그의 알 듯 모를 듯한 표정 아닐까. 모나리자의 스푸마토 기법에 버금가는, 아니 어쩌면 철학적 차이를 감안하면 동양의 모나리자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그의 초상화는 보면 볼수록 신기하다. 비과학적 소견으로 달마 초상화의 에너지가 매체를 통해 소개된 적도 있다. 그걸 보면서 대체 무언가 싶었고, 신기해 하는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달마는 많이 들었지만, 정작 그의 삶, 그의 이야기는 들어본 바가 없어 이 책에 강하게 끌렸고, 그게 당위라고 생각하며 재미있게 읽었다. 촌철살인이라고 할 수 있는 저자의 찌르기도 맥락을 흐리지 않고 오히려 두 채널로 울림을 만들어, 마치 서라운드와 스테레오로 클래식을 듣는 기분이 들었다. 한 쪽에서는 달마의 이야기를 다루고, 다른 한 쪽에서는 저자의 깨달음을 설파하는 이 책의 구조도 상당히 책의 격에 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불교관은 잔잔하지만 결코 정적이지 않다. 부처를 없애라는 강한 발언은 불교가 지향하는 깨달음을 의미한다. 유일신에 물들기 시작한다면, 스스로 불안함을 느끼고 있음이다. 이러한 불교관을 좋아한다. 물론 사람 사는 공간에 끼어들어 구제의 목적이란답시고 정작 세속화되는 종교는 불교뿐만이 아니다. 더 심한 종교가 많다. 종교를 비교하는 건 인간 사회에서 불에 기름을 끼얹는 격이니 굳이 발설해 화를 자초할 필요는 없다. 다만, 이 책을 통해 인간들이 바라는 종교가 어떤 식으로 변형해 지금에 이르렀는지 이해가 갔다. 달마에게 부활을 대입하는 것처럼 말이다. 인생 공략집으로 이 책은 올해 최고가 아닌가 싶다. 달마라는 인물의 특징, 간간히 나오는 역사와 불교 이야기가 잘 혼합되어 읽기가 어렵지 않았고, 오랜만에 보는 다양한 한자 어휘가 조금은 반갑기도 했다. 이런 책아니면 쓰기가 버거운 어휘라 한 차례 어휘 다양성을 강화하는 용도로도 저자의 달마 이야기는 즐거웠다. 불행하고 싶지 않지만, 달마처럼 삶을 뛰어넘어보고 싶다.